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뇌부 "용산작전, 무리한 진압이었다"
'2천여쪽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돼, 검찰 반발 등 파문 확산
용산참사 항소심을 진행중인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광범)는 지난 13일 그동안 검찰이 "국가안보"와 "경찰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해온 2천160여쪽의 수사기록을 피고 변호인들이 복사하도록 허용했다. 용산참사 피고인측 변호인단은 이에 14일 저녁 문제의 수사기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밤늦게까지 그 내용을 파악했다.
피고인측 김형태 변호사는 15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수사기록을 일독했음을 밝힌 뒤, "검찰이 그동안 주장해온 '국가 안보'나 '경찰 사생활 침해'는 전혀 관계 없는 것임이 이번에 드러났다"며 "이번 기록에는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다음에 그 밑에 참모들로서 굉장히 중요한 정보관리 부장이나 기동본부장, 경비본부장, 그 때 실질적인 핵심 역할을 했던 서울청장, 청장참모들의 진술들이 쫙 들어 있다. 거기 보면 그 본인들이 이제 뭘 잘못했는지 이런 것에 관한 것을 검찰에서 추궁을 하고 본인들이 상당 부분 잘못을 시인하는 그런 부분들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그때 투입해서 그 작전을 하는 것이 말하자면 '무리한 진압이었다'. 그리고 자기들이 그런 상황을 알았더라면 '중지시켰을 거다', 뭐 그런 내용들이 쫙 나온다"며 경찰 수뇌부가 용산진압작전을 '무리한 작전'으로 평가했음을 전했다.
그는 이어 "그리고 현장에서 지휘를 하고 또 CCTV 가지고 서울청에서도 지켜보고 그랬는데, 그 때 총 지휘 책임 계열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도 그 위에서 벌어진 상황을 몰랐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만약에 알았더라면, 그런 상황인 줄 알았더라면 정지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보면 밑에 사람들한테 책임을 떠넘기면서...어쨌든 그 진압과정이 잘못되었다는 점들은 시인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용산화재 발생 원인과 관련해서도 "이번에 기록 중에 보면 화염병에 붙은 것과는 전혀 다른 그런 불길이 처마 사이로 막 흩어져 나갔다, 그건 이제 화염병과 상관 없이 불이 났다는 거다. 그래서 불을 껐다, 이러한 화인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경찰진술들이 좀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과 검찰이 수사기록 공개에 반발해 전날 재판부 기피신청을 낸 데 대해서도 "화재 원인이나 공무 집행이 정당했는가에 대한 것을 밝히기 위한 핵심 자료들이고 그런 내용들이 이미 들어 있기 때문에 이 내용 자체가 굉장히 중요해 이거를 공개하는 건 당연히 형사법상 나와 있는 얘기"라며 "그거를 공개했다고 해서 기피신청을 한다, 정말로 어떻게 보면 좀 터무니없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좀 벗어났다"고 힐난했다.
이에 앞서 14일 서울중앙지검과 신두호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은 각각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신두호 부장은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등 당시 경찰관계자 15명을 대표해 기피신청을 냈다. 검-경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것은 사법사상 초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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