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MB 지지율은 왜 항상 40%를 넘었을까"
<락더보트>, 여론조사 조작의 속살 분석
그러나 당시 여당은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불거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과 지방선거 직전 터진 천안함 '북풍' 논쟁을 거치며 지방선거에서 궤멸적인 참패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당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국정지지도는 대부분 40%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권력 핵심의 각종 추문과 스캔들이 터져 청와대가 언론에 질타를 받을 때도 언제나 40%대를 유지한다.
선거철 여론조사는 지난 13대 대선에 처음 도입된 이후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쳐왔다. 때론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였고, 때론 정치권을 향한 압박이었다.
10년 넘게 국회에 출입하고 있는 류정민 <미디어오늘> 정치팀장은 신간 <락더보트>(도서출판 인카운터 간)를 통해 선거철이면 온갖 수치로 지면을 채우는 여론조사의 속살을 파헤쳤다.
류 팀장은 대통령 국정지지도의 숨은 장치를 권력의 입맛에 맞춘 여론조사기관의 교묘한 설문 비틀기에서 찾는다.
그는 'MB 국정 지지도 설문에는 지지도 항목이 없다'는 글을 통해 "대통령 국정 지지도라는 표제어를 단 기사가 실제로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의 결과를 다루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최근 일을 잘 하고 있다고 보느냐' 등 국정 지지도가 아니라 국정 운영 평가 비율로 이름을 붙이는 게 합당한 질문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을 지지하느냐'와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전혀 다르다"며 "전자는 응답자의 지지의사를 묻는 것이지만, 후자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무관하게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 팀장은 이런 식으로 여론조사의 의도와 결과가 어긋나는 사례를 당시 일간지의 보도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가령 <서울신문>은 2010년 5월 12일자 1면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보도하며 상세한 배경을 설명했지만, 불과 3주 뒤인 6월 3일에는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류 팀장은 "<서울신문>은 한나라당의 참패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취임 후 최고 수준이라는 엉뚱한 주장을 보도한 것일까"라며 "이명박 정부가 막을 내리면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은 대통령 국정 지지도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과 진단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여론조사 탐사는 2007년 한나라당의 대통령 경선,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경선, 10.26 서울시장 선거 등 최근 주요 정치 이슈를 빼놓지 않는다.
그는 <락더보트>에서 여론조사의 허점과 한계 외에도 '20대 절반만 투표해도 세상이 바뀐다', '선거는 정교한 꼼수다', '따분한 정책 선거는 언론에 찬밥?', '선거 당일 더욱 숨 막히는 선거캠프', '나꼼수.SNS, 조중동 시대를 끝내다' 등 새로운 선거문화에 주목한다. 또 박근혜, 김문수, 오세훈, 유시민, 손학규,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여론조사 결과에 어떻게 웃고 울었는지도 생생한 현장 취재를 통해 전한다.
책 제목인 <락더보트>는 미국의 젊은 세대가 정치혐오증에서 빠져나와 정치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지난 20년간 벌여온 '락 더 보트(Rock the vote)'운동에서 따왔다.
류 팀장은 "정치라는 수레바퀴가 제대로 굴러가는지 감시하고, 때로는 참여해야 국민의 삶도 편안해 질 수 있다"며 "국민이 정치를 멀리할수록 야만의 시대가 힘을 얻고, 여론 조작 기술자들이 활개를 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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