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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반대" 전국 10만 대충돌

<현장> 전국 13개 도시서 참여정권 출범이래 최대 충돌

‘한미FTA저지’, ‘사회양극화 해소’, ‘노동기본권 쟁취’.

한미FTA 5차 협상과 노동법 개정이 맞물린 12월을 앞두고 전국 13개 도시에서 10만 군중이 공권력과 정면 격돌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22일 오후 1시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 13개 도시에서 ‘노동기본권 쟁취, 사회양극화 해소, 한미FTA저지 1차 범국민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이날 총궐기대회는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의 서울 집중 범국민대회와 달리 경남 2만명, 광주전남 2만 1천명, 대구경북 2만명 등 주요 광역시도에서 수만명의 군중들이 시.도청을 중심으로 격렬한 충돌을 빚었다.

경찰 광주에서 '전자총' 발사, 전국 13개 지역 격렬한 충돌

특히 광주시청, 충남도청, 경북도청, 강원도청 앞에서는 도청 진입을 시도하는 참가자들과 경찰이 격렬히 충돌, 도청 건물이 일부 파손되고 다수의 부상자와 연행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위참가자들은 경찰의 방어를 뚫고 총 8개 지역의 시.도청 앞마당에 진입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로 양측 모두에서 1백여명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했다.

대전에서는 시위대가 충남도청 울타리에 심어져 있던 향나무 30여그루를 불태우고 철제 담장 일부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강원에서는 시위대가 도청 정문을 줄을 걸어 잡아당겨 철제 정문을 쓰러뜨렸다.

22일 오후 대전시 중구 선화동 충남도청 울타리에 식재된 향나무가 불에 타고 있다.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시위대들은 이날 충남도청 정문을 진입하는 과정에서 향나무에 불을 질렀다. ⓒ연합뉴스


광주에서는 시청 진입을 시위대와 경찰이 격돌, 시위대가 던진 보도블럭으로 시청의 대형 유리창이 수십여장이 부서지기도 했다. 광주에서는 경찰이 레이저로 조준해 원거리에서 전기충격을 가하는 ‘테이저건’이 집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테이저건은 대테러진압용 무기로 지난 2002년 도입됐지만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징역형 이상의 범죄자 진압때만 사용하도록 되어있어 과잉진압 논란을 예고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4월에도 전남 순천 현대하이스코 해고노동자들의 집회현장에서 테이저건 3발을 노동자들에게 발사해 지역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샀었다.

서울은 평화집회

반면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서울지역집회는 경찰과의 별다른 마찰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서울집회는 오후 1시 전교조 연가투쟁, 오후 3시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등의 사전대회에 이어 오후 4시 20분경 시작됐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정지영 영화인대책위 위원장, 장혜옥 전교조 위원장, 김세균 교수학술단체공대위 공동대표 등 각계인사 17명이 단상에 올라 한미FTA를 반대하는 각계진영의 목소리를 전했다.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단병호 의원은 “비정규직이 확산되고, 기본적인 노동권마저 빼앗길 노동자들, 우리 농업을 지키겠다는 농민들,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쇠고기를 우리 아이에게 먹일 수 없다는 부모님들, 이 땅의 양심적인 모든 국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며 “오늘은 '한미FTA협상 중단' 하나로 온 국민이 함께 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강조했다.

22일 전국 13개 광역시도에서 10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노동기본권 쟁취, 한미FTA 저지,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동시다발 궐기대회가 열렸다.ⓒ최병성 기자


정재돈 농축수산비상대책위 공동대표는 “이제 우리는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게된. 유전자 조작 식품을 먹게 된다.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는 사라지게 된다”며 “한미FTA가 체결되면 이 땅의 우리 농업은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금융부문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한미FTA로 나타날 결과를 확인하려면 멀쩡한 은행을 부실로 둔갑시켜 떼돈을 챙긴 론스타를 보라”며 “외국자본은 떼돈을 벌고 서민들은 사채금융으로 내모는 금융현실, 주인을 객으로 내모는 현실이 바로 한미FTA로 나타날 우리의 미래”라고 주장했다 .

최인순 보건의료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한미FTA가 체결된다면 한국의 약값은 1년에 1조원 이상 올라 4인 가구당 최소 연8만원 이상의 추가지출이 예상되고 안전치 않은 먹거리들이 식품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의료비와 약값을 폭등시키고 한국 건강보험체계를 붕괴시키고,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협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흥현 전국빈민연합 의장은 “FTA체결 이후 캐나다는 고용보험 혜택이 배 이상 축소되고 멕시토는 최저임금이 23.2% 하락했다”며 “결국 한미FTA는 빈곤을 확대시키고 민중의 삶을 벼랑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부의 졸속협상, 비공개 협상, 통계조작 등도 문제지만 이를 감시할 국회가 거수기 역할로 전락한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망국적 FTA를 막기 위해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지역 집회에는 ‘전쟁과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재미협의회’ 소속 평화활동가들도 참석해 연대투쟁에 나섰다.ⓒ최병성 기자


각계인사의 발언은 국제 평화 활동가들의 연대발언으로 이어졌다. 지난 19일 참가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전쟁과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재미협의회’ 소속 평화 활동가들은 단상에 올라 12월 미국 몬태나에서 열리는 5차 협상에서 적극적인 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예공연 및 상징행사를 마친 후 범국본의 대정부 7대 요구안, 총궐기 결의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본대회는 마무리됐다.

범국본, 대정부 7대 요구안 발표

범국본의 대정부 요구안은 ▲한미 FTA 즉각 중단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스크린쿼터 원상회복 ▲시장화, 개방화 중단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양극화 해소 ▲대통령 면담 요청이다.

이들은 봉준호 감독과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낭독한 결의문을 통해 “한미FTA협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측이 얻는 것은 없고 미국 측에 퍼주기만 하는 불평등한 협상 진행양상이 고착되고 있다”며 “한미FTA협상이 미국 측의 일정에 맞춰 시간에 쫓겨 밀실.졸속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승리하고 5차협상을 앞둔 지금 한미FTA협상의 중단을 결단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정부당국과 국회의 자세와 태도에는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이상 국민이 직접 나서서 한미FTA협상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본대회를 마치고 촛불문화제 장소인 청계광장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최병성 기자


본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5시 30분경 을지로를 거쳐 촛불문화제 장소인 청계광장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이후 오후 8시경 모든 집회를 마무리짓고 해산했다.

29일 농민 상경 투쟁, 사상 최대 규모 투쟁될 듯

한편 범국본은 이날 1차 총궐기대회를 시작으로 11월 29일과 12월 6일 전국 각 지역에서 2차, 3차 범국민대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특히 29일에는 전국의 농민들이 서울 집중집회를 위해 상경투쟁을 할 것으로 알려져 서울집회의 규모는 지난 4월과 7월에 열렸던 두 차례의 범국민대회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도 범국본의 총궐기대회 일정에 맞춰 이날 8시간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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