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정치글 70건 삭제"
김제동 비판 글 등 70건 삭제, 증거 인멸 의혹
5일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해 8월28일부터 12월11일까지 김씨가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 올린 글은 모두 91건이나 이 가운데 4일 오후 현재 이 누리집에 남아 있는 글은 21건이다. 70건의 글이 이미 삭제된 것이다.
이 누리집에선 게시글 작성 때 사용한 아이디로 접속해야 글을 삭제할 수 있어, 김씨 또는 김씨의 ID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경찰 수사의 핵심 대상인 게시글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삭제된 글은 ‘태국에서 4대강 홍보는 당연한 건데 왜 욕을?’(지난해 11월12일 작성), ‘대통령 해외순방 성과 이 정도?’(지난해 11월26일 작성) 등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옹호하는 등 국내 정치와 관련한 글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김씨가 정치 관련 게시글을 올린 또다른 누리집인 ‘보배드림’과 ‘뽐뿌’에서도 관련 글이 삭제된 사실이 드러났다.
‘뽐뿌’ 누리집에서는 김씨의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로 작성된 16개 글 가운데 3개가 삭제됐다. 삭제된 글 가운데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방송인 김제동씨에 대해 “개인적으로 김제동님 참 좋아하는데 해군기지 관련해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요”라고 비판한 글이 포함돼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도 삭제됐다. 반면 북한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은 삭제되지 않았다.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의식해 일부러 관련 글만 골라 지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보배드림’ 누리집에서도 김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디 ‘나0000’가 작성한 글 가운데 적어도 10개 이상이 최근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누리집에서 삭제된 글 역시 정부·여당을 옹호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은 <한겨레>에 “이런 증거인멸을 우려해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체포·구속 등 강제수사를 벌이는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증거인멸 자체가 범죄가 되지는 않지만,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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