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법정스님 "대운하는 재앙. 반드시 막아야"
"대운하 환영하는 자들은 땅 투기꾼뿐"
법정스님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 2008년 4월20일 서울 길상사에서 열린 정기법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대운하가 몰고 올 엄청난 재앙을 경고했었다.
스님은 "근래에 와서 이 땅의 생태계가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다. 주위를 보면 어디 하나 성한 곳 없이 허물고 파헤쳐져 피 흘리며 신음하고 있다"며 "그런 중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 사업으로 은밀히 추진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를 파괴하려는 끔찍한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땅은 조상 대대로 내려 온 우리의 영혼이고, 살이고, 뼈이다. 그리고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신성한 땅"이라며 "이런 땅에 대운하를 만들겠다는 생각자체가 국토에 대한 무례이고 모독"이라고 꾸짖었다.
스님은 "한반도 대운하는 물류와 관광을 위해서라고 한다. 몇 가지 경제논리에 의해서 신성한 땅을 유린하려는 것은 대단히 무모하고 망령된 생각"이라며 "삼면이 바다이고 고속철도와 고속도로가 수송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로 미루어 그것은 결코 타당한 구상이 아니다. 서울 부산 간 넓은 바닷길을 이용한 운송회사가 정부의 지원에도 타산이 맞지 않아 문을 닫았는데, 댐을 만들고 다리를 만들고 산에 터널을 뚫어야하는 운하가 무슨 경제성이 있겠는가. 그리고 운하는 세계적으로도 사양 산업"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또 "한반도 대운하를 환영하는 사람들은 운하를 교통수단을 이용하겠다는 사람이 아니다. 개발로 땅값이 오르는데 관심 있는 땅 투기꾼들이다. 벌써부터 운하 예정지에 땅값이 치솟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일부 건설업자들이다. 국민 대다수는 반대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진단하기도 했다.
스님은 더 나아가 "강물이 흘러가지 못하도록 채워놓고, 콘크리트 제방을 쌓는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강이 아니다. 그리고 갈수록 빈번해지는 국지성 호우로 인해 홍수 피해를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 1920년 미국 플로리다 운하가 완공되자마자 범람하여 2000여명이 떼죽음을 당한 참사가 그 예"라며 "운하는 물을 항상 채워놔야 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호우로 범람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운하가 가뭄을 막아준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운하는 항상 수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빼서 쓸 수 없다"며 대운하의 허구성을 갈파하기도 했다.
스님은 또한 "대통령의 공약사업, 홍보부의 그럴 듯한 그림으로 순진한 지역주민들을 속인 것이다. 개발 욕구에 불을 붙여 국론을 분열시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부도덕한 처사이다. 문경이나 상주가 마치 부산과 같은 항구도시로 발전되리라는 환상을 주는 것도 비열한 속임수"이라며 "지난 국회의원 선거기간 뉴타운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민을 속여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도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라고 정부여당을 싸잡아 질타하기도 했다.
스님은 결론적으로 "이것은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며 "국토해양 관계기관에서는 내년 4월 착공해서 대통령 임기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하니 이것이 말이 되는가. 이런 무모한 국책사업을 지켜보고만 있다면 우리는 이 정권과 함께 우리 국토에 대해 씻을 수 없는 범죄자가 될 것이다. 이런 무모한 구상과 계획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사전에 나서서 막아야 한다. 그것은 신성한 우리의 의무"라며 대운하 사업을 반드시 막을 것을 독려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