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재차 고건 전총리를 맹비난하며, 앞으론 자신에 대한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공격적 입장을 밝혀 임기말 정국 대혼란을 예고했다.

盧 "고건, 대통령을 동네북처럼 두들겨선 안돼"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그동안 여러 차례 제가 공격을 받았고 참아왔지만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라는 말했다.

노 대통령은 "오늘도 한 말씀드릴까요"라고 공격적 어조로 말문을 연 뒤, 우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건 전총리와의 갈등에 대해 "옛날에는 성탄절에 술을 많이 마시는데 요즘은 안 마시죠? 빛깔이 좋고 냄새가 좋고, 그 다음 맛이 좋으면 그걸 좋은 술이라고 하는데, 한가지가 더 있다. 뒤가 깨끗해야 그게 좋은 술"이라며 본격적으로 고 전총리 공격을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고 전 총리와 자꾸 싸운다 싸운다 이렇게 보도했는데, 제가 한 것은 해명뿐"이라며 "지금까지도 그 분을 비방하거나 비판해서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내가 두번 세번 해명을 했는데도, 전혀 미안하다는 표정이 없어서 섭섭하다는 말씀을 꼭 좀 드리고 싶다"고 고 전총리를 비난한 뒤 준비해온 메모지를 꺼내 고 전총리를 맹공했다.

노 대통령은 "나는 술뿐만 아니라, 사람도 뒷모습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대통령이 동네북이 되어있다. 이것을 제 잘못이라 생각하고, 또한편으로는 민주주의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면서도 "그렇게 해도 좋은 사람이 있고, 그렇게 하면 안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사람이 대통령을 동네북처럼 이렇게 두드리면 저도 매우 섭섭하고 때로는 분하다"고 고 건총리를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난 장관 7개월만에 보도를 통해 해임 소식을 듣고 그만두었지만 지금까지 그 대통령을 비방하거나 그렇게 비판해서 말한 일이 없다"며 "재직중에는 할말 못할말 해서 좀 시끄러웠던 일이 있었지만 그만 두고서는 김대중 대통령을 변호하고 국민의 정부를 변호하는 말만 해왔다"고 주장했다.

"앞으론 공격에 참지 않겠다"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도 "내각이라는 것은 뜻이 같아서 같이 일하는 것"이라며 "만났을 때 뜻을 맞추어서 열심히 좀 해 주시고, 할 말 있으면 계실 때 많이 해주시고, 헤어진 뒤의 우리 뒷모습을 서로 아름답게 그렇게 관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동안 여러차례 제가 공격을 받았지만 참아왔는데,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라며 "할 일도 열심히 하고 할말도 다 할 생각이며, 할말 다한다고 국정이 결코 소홀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12.21발언과 관련해선 "대통령이 할 말은 한 것 같은데, 표현과정에서 좀 절제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어 이리저리 시비에 휘말린다"며 "여러분들 보기에 미안하다. 미안하고요"라고 표현상의 문제점을 시인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앉은 자리에서 대화체로 연설을 하게 될 때는 가끔 제 연설이, 표현이 좀 이렇게 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후보 때도 그랬고 대통령 돼도 그렇다"면서 "변하지 못해 탈"이라고 자책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탈인데, 변하지 않았으니까 계속 사랑해 주시라"고 덧붙였다.

퇴임후 자신의 정치기반 구축 의지 선언?

노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발언은 앞으로 대선까지 남은 1년동안 밑바닥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공격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앞으로 정국 대혼란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상 그동안 노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공격을 참아온 적이 없다. 본인이 직접 반격을 가하거나 청와대 비서실 등이 반격에 나서왔다. 그런 노대통령이 새삼스레 향후 공격 불용 입장을 밝힌 것은 단순히 고건 전총리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 본격화할 열린우리당의 노무현 비판 등 레임덕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읽히고 있다.

정가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 친노세력을 결집해 퇴임후에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의도에 따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선언으로 정국은 더욱 혼미한 양상으로 빠져들며, 내년 대선에도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이같은 극한 선언이 반노진영의 결속력을 높여주면서 새로운 범여권 후보의 탄생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