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4년전 발표했던 대책 '재탕' 발표"
서울환경연합 "4년전 약속 안 지켜" vs 서울시 "모두 이행"
서울환경연합은 24일 논평을 통해 전날 발표된 서울시 중장기 수방대책에 대해 "2007년 발표한 `수방시설능력 향상 4개년 계획`을 재탕한 것이며 이미 마무리됐어야 할 내용들"이라며 "그럼에도 이들을 대책이라고 내놓는 서울시의 행태는 국민들의 한가위 명절을 절망과 탄식으로 망쳐 놓은 기관의 태도로서 함량미달이며 부도덕한 처사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기존 계획들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었을 경우 재난의 상당부분을 회피할 수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재난대책을 지체시키고 표류시킨 것에 대해 오세훈시장은 시민 앞에 사과하고 해명부터 해야 한다"고 오 시장을 질타했다.
서울시 대책의 주된 내용은 하수관거 및 펌프시설 설계빈도를 현재 10년(시간당 75mm)에서 30년(시간당 95mm)까지 중장기적으로 높이고, 빗물펌프장 41개소를 내년까지 완료하고 40개소의 저지대 빗물펌프장과 8개의 저류조를 추가 조성하겠다는 것.
서울환경연합은 이와 관련, "2007년 수방능력향상 계획에 다 포함돼 있는 내용들인데, 실제로는 2006년 이후 서울에 빗물펌프장이 단 하나도 건설되지 않았으며 하수관로 등에 투자된 예산도 없었다"며 "지난 4년간 홍수 관리를 위한 정책과 예산은 실종상태였다"고 비판했다. 연합은 또 "이번 중장기 대책의 관련 예산은 2007년 계획의 절반 이하이고, 하수관거 등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없어 졸속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은 서울시가 이번 폭우를 시간당 강수량으로는 103년 만에, 3시간 만에 최대 261㎜가 내린 강서 지역의 경우 500년 빈도로 역사상 최대 기록이라며 천재(天災)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이는 9월 하순을 기준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라며 "하수관거나 배수시설이 여름에만 작동하고 가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 바에야 연중 최대 강수량과 비교했어야 한다"며 "원인을 천재로 돌리는 것은 비겁하고 졸렬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하루 최대 강수량은 2002년 8월 태풍 루사 때 강원도 강릉에서 기록된 871㎖이며,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1998년 7월 전남 순천에서 기록된 145㎖라는 것.
연합은 또한 이번 홍수에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강서구 화곡동과 양천구 신월동에 대해서도 "대부분 저지대고(범람원도 아니라 수로였던 곳들), 그나마 하천이 복개되면서 극단적으로 좁혀졌고(3.5m×2.5m), 토지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하(또는 반지하) 개발이 의무화됐던 곳"이라며 서울시에 의한 인재임을 강조하며 반지하 개발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통해 "2007년도 '수방시설능력 4개년 추진계획'에 따라 9월 현재 빗물펌프장 9곳의 증설을 마쳤고 1천37억원을 들여 19곳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내에 13곳이 추가로 착공되는데 당시에는 신규 건설 계획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또 빗물펌프장과 하수관거를 무한정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어 2004년부터 올해까지 508억원을 들여 빗물저류조 16곳을 설치하고 저지대 침수지역의 통수단면 확대사업을 추진해 현재까지 618㎞ 중 443㎞를 완료했기 때문에 하수관로 등에 투자한 예산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반지하주택의 신규 공급을 억제할 계획이라며 서울환경연합의 지적 중 일부를 수용했다. 서울시는 이날 발표를 통해 반지하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다 적절한 시기에 가폐쇄하겠다며, 반지하주택의 건축허가를 제한할 수 있도록 건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반지하주택 공급을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주택 326만가구 중 약 35만가구(10.7%)가 반지하주택이며, 이번 폭우로 피해를 본 9천419가구 중 대부분이 반지하주택이다.
다음은 서울환경운동연합 성명 전문.
서울시 수방대책」완료됐어야 할 2007년 계획 재탕. 진정성 없고 무책임
-2006년 이후 빗물펌프장 신증설 0개, 하수관거 개선 사업도 없어-
-260㎖/일에 침수되고 마비된 수도 서울, 홍수 관리 실패 책임 따져야-
서울시가 어제(23일, 목) 발표한 「서울시 중장기 수방대책 (클릭하면 해당 자료에 자동연결)」은 2007년 발표한 「수방시설능력향상 4개년 계획」을 재탕한 것으로, 이미 서울시 물관리국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것이며, 벌써 마무리됐어야 할 내용들이다. 또한 2008년 5월 15일, 2009년 3월 6일, 2010년 3월 16일, 2010년 5월 13일 네 차례에 걸쳐 냈던 보도자료들, ‘시민 수해안전 물샐 틈 없이 지킨다’, ‘「재해대비」풍수해 취약시설 일제점검 실시’, ‘서울, 기상이변 대비 수해대책 강화’, ‘수해 걱정 없는 서울, 수방 대책 본격 가동’과도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이들을 대책이라고 내놓는 서울시의 행태는 국민들의 한가위 명절을 절망과 탄식으로 망쳐 놓은 기관의 태도로서 함량미달이며, 부도덕한 처사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기존 계획들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었을 경우 재난의 상당부분을 회피할 수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재난대책을 지체시키고 표류시킨 것에 대해 오세훈시장은 시민 앞에 사과하고 해명부터 해야 한다.
서울시의 중장기 수방대책의 주요내용은 ‘하수관거 및 펌프시설 설계빈도를 현재 10년(강수량 75㎖/hr)에서 30년(강수량 95㎖/hr)까지 상향 조정해 배수 및 통수 용량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빗물펌프장 41개소를 2011년까지 완료하고, 40개소의 저지대 빗물펌프장과 8개의 저류조를 각각 2,500억원과 436억원을 투입해 임기 중에 추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7년의 「수방능력향상 4개년 계획」은 이미 이들 내용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52개소 빗물펌프장 신증설(4,645억원), 111개 빗물펌프장 전기설비 보강(222억원), 하수관거 250㎞ 정비(4,500억원), 하천제방 28㎞ 보강(656억원) 등’을 위해 1조 23억원을 투자해 2010년까지 완공토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후 보도자료들은 4개년 계획이 정상적으로 추진 중인 것처럼 홍보해 왔다.
그러나 실상은 2006년 이후 서울에는 빗물펌프장이 단 하나도 건설되지 않았으며(서울시 자료), 하수관로 등에 투자된 예산도 없었다. 지난 4년 간 홍수관리를 위한 정책과 예산은 말 그대로 실종상태였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2010년 3월 보도자료 등에서 ‘서울시는 침수 시 피해가 많은 저지대 지역의 빗물펌프장 41개소의 배수시설 능력을 75㎖/hr에서 95㎖/hr로 향상하는 등 집중호우로 인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여름, 2주 동안 533㎖/일의 장대비가 내리는 등 63년만의 최대 강우량이 쏟아졌지만 수해로 인한 큰 피해 및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등, 거짓 보도자료를 상습적으로 배포해 왔다. 또한 2010년의 「중장기 계획」이라는 것에는 관련 예산이 2007년 계획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고, 하수관거 등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없어 졸속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또한 서울시는 보도 자료에서 이번 한가위 물난리 원인을 ‘시간당 강수량으로는 103년 만에, 3시간 만에 최대 261㎖/일이 내린 강서 지역의 경우 500년 빈도로 역사상 최대 기록이다.’고 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는 9월 하순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렇다는 것인데, 하수관거나 배수시설이 여름에만 작동하고 가을에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 바에야, 연 중 최대 강수량과 비교했어야 한다. 참고로 하루 최대 강수량은 2002년 8월 30일 태풍 루사 때 강릉에서 기록된 871㎖/일이며, 시간 최대 강수량은 1998년 7월 31일 순천에서 기록된 145㎖이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259.5㎖/일, 98.5㎖/hr에 침수되고 마비된 사건에 대해 원인을 천재(天災)로 돌리는 것은 비겁하고 졸렬한 일이다.
이에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의 홍수관리 정책의 실패에 대한 원인과 책임의 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국회의 국정감사와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심도 깊게 논의되기를 바란다. 또한 감사원 등에서도 합리적인 점검을 통해 서울시 행정의 방향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여 서울환경연합은 서울시가 추진해 온 또 발표한 홍수관리 정책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하수관로를 확장하고, 배수시설을 늘리기 위한 예산을 감당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도시의 빗물을 모두 배제했을 때 발생하는 지하수위의 저하, 물 부족 등 물순환체계의 교란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거대도시, 고도로 집적된 서울에서 빗물펌프장과 저류지 몇 개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은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발상이다. 홍수를 빌미로 토목 예산을 손쉽게 확보하겠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역, 시기, 대상에 따른 다양한 방법이 도입되어야 하며, 주민들의 참여 속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합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 홍수에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강서구 화곡동과 양천구 신월동 일대는 대부분 저지대고(범람원도 아니라 수로였던 곳들), 그나마 하천이 복개되면서 극단적으로 좁혀졌고(3.5m×2.5m), 토지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하(또는 반지하) 개발이 의무화됐던 곳이다. 또 서울시 물관리국 관계자가 ‘빗물펌프장이 양천에 4곳, 강서에 6곳 있으며 처리용량도 다른 지역보다 크다.’고 주장했던 곳이기도 하다(연합뉴스 22일 기사). 따라서 역류를 방지하기 위한 시설(소형 펌프)을 지원하고(현재 3,000여개가 설비), 배수 시설 관리 매뉴얼을 개선하고(이번에도 작동이 늦게 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었음), 반지하의 이용을 제한하는(기존 시설에 대해 지원 후 폐쇄) 등의 대책을 당장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아가 빗물의 지하침투 및 저장 시설(세대 및 단지 차원 조성), 유수지를 겸할 수 있는 녹지와 공원의 확보(주거지보다 낮게 설치), 건축물의 필로티 구조 의무화(1층 사용 제한) 등을 통해 도시 공간 자체를 홍수에 적응할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수해 지역들에 대해 도시계획과 관리 과정에서 단 한번이라도 합리적으로 검토됐더라면, 정책자들이 자연에 대한 겸손과 인명에 대한 고귀함을 조금이라도 가졌더라면, 터무니없는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론의 눈치를 봐가며 하루 만에 만들어낸 대책이란 것은 마땅히 폐기되어야 하며, 피해자들과 시민들의 경험과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고는 났지만, 앞으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복구의 과정이라도 현명해야 한다.
2010. 9. 24.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