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의 '대국민 선언문' 전문]
"공영방송 훼손하는 세력은 MBC와 불구대천 원수 될 것"
[대국민 선언문]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저희는 오늘 170일이라는 방송사 최장기간의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를 앞당기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에 들어간 지난 1월 30일 이후 김재철 사장은 오로지 노동조합을 말살하겠다는 한 생각만으로 버텨왔습니다. 그 결과는 사상 유례없는 혹독한 탄압으로 나타났습니다. 본사에서만 해고 6명, 정직 38명을 포함해 98명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18개 계열사에서도 56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고 순차적으로 징계를 하고 있습니다. 당장 업무에 복귀할 수 없는 언론인이 100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전두환 이후 최대 규모의 언론인 학살입니다.
김재철 사장은 대신 파업 기간 중에 자질이 없는 임시직 대체인력을 무더기로 투입했습니다. ‘시용 기자’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상한 직종도 등장했습니다. 오로지 김재철 개인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선발된 이들 대체인력은 향후 조직의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파업은 저희가 결코 질 수 없는 투쟁이었습니다. 저희는 모든 걸 건 반면, 김재철 사장은 자신의 생존만 생각한 싸움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570여명으로 시작한 파업은 한 달여 만에 770명에 이르렀고, 지역 MBC 지부까지 가세한 전국의 대오는 강철이 되어 지금까지 유지되었습니다. 김재철 사장이 수차 파업의 붕괴를 기도하며 탄압을 감행했지만, 기대는 번번이 빗나갔습니다.
김재철 사장은 아직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여전히 큰소리 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업무복귀 결정에 대해 자신의 승리라고 떠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파업 잠정중단의 결단을 한 것은 오로지 국민들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달 말 19대 국회는 다음 달 출범할 새 방문진을 통한 김재철 사장의 해임을 함의하는 합의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조속한 MBC의 정상화를 노사 양측에 촉구했습니다. 숱하게 반복된 공정방송 훼손 사례는 물론 파업기간 중 언론인 대량 학살, 끊임없이 드러나는 개인비리 의혹 등에 따라 정치권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결정의 이면에는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와 성원이 있었습니다. 김재철 퇴진과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서명 인원이 한 달여 만에 7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혹한과 우중에 열린 파업 콘서트는 항상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국회를 움직인 배경에는 국민들의 힘이 있었던 것입니다. 정치권이 다음 달 김재철 해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국민들의 처절한 응징이 뒤따를 것입니다.
저희들은 이번 파업을 통해 김재철 퇴진 이외에도 큰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번 170일 간의 파업을 통해 향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MBC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렸습니다. 공영방송을 훼손하는 세력과 MBC는 불구대천의 관계가 될 것입니다.
이보다 더 큰 성과도 있습니다. 파업 초기 정권에 장악된 언론의 침묵, 그로인해 초래된 저희 파업에 대한 사회적 외면과 무관심은 그동안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저희들의 태도와 행위에 대한 중대한 반성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각종 노동현안과 대학생 등록금 투쟁 등을 돌아보며 그야말로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낀 것입니다. 저희들은 앞으로 업무에 복귀할 경우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을 돌아보고 이를 프로그램에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 성과는 공정방송을 위한 그 어떤 장치보다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이제 저희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첫 걸음을 내딛습니다. 사망선고를 받은 시한부 사장 김재철이 나가고, MBC를 재건할 새 사장이 들어서며, 프로그램이 공영방송 MBC답게 바뀌기까지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저희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한 저희들의 노력은 결코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170일 간의 질기고 독하고 당당한 투쟁이 국민들께 제시하는 저희들의 약속입니다.
2012년 7월 17일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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