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신문들 선상반란, "4대강사업은 재앙"
"250km 돌아보니 재앙 진행중", "생태계-수질 파괴 기가 차"
<부산일보><국제신문>의 '19일 선상반란'
천주교, 불교계의 대대적 4대강사업 저지운동 돌입에 있어, 4대강사업 중 최대 공사가 진행중인 PK지역의 언론들까지 사업중단을 촉구하는 선상반란을 일으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강행하고 있는 4대강사업이 중대 저항에 직면한 양상이다.
19일자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은 작심한듯, 한 목소리로 4대강사업을 강도높게 질타하고 나섰다.
PK지역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부산일보>는 4대강사업 현장 취재 기사 5건과 사설을 통해 4대강사업이 몰고오는 재앙을 사진 등과 함께 적나라하게 보도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집중적 문제제기였다. <국제신문>도 2건의 현장기사를 통해 낙동강 습지가 대규모 소실 위기에 직면했음을 고발했다.
이들 매체는 4대강사업 초기만 해도 4대강사업에 호의적인 매체들이었다. 따라서 MB정권 입장에서 보면 '충격적 선상반란'일 수밖에 없어보인다.
<부산일보> "생태계-수질 파괴 기가 찰 노릇, 즉각 중단하라"
우선 <부산일보>는 5건의 폭로성 르포기사를 통해 4대강사업의 심각한 생태계·수질 파괴 현장을 고발한 뒤, 이에 기초한 <수질과 생태계 파괴 속속 드러나는 낙동강 사업>이란 사설을 통해 MB정부를 질타했다.
사설은 "낙동강 사업에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어 걱정스럽다"며 "본보가 낙동강 사업 공사 현장을 현장 취재한 결과, 낙동강 중·상류 지역의 수질과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구체적으로 "강물은 누런 흙탕물로, 수변 지역은 높은 모래성이 연이어져 사막을 연상케 할 정도라니 사태가 심각하다"며 "한국습지NGO네트워크는 낙동강 사업 구간에 있는 습지 58곳 가운데 대부분이 소실 위협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칠곡보와 구미보 사이에 위치한 해평습지를 답사한 결과 이 같은 우려가 사실로 확인됐다. 철새 도래지를 의심케 할 만큼, 전형적인 공사판으로 변해 있었다고 한다"며 대규모 습지 파괴를 우려했다.
사설은 이어 수질오염과 관련해서도 "부산시민들의 식수원인 낙동강 '수질 재앙'도 그냥 넘길 수 없게 됐다"며 "경북 상주시 사벌면 낙동강 34공구 공사현장 인근에는 '낙동강 700리 시발지' 표지석이 있다. 바로 인근의 준설작업 공사 현장까지 누런 흙탕물이 넘치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사설은 "이쯤되면 어떻게 부산시민들이 낙동강 물을 마실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이런 이유로 정부와 부산시가 남강댐 물을 부산으로 끌어오려는 광역상수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사설은 결론적으로 "물고기와 새들이 찾아오는 강을 만들겠다는 4대강 사업이 오히려 그들의 삶터를 파괴하고 내쫓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이 생명을 담보로 하는 실험 대상이 돼서도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낙동강 공사를 일단 중단하고 사업 추진에 따른 수질 오염과 생태계 파괴 실태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낙동강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사설은 또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민관합동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며 "낙동강은 보 공사가 8개에 이를 정도로 유역이 광대한 식수원이다. 그런 만큼 동시다발적 4대강 사업 추진보다는 시차를 갖고 추진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통령 임기 내 사업 완료'라는 밀어붙이기 식 사업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거듭 이 대통령에게 밀어붙이기 중단을 촉구했다.
<부산일보> "250km 돌아보니 곳곳에서 '재앙' 진행중"
<부산일보>가 이날 사설과 함께 보도한 5건의 현장 르포기사는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다. <부산일보>는 경북 안동시 영가대교 인근 반변천에서 최하류인 부산 삼락·염막 둔치에 이르는 낙동강 수계 250여 ㎞에 대한 현장취재를 벌였다.
취재 결과,낙동강과 그 주변지역의 광경은 '낙동강 사업=녹색 축복'이라는 정부의 공언이 헛된 구호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평균 15% 안팎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수계 내 8개 보(洑) 공사 현장은 가장 위쪽인 상주보에서 맨 아래 함안보에 이르기까지 오탁방지막과 침사지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흙탕물이 쉴새없이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이미 중금속에 함유된 오니토가 발견됐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킨 달성보와 합천보, 함안보 인근에선 오니토로 의심할 만한 검은색 퇴적토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지난 13일 오전 상주보 건설현장 인근인 경북 상주시 중동면 강창교에서 바라 본 강물은 녹조가 발생해 탁도가 눈에 띠게 높아진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조금 아래쪽인 경천교와 중동교 부근의 상황은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켰다. 상수원보호구역이란 푯말이 붙은 교량 부근에선 강물이 녹색 빛을 강하게 띠었고, 특히 중동교 밑에선 공사하면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기름이 띠를 형성하면서 흘러가고 있었다.
정부가 수질악화를 막기 위한 카드로 내세운 오탁방지막과 침사지(沈砂池)는 공사현장 마다 제 역할을 못하고 있었다. 상주보 공사현장과 구미 해평습지 인근, 달성보 공사현장 등에선 끊기거나 뒤집어진 채 둥둥 떠다니는 오탁방지막이 발견됐고, 합천보 부근에선 가물막이 내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침사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시멘트가 섞인 물이 현장 밖으로 배출되고 있었다.
환경영향평가 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낙동강 사업은 생물 다양성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란 지적이 높아가고 있다. 낙동강에 건설될 8개 보 중 칠곡보와 구미보 사이에 위치한 해평습지가 대표적 예다. 이 습지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풍부한 영양물이 침전, 퇴적돼 형성한 하천습지로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으로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흑두루미·큰고니 등이 겨울을 나는 곳이었다.
현장을 보니 해평습지는 이미 이곳이 철새 도래지인지 의심케 할 만큼, 전형적인 공사판으로 변해 있었다. 대형 포크레인들이 줄지어 강에 들어가 준설을 하는 바람에 강물은 누런 흙탕물이 됐고, 어림잡아도 50만~60만평은 넘어 보이는 습지 인근 구미제방 둔치에는 준설토가 산더미처럼 쌓여 때마침 부는 강풍에 '낙동강 발 황사(黃沙)'를 날리고 있었다.
낙동강에 건설중인 8개의 보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하천법 등에서 높이 15m를 보와 댐을 나누는 기준이란 점을 내세워 이러한 공세를 피하려 한다. 하지만 함안·달성·구미·상주보는 높이 10m, 길이 500m를 상회한다는 점에서 국제대댐협회(ICOLD)의 규정으로 보면 댐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보가 생기면 유속이 느려지고, 그에 따라 퇴적물이 많이 쌓이게 된다는 점도 수질악화를 초래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좌관 부산 가톨릭대(환경공학과) 교수는 "댐(보)이 건설되면 낙동강 본류의 건기 유하시간은 현재의 18.347일에서 10배 이상 긴 185.8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수질악화는 필연적이며 생태모형 적용결과 수질은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가 3.15배, 녹조를 유발하는 클로로필이 1.9배로 늘어나 수질이 현재의 2급수에서 3~4급수로 전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신문> "축구장 1600개 넓이의 습지 사라져"
<국제신문>은 2건의 르포기사를 통해 4대강공사에 따른 '습지 소멸'을 집중 보도했다.
<국제신문>은 "국토해양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직·간접 영향을 받는 낙동강의 습지는 총 38곳 2218만 ㎡(부산 경남은 21곳 418만 ㎡, 대구 경북은 17곳 1800만 ㎡)에 이르며, 이 중 26%에 해당하는 570만 ㎡가 소실될 처지"라며 "이는 단순 계산해도 정규규격 축구장(7200㎡) 800개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하지만 본지 취재팀이 4대 강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표시된 하도준설선을 바탕으로 현장 조사해 보니 본포의 무명 하중도처럼 미등록 습지를 포함하면 이보다 최소 2배의 습지가 훼손될 것으로 분석됐다"며 "낙동강의 주요 습지에는 거의 예외없이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멸종위기종인 삵이 서식하고, 중·상류에는 흰수마자·여울마자 같은 국내 고유 어종이 조사돼 보존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낙동강·밀양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딴섬습지는 이미 '대수술' 중이었다. 25만 ㎡ 규모의 습지 중 강변부 상단에는 10여 대의 포클레인과 수십 대의 트럭 부대가 분주히 오가며 절개공사에 바빴다. 설계상에는 이곳 습지 약 30%가 잘려나간다.
또한 낙동강 중류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경북 구미시 해평읍의 총 760㏊에 이르는 해평습지는 전체의 52%가 준설사업의 직접 영향권이다.
낙동강 상류로 올라갈수록 습지 훼손은 더 심해진다. 생태경관이 좋은 안동 구담습지는 보 설치와 준설로 인해 전체 301만 ㎡ 중 50%가 사라진다. 이곳은 현재 보 설치를 위한 가물막이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구담교 아래엔 흙탕물이 흘러내렸고, 오탁방지막은 있으나 마나 했다.
안동 남후면의 검암습지(120만㎡)도 79%가 소멸된다. 습지보전등급 '상'으로 보존가치가 높게 평가됐지만, 곡류부 대부분이 깎여나간다는 것. 구석기 유적이 있는 인근의 마애습지도 비슷한 운명이다.
안동 병산서원 들머리에 위치한 병산리습지(13만1200 ㎡)도 절반가량이 날아갈 상황. 이 밖에 와룡습지(184만 ㎡ 중 60% 소실), 지보습지(140만 ㎡ 중 76.2%), 안교습지(188만 ㎡ 중 67%), 풍산2, 3습지(25만 ㎡ 중 88%)등 대규모 습지들도 각각 절반 이상 준설에 쓸려갈 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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