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청와대, 또 황당한 '셀프사과'
네티즌들 "조폭이 사람 죽이고 두목에게 사과하는 꼴"
이남기 홍보수석은 이날 밤 10시 40분경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대국민사과의 방향이 이상했다.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과의 대상에 '대통령'이 포함돼 있는 것이 황당하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첫 해외방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는데 청와대 한 참모의 잘못으로 빛이 바랬으니 대통령에게 죄송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잘못을 한 청와대 참모도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자다. 국민들은 '개인 윤창중'이 아니라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에게 죄송스럽다면 청와대 내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하면 되지, 한밤중에 굳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긴급 브리핑'을 할 이유가 없다.
이 수석의 사과발표후 네티즌들은 한결같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증말 열받아 왜 자기 두목에게 사과를 조폭도 아니고....사람 죽이고 피해자가족에게 사과하는 게 아니고... 두목에게 사과하는 꼴!!!"(네이버 아이디 imag...)
"대통령이 뽑은 사람인데 대통령에게 왜 사과를 합니까?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사과해야 할 일이구먼..."(네이버 아이디 bubb...)
"남양유업 '국민과 홍회장께 사과' 이거랑 똑같은 거야. 청와대 이 멍충이들아"(네이버 아이디 zzon...)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한다고 했다. 국민 반대를 무시하고 '오기인사'를 한 대통령도 이 사건에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라며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지 청와대 홍보수석한테서 사과 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질타했다. .
진정성이 의심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을 찾아 미리 준비된 사과문만 읽은 뒤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곧바로 퇴장했다. 기자들이 이에 항의하자 이 수석은 다시 춘추관을 찾아 질의응답을 받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쯤 되니 과연 청와대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사과 주체가 대통령도 대통령 비서실장도 아닌 홍보수석으로 급이 낮은 데다 단 4문장으로 이뤄진 간결한 사과문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3월 30일 인사파동이 확산되자 김행 대변인이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문을 대독한 바 있다. 당시에도 '17초 대독'이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사과의 진정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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