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유령 여론조사' 알고보니 강남에서...
'유령회사'에서 여론조사 빙자해 세종시 정부안 일방홍보
MBC <후플러스>는 11일 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후 충청 일대 가정마다 걸려와 정치적 논란이 된 '유령 여론조사'를 심층취재했다.
<후플러스>에 따르면, 문제의 ARS여론조사는 "지난 1월 11일 정부는 세종시발전방안에 대한 수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자 하오니 잠시만 시간을 내어 주시기 바랍니다"로 시작됐다.
이어 "정부안에 따르면,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전자 등 다섯 개 계열사가 2조5백억, 한화그룹은 태양광발전을 중심으로 1조3천억원을 투자합니다. 그 외 9천억원을 투자하는 웅진그룹 등 총 5개그룹에서만 4조5천억원을 세종시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고려대가 분교를 세우면 3천200명의 학생이 온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등으로 정부안을 조목조목 소개한 뒤, 항목마다 "알고 있다면 1번, 모르고 있다면 2번"을 누를 것을 주문했다. 이같이 일방적인 세종시 수정안 홍보를 한 뒤 맨 마지막에 원안을 원하면 1번, 수정안을 원하면 2번을 누르라는 식으로 여론조사를 마쳤다.
전화를 받은 한 주민은 "그건 여론조사가 아니라 오히려 대국민 홍보라고 해야지"라고 비판했고, 다른 주민도 "이것을(수정안)을 PR(홍보)하는 거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이지. 너무나 국민들 속이는 행위"라고 울분을 토했다.
<후플러스>는 더 나아가 한 인터넷언론이 녹음해 공개한 유사 전화설문조사의 배후를 추적했다.
문제의 설문조사는 "PR전문기관인 000리서치입니다"라며 "지난 1월11일 정부는 행정중심도시건설이라는 원래의 계획을 10년 앞당겨..."라는 식으로, 조금씩 다른 내용이 섞여 있으나 정부안을 홍보하기란 마찬가지였다.
녹취에 나오는 해당 여론조사 기관을 찾아봤으나, 여론조사협회 소속도 아니고 인터넷 검색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114에도 등록이 안돼 있었고,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도 기록이 없었다. 그러나 대법원 등기부등본을 떼어본 결과, 드디어 찾아 등기부상의 주소인 서울 강남 건물에 간판도 없는 사무실을 찾아갔다.
사무실측은 "000리서치 대표님만 계시고 직원은 안 계신다. 대표님 지금 자리에 안 계시는데요"라며 "여기 회사가 여기가 아니에요. 다른 쪽에 있어요. (등기부등본상) 등록은 돼 있어도 저희가 회사가 몇 개가 더 있어서..."라고 말했다.
<후플러스>는 그러나 어렵게 문제의 회사 대표를 만날 수 있었고 누가 이런 설문조사를 의뢰했는지 물어봤지만, 그는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개인적으로 궁금했고, 할만해서 했을 뿐"이라는 대답 외에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3당은 이미 이같은 여론조작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한 ‘세종시 수정 추진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했고, 자유선진당은 국회의 국정조사에 앞서 별도의 진상조사단을 꾸려 신속히 관련 의혹을 조사하자며 설 이후에 본격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유령 여론조사'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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