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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가 왜 불법영화냐"

<현장> 경찰 '대추리의 전쟁' 상영금지로 단체들과 대치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해 시민단체가 주관한 영화제의 전야행사를 원천 봉쇄했다.

25일 오후 7시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맞은편 의주로 공원. 제1회 평화영화제 주관단체인 ‘서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서울 평통사)’은 이날 경찰청 앞에서 평택미군기지 확장 이전 예정지인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의 삶을 그린 기록영화 ‘대추리의 전쟁’을 상영할 계획이었다.

이에 앞서 경찰청 인권센터는 ‘대추리의 전쟁’이 상영 목록에 포함되어있다는 이유로 과거 박종철열사가 고문살해된 남영동 분실을 상영장소로 제공하기로 했던 약속을 번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 평통사는 경찰청 인권센터의 약속 번복과 자의적인 영화검열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이날 경찰청 앞에서 ‘대추리의 전쟁’을 상영하기로 결정한 것.

그러나 오후 7시로 예정됐던 전야제는 5백여명의 병력과 20여대의 차량을 동원한 경찰에 의해 원천봉쇄됐다.

경찰은 이날 서울 평통사 회원과 학생 1백여명을 경찰청 건너편 건널목에서부터 봉쇄했고 빗발치는 항의와 비난에 대해 일절 함구했다. 다만 경찰은 “여러분들이 상영하려는 영화는 심의를 받지 않은 불법영화”라며 해산을 종용할 뿐이었다. 그러나 ‘대추리의 전쟁’은 이미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초청작으로 상영을 마친 작품이었다.

"평택에서 저지른 경찰의 행태가 부끄럽기는 한가"

이날 참석자들은 ‘영화가 흉기냐, 화염병이냐, 보는 것을 왜 막냐’, ‘경찰 폭력이 공개되면 불법영화냐’며 1시간 넘게 경찰과 대치했다.

평화영화제 전야행사로 25일 오후 7시부터 '대추리의 전쟁'이 상영될 예정이었지만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됐다.ⓒ최병성 기자


참가자들은 결국 1시간 넘은 실랑이 끝에 상영을 포기하고 해산했다.ⓒ최병성 기자


평택에서 올라왔다는 한 시민은 “만약 영화가 불법이라면 나중에 불법행위를 통보하고 절차를 밟으면 된다. 상영 자체를 막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라며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의 고통이 담긴 영상물을 막는 것은 결국 경찰 스스로가 그곳에서 저지른 공권력 남용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최 측은 경찰의 봉쇄가 계속되자, 8시 10분경 경찰청 앞 전야제 개최를 포기하고 참석자들에게 간략한 상황 보고를 마친 후 돌아갔다. 이들은 향후 경찰청 앞 1인시위, ‘대추리의 전쟁’ 외부상영 등을 통해 경찰청에 대한 지속적인 항의 행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영석 서울 평통사 공동대표는 “오늘날 인권이 가장 심하게 억압받고 있는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의 고통을 알리려는 우리 서울 평통사가 뭘 잘못해서 경찰이 이렇게 불법적으로 막아서느냐”며 “자칭 인권경찰이 저지른 오늘의 작태는 평택과 다를 바 없다”고 맹성토했다.

'대추리의 전쟁'의 감독 정일건씨도 "경찰이 말하는 불법영화의 근거가 무엇인지 좀 알려주면 좋겠다"며 "대추리.도두리와 관련되는 모든 활동을 재단하고 검열하는 경찰의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제1회 평화영화제 본행사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서울시 영등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열리고 ‘대추리의 전쟁’은 오후 6시30분 개막작으로 상영된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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