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윤석열은 돈키호테, 홍준표는 산초"
"산초의 눈은 이미 돈키호테의 말과 갑옷에 가 있어"
진중권 교수는 이날자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 이같이 물은 뒤, "내각도 반대, 대통령실도 반대, 당에서도 계엄에 반대했다. 비상계엄은 노상원-김용현과 같은 군부의 극소수 극우분자들이 기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자신을 유폐시켜 왔다. 중도를 쳐내고, 당 대표 쫓아내고, 자기가 세운 당 비대위원장마저 내치려 했다"며 "그 결과 주위에 기회주의자들만 남고, 그들의 아첨 속에서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모두 등을 돌리니 믿을 것은 극우 유튜브뿐. 그러니 피곤한 영혼이 그리로 도피해 거기서 위안과 안정을 찾을 수밖에"라며 "어차피 세계란 머릿속에 입력되는 데이터의 총체. 그렇게 극우 유튜버들의 환상이 그의 세계가 되어 버렸다"고 힐난했다.
진 교수는 화살을 국민의힘으로 돌려 "돈키호테의 모험에는 시종 산초 판사의 조력이 필요하다. 산초 판사는 돈키호테와 망상을 공유하지 않으나, 그럼에도 그에게 충실한 시종으로 남는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바로 그런 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중에서 홍준표 시장의 역할이 눈에 띈다"며 "그는 대통령과 계엄의 망상을 공유하지는 않으나,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에는 반대한다. 심지어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의 색출을 주장하면서까지 대통령의 모험을 응원한다"고 직격했다.
이어 "기사문학에 낭만이 빠질 수 있겠는가. 돈키호테는 둘시네아의 명예를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한다"며 "이 상남자 로망을 부추기는 우리의 산초 판사. '자기 여자 하나 보호하지 못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을 지킬 수 있겠나'(홍준표)"라고 비꼬았다.
더 나아가 "홍 시장이 대통령을 비호한다는 것은 오해"라면서 "국힘에서 누구보다 먼저 탄핵을 기정사실화한 게 바로 그다. 벌써 ‘조기 졸업’ 운운하며 이사 걱정하지 않는가. 그의 눈은 이미 돈키호테의 말과 갑옷에 가 있다"고 힐난했다.
그는 "산초 판사가 돈키호테의 망상을 거들고 나선 것은 주인이 그에게 어떤 섬의 통치권을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산초 판사들이라고 다르겠는가. 서비스의 대가는 고립된 섬으로 전락한 TK의 공천권이다. 산초 판사는 점점 돈키호테를 닮아간다. 우리의 산초 판사들 역시 망상을 깨는 대신 그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망상을 유지하기 위해 그걸 깨려 했던 이들을 당에서 쫓아내려 한다"며 국민의힘도 싸잡아 질타했다.
그는 "산초 판사의 엄호 덕에 우리의 돈키호테는 모험을 계속하기로 했다.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의 머릿속에서 구국의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돈키호테처럼 그 역시 언젠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망상을 부정하게 될까? 그럴 것 같지도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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