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선상반란 "당이 쓰레기 소각장이냐?"
<현장> '김태호 불가론' 급속 확산, "안상수는 '로봇 대표'"
"당이 쓰레기 소각장이냐", "안상수는 로봇대표"
당 지도부는 27일 오전 의총을 소집하고 이날 오후 있을 김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의원들의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공개 회의에서 의원들의 성토가 쏟아져나왔다.
복수의 의원들에 따르면, 친이 심재철 의원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자진사퇴해야 한다"며 부적격자들을 대거 내정한 8.8개각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그러자 친이 정태근 의원도 "지역구 당원과 비당원에게 여론조사를 해봤더니 당원에게선 70%, 비당원에게선 80%가 김 후보자의 총리 임명을 반대했다. 절대 안 된다"며 "이번 인사 검증에 실패한 인사-민정라인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가세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유정현, 홍일표, 권영진, 이종혁 의원 등도 '김태호 불가론'을 펴며,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된 다른 내정자들도 질타했다. 유정현 의원은 "맛있는 밥상이 차려져 있어도 식당주인이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레 같은 행주로 식탁을 닦으면 손님들이 그 식당에 다시 가고 싶겠느냐"며 개각 인사 후보자들을 '걸레'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의원들의 강도높은 성토 릴레이에 김태호 임명동의안을 강행처리하려던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는 크게 당황했고, 김 원내대표는 의총 뒤 원내대표단들을 따로 불러 점심을 함께하며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난 모 의원은 "한나라당이 무슨 쓰레기 소각장이냐?"며 "이런 인사를 하고 잘 넘어가길 바랐던 것 자체가 오산"이라고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강력 질타했다.
그는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오늘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진 것은 당 지도부가 이미 김태호 후보자를 비롯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적당히 넘어가겠다는 뜻을 굳혔기 때문"이라며 "안상수 대표의 경우 전대에서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당원들에게 약속해놓고 지금 '로봇 대표' 노릇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다른 의원들의 분위기도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당 지도부가 의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60%의 의원이 "김태호는 총리로 부적격"이란 비판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0~31일 한나라 연찬회에서 2차 폭발할듯
이렇듯 의원들의 반발이 크자, 당 지도부는 일단 이날 예정된 김태호 인사청문 특위에서의 경과보고서 강행처리를 보류하기로 했고, 따라서 이날 본회의 자체가 자동 무산되면서 임명동의안은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문제는 의원들의 선상반란이 이날 의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한나라당은 오는 30~31일 1박2일로 연찬회를 열 예정이다.
이미 정두언, 정태근, 남경필 의원을 비롯한 친이 비주류는 연찬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고, 개혁소장파 모임인 '민본21'도 연찬회때 할 말을 하겠다는 분위기다. 이미 몇몇 의원이 불가 입장을 밝힌 친박쪽 기류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입장을 밝히라"는 여론 압력도 점점 세지고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당 지도부에 "총리 인준동의안은 법에 따라 표결 절차를 밟아달라"며 표결 강행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단순히 이번 개각 파동이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라며 초계파적으로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음을 전한 뒤, "이대로 가다가는 김태호 후보자가 직접 결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우회적으로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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