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의 저주', 끝내 세계경제 강타하다!
<뷰스 칼럼> 빈 라덴과 그린스펀의 대결, 그리고 '튜울립 일화'
빈 라덴의 저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총재에 선임되기 얼마 전인 지난해 일이다. 이성태 당시 한은 부총재와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화제가 당시 폭등을 거듭하는 아파트 문제로 돌아갔다. 한은의 책임을 물었다.
"아파트값이 폭등하기 시작했을 때 한은이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으로 대응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
이 부총재는 책임의 일단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부동산거품이 한국만의 특수현상이 아닌 전세계적 현상임을 지적했다. 그 근원을 2001년 9.11사태에서 찾았다.
"9.11 사태가 터지면서 세계금융시장이 심리공황적 상태에 빠져들자,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 의장은 대대적 금리인하로 시장을 안정시켜 나갔다. 당시 시장의 공황적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금리인하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나는 그린스펀 의장이 그렇게까지 금리를 대폭 인하할 줄은 예상 못했다.
연방 기준금리를 2%까지는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그러나 1%까지 낮췄다. 이게 아니다 싶었지만 전세계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정치권과 언론 등이 미국도 금리를 대폭 낮추는 게 한은은 뭐하는 거냐고 압박이 대단했다.
이때부터 범지구적 차원의 자산거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망국적 아파트값 폭등도 이런 과정에 발생한 것이다."
만시지탄의 후회였고,정확한 분석이었다. 필자는 이렇게 답했다.
"공감한다. 그린스펀 책임이 크다. 결국 빈 라덴이 뉴욕 쌍둥이 금융센터만 부순 게 아니라, 세계경제를 만성적인 거품에 빠져들게 만든 모양새다. 앞으로 거품이 터지면 세계경제는 큰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빈 라덴은 세계의 심장을 정확히 가격한 셈이다."
이 부총재는 "흥미로운 지적"이라며 "9.11 사태의 의미를 경제사적으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선장
9.11사태에 대한 그린스펀의 초저금리 해법에 대한 비판은 외국에서도 여러 차례 제기됐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그린스펀 의장 재임시절 그를 "타이타닉호의 마지막 선장"에 비유하며 만평으로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타고 있는 멍청한 표정의 그린스펀을 그리면서까지 비아냥댔다.
이에 대해 그린스펀은 요즘 자신의 재임시절 자신이 무수히 '자산 거품'에 대해 경고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이다. 그는 미국 부동산값이 폭등하고 주가가 수직상승할 때마다 경고음을 냈었다. 또한 자신의 재임기간 후반부에는 16차례나 금리를 연속 인상, 9.11 사태 이전으로 원상복귀시켜 놓기도 했다.
문제는 그러나 "이미 거품은 폭발 직전의 상태로 엄청나게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또한 한번 '불로소득'에 맛들인 재산가들은 계속 불로소득을 쫓아 모든 자산을 들쑤시며 거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동산값이 폭등한 데 이어 주가가 수직 폭등하더니 미술품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골프회원권 값이 폭등하고 있다.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튜울립 거품을 터뜨린 한 선원의 '경천동지할 행위'
경제 교과서를 보면 자본주의 '최초의 거품'으로 꼽는 게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튜울립 거품'이다.
1630년 중반 네덜란드 암스텔담 부근에서 이른바 '튜울립 거품'이 발생했다. 뚜렷한 이유도 없었다. 튜유립 구근 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당시 튜울립 구근의 1개의 가격이 마차 1대와 말 2필에 마구 일체를 더한 가격과 맞먹었을 정도로까지 폭등했다. 개당 2만5천∼5만달러까지 폭등한던 튜율립 값은 파동 1년후 급작스레 거품이 꺼지면서 폭락했다.
흥미로운 건 튜울립 거품이 꺼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전해지는 한 일화다. 외국인 선언이 암스텔담 주점에 들어서 술을 시켰다. 주인이 술을 준비하는 과정이 이 선원은 선반 한쪽에 있던 튜울립 구근을 발견했다. 먹음직스러웠다. 아무 생각없이 칼로 구근을 두토막내 씹어먹었다. 술을 가져오다가 이 장면을 목격한 술집 주인은 비명을 질렀고, 술집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경악하기란 마찬가지였다. 황금덩어리보다 비싼 튜울립 구근을 우적우적 씹어먹다니....경천동지할 사건이었다.
그런데 선원은 미안해 하기는커녕 어이없어 했다. "아니, 외국에 가면 지천으로 널린 게 튜울립 뿌리인데 여기선 이게 무슨 황금보다 비싸냐."
선원의 한마디는 사람들에게 천둥소리와 같은 충격을 가했다. '맞는 말이다.' 사람들은 미망에서 벗어나 진실을 깨달았고, 이때부터 튜우립 값은 대폭락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확인되지 않은 일화다. 그러나 거품에 휩싸인 사람들이 얼마나 어리석을 수 있는가를 일깨워주는 의미 있는 일화다.
지금 세계금융시장이 부동산거품 파열에 따른 서브프라임 부실로 요동치고 있다. 외국언론들은 "공황 전야" 운운하기까지 한다. 월가의 금융세력들은 미연준을 향해 즉각 금리를 낮추라고 아우성이다. 금리인하시 거품이 더 양산될 게 분명하나 일단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얘기다.
하지만 경제에는 공짜는 없다.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고 흥청망청 파티가 끝나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
"다음 정권은 생고생을 할 거다."
금융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다. 거품 파열의 고통을 떠맡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인 것. 단순히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경제전문가 아닌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진짜 경제전문가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대선주자들과 국민들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총재에 선임되기 얼마 전인 지난해 일이다. 이성태 당시 한은 부총재와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화제가 당시 폭등을 거듭하는 아파트 문제로 돌아갔다. 한은의 책임을 물었다.
"아파트값이 폭등하기 시작했을 때 한은이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으로 대응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
이 부총재는 책임의 일단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부동산거품이 한국만의 특수현상이 아닌 전세계적 현상임을 지적했다. 그 근원을 2001년 9.11사태에서 찾았다.
"9.11 사태가 터지면서 세계금융시장이 심리공황적 상태에 빠져들자,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 의장은 대대적 금리인하로 시장을 안정시켜 나갔다. 당시 시장의 공황적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금리인하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나는 그린스펀 의장이 그렇게까지 금리를 대폭 인하할 줄은 예상 못했다.
연방 기준금리를 2%까지는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그러나 1%까지 낮췄다. 이게 아니다 싶었지만 전세계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정치권과 언론 등이 미국도 금리를 대폭 낮추는 게 한은은 뭐하는 거냐고 압박이 대단했다.
이때부터 범지구적 차원의 자산거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망국적 아파트값 폭등도 이런 과정에 발생한 것이다."
만시지탄의 후회였고,정확한 분석이었다. 필자는 이렇게 답했다.
"공감한다. 그린스펀 책임이 크다. 결국 빈 라덴이 뉴욕 쌍둥이 금융센터만 부순 게 아니라, 세계경제를 만성적인 거품에 빠져들게 만든 모양새다. 앞으로 거품이 터지면 세계경제는 큰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빈 라덴은 세계의 심장을 정확히 가격한 셈이다."
이 부총재는 "흥미로운 지적"이라며 "9.11 사태의 의미를 경제사적으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선장
9.11사태에 대한 그린스펀의 초저금리 해법에 대한 비판은 외국에서도 여러 차례 제기됐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그린스펀 의장 재임시절 그를 "타이타닉호의 마지막 선장"에 비유하며 만평으로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타고 있는 멍청한 표정의 그린스펀을 그리면서까지 비아냥댔다.
이에 대해 그린스펀은 요즘 자신의 재임시절 자신이 무수히 '자산 거품'에 대해 경고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이다. 그는 미국 부동산값이 폭등하고 주가가 수직상승할 때마다 경고음을 냈었다. 또한 자신의 재임기간 후반부에는 16차례나 금리를 연속 인상, 9.11 사태 이전으로 원상복귀시켜 놓기도 했다.
문제는 그러나 "이미 거품은 폭발 직전의 상태로 엄청나게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또한 한번 '불로소득'에 맛들인 재산가들은 계속 불로소득을 쫓아 모든 자산을 들쑤시며 거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동산값이 폭등한 데 이어 주가가 수직 폭등하더니 미술품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골프회원권 값이 폭등하고 있다.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튜울립 거품을 터뜨린 한 선원의 '경천동지할 행위'
경제 교과서를 보면 자본주의 '최초의 거품'으로 꼽는 게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튜울립 거품'이다.
1630년 중반 네덜란드 암스텔담 부근에서 이른바 '튜울립 거품'이 발생했다. 뚜렷한 이유도 없었다. 튜유립 구근 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당시 튜울립 구근의 1개의 가격이 마차 1대와 말 2필에 마구 일체를 더한 가격과 맞먹었을 정도로까지 폭등했다. 개당 2만5천∼5만달러까지 폭등한던 튜율립 값은 파동 1년후 급작스레 거품이 꺼지면서 폭락했다.
흥미로운 건 튜울립 거품이 꺼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전해지는 한 일화다. 외국인 선언이 암스텔담 주점에 들어서 술을 시켰다. 주인이 술을 준비하는 과정이 이 선원은 선반 한쪽에 있던 튜울립 구근을 발견했다. 먹음직스러웠다. 아무 생각없이 칼로 구근을 두토막내 씹어먹었다. 술을 가져오다가 이 장면을 목격한 술집 주인은 비명을 질렀고, 술집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경악하기란 마찬가지였다. 황금덩어리보다 비싼 튜울립 구근을 우적우적 씹어먹다니....경천동지할 사건이었다.
그런데 선원은 미안해 하기는커녕 어이없어 했다. "아니, 외국에 가면 지천으로 널린 게 튜울립 뿌리인데 여기선 이게 무슨 황금보다 비싸냐."
선원의 한마디는 사람들에게 천둥소리와 같은 충격을 가했다. '맞는 말이다.' 사람들은 미망에서 벗어나 진실을 깨달았고, 이때부터 튜우립 값은 대폭락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확인되지 않은 일화다. 그러나 거품에 휩싸인 사람들이 얼마나 어리석을 수 있는가를 일깨워주는 의미 있는 일화다.
지금 세계금융시장이 부동산거품 파열에 따른 서브프라임 부실로 요동치고 있다. 외국언론들은 "공황 전야" 운운하기까지 한다. 월가의 금융세력들은 미연준을 향해 즉각 금리를 낮추라고 아우성이다. 금리인하시 거품이 더 양산될 게 분명하나 일단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얘기다.
하지만 경제에는 공짜는 없다.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고 흥청망청 파티가 끝나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
"다음 정권은 생고생을 할 거다."
금융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다. 거품 파열의 고통을 떠맡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인 것. 단순히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경제전문가 아닌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진짜 경제전문가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대선주자들과 국민들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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