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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옥중 서신'

[전문] 자이툰 부대 철군 요구하며 단식 돌입

양심적 병역거부는 지난 2001년 오태양씨가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사회적인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전히 ‘종교.양심의 자유’와 ‘국방.병역의 의무’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 사이 우리사회의 양심적병역거부자는 2천명(2006년 3월 10일 기준 9백30명 구속 수감 중)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2003년에는 현역 군인으로서는 최초로 강철민 이병이 병역을 거부했고 2004년에는 서울남부지법이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죄판결은 두달 뒤 대법원을 통해 유죄로 뒤집혔고 한달 뒤인 2004년 8월에는 헌법재판소가 양심적병역거부자에 대한 병역법상 처벌을 합헌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초등학교 교사 신분으로 병역을 거부해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태훈씨를 비롯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지금도 계속 감옥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해 6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뒤 현재 청주 교소도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문상현씨(24)가 옥중단식에 돌입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희망사회당에 보낸 온 편지를 통해 “9.11테러 6주기를 맞이해 전쟁반대.평화실현을 위한 옥중단식을 9월 1일부터 11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구 저편에서는 죄 없이 무수한 생명이 짓밟히고, 이 땅에서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양심에 슬며시 눈을 감고 있다.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된다”며 한국정부의 자이툰부대 철수를 강력히 촉구했다.

다음은 문상현씨의 옥중 서신 전문이다.

옥중 서신

숨 막힐 듯 무더웠던 여름. 그 강적이 소리 없이 물러난 자리엔 어느새 가을이 들어서 버렸습니다. 무더위로 20여 일간 불면의 밤을 지새우던 수용자들의 찡그린 표정도 다시 밝아졌고, 산허리를 휘감고 불어오는 솔바람은 지친 심신을 가뿐하게 해줍니다. 아~! 이렇게 다시 가을을 만나는군요.

출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지금, 저는 작은 싸움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 싸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중동인민들에 대한 침략과 학살을 중단하고, 한국정부가 이라크에 파병한 자이툰부대를 철수하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위해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중단하고,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 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저의 뜻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더불어 양심적 병역거부운동과 평화주의 운동이 지식인들의 소극적 실천을 넘어 자본주의와 국가주의 억압에 당당히 저항하는 적극적 투쟁일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작은 디딤돌을 놓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실천은 올해로 6주기를 맞는 9.11참사를 기리는 (9월1일부터 11까지의) 옥중단식이 될 것입니다. 오로지 물과 소금만으로 버티며 저의 뜻을 벗들과 한국정부에 알려내려 합니다.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200년 9월 11일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것은 비극이었습니다. 하지만 9.11로 희생된 이들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끝없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제 비극을 넘어 절망이 되었습니다. 무수한 이들의 죽음 뒤에는 그들의 죽음을 통해 더 많은 권력, 더 많은 석유, 더 많은 영토를 얻고 희희낙락해하는 더러운 자들이 있고, 그들은 여전히 끝나기 않는 죽음의 연극을 계속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를 마주하는 우리는 그 참혹한 현실을 현실의 논리로 비껴가려합니다. 그렇게 지구 저편에서는 죄 없는 무수한 생명이 짓밟히고, 이 땅에서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양심에 슬며시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과 생명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상실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은 공존을 통해서만 진정한 삶을 실현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중동평화를 위한 일환으로 침략전쟁의 도구가 되어버린 자이툰부대의 철수를 한국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합니다.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주권확립을 위해 전시 작전권을 환수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한반도를 국제분쟁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는 것은 왜 모른척하는 걸까요. 적당한 수중의 거래라 여기고 흡족해 하는 것일까요. 진정한 평화는 적당한 성의 타협이 아니라 올바른 원칙과 공개적인 대중의 지지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주권은 대한민국 정부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기지이전이 주민생존권의 일방적인 말살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볼 때 정부의‘주권 되찾기’는 허구일 뿐입니다.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 김태훈씨가 실형 1년 8개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정치적 신념을 차별하는 것이 옳다는 재판부의 입장은 이미 실형을 받은 타 병역거부자들과의 형평성에서도 어긋날뿐더러, 평화 운동가들의 정치적 신념을 옥죄는 보수적인 판결입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 스스로 의기롭게 돌파해나가지 않는다면 병역거부운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더 강력한 지배와 통제를 위해 하나의 선례를 만들고자 한다면 우리 역시 이 땅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또 다른 선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전반의 보수화속에서 대체복무제가 뒷전으로 밀려난 지금, 우리는 평화를 염원하며 감옥을 택한 1000여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대체 복무제 도입을 재차 요구해야 합니다.

편지가 길어졌습니다. 한번의 저항과 목소리로 바꾸어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극히 적은 것입니다. 하지만 소리 없이 갑작스레 다가온 가을처럼 우리의 끊임없는 투쟁은 언젠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아름다운 결실을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지들, 9.11참사 6주기를 맞아 평화의 염원을 담아 더 큰 연대와 목소리로 평화를 외쳐주십시오.

그럼, 우리의 싸움에 건투를 빌며...

2006. 8. 19
문상현
최병성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2 2
    선상님

    양심적으로 놀면 정일이한테 핵맞는다
    정일이는 멍청한 양심범들을 태워죽이는게
    취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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