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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최대승부처는 '불펜전쟁'

[전망] 한국 '평상심' 유지하면 승리 가능

오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고 팻코파크에서 벌어질 한국과 일본과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은 투수력으로 판가름이 날 공산이 크다.

한국은 ‘컨트롤의 예술가’ 서재응이 선발로 예고되어있고, 일본은 ‘완벽 포크볼’을 구사하는 우에하라가 선발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서재응은 이번 대회 들어 메이저리그 탑클래스 수준의 완벽한 제구력을 과시하며 아시아지역예선 대만전과 8강리그 멕시코전에 선발등판에 2승으로 거두면서 다슨 공동 선두에 올라있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에이스 우에하라는 지난 미국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동안 안타를 7개 허용했으나 뛰어난 위기관리능력과 고비때마다 구사하는 마구 수준의 포크볼을 앞세워 무실점으로 호투한 바 있다.

WBC 준결승 선발로 예고된 한국의 서재응, 일본의 우에하라. ⓒ연합뉴스


양 팀 선발투수 공략 쉽지 않을듯

한국과 일본 양팀의 타자들 입장에서 서재응과 우에하라를 쉽사리 공략하기는 어려워보인다. 또한 8강리그와는 달리 한계투구수가 95개로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양국의 선발투수가 6~7이닝은 책임져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서재응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볼배합이 상대타자들에게 간파당할 경우 연타를 허용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재응과 배터리를 이루는 포수는 투수리드에서 단조로운 볼배합을 피해야 일본의 정교한 타자들을 공략할 수 있다.

일본의 선발 우에하라는 1999년 ‘일본의 사이영상’격인 사와무라상을 수상하며 요미우리의 부동의 에이스로 활약해왔다. 언급한대로 마구수준의 포크볼을 구사하는 위력적인 투수로서 이승엽도 우에하라를 상대로 7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우에하라도 전성기때에 비해 구속과 구위가 떨어진 게 사실이고 작년 성적만 봐도 27경기에 나와 9승 12패 방어율 2.99로 결코 난공불락의 요새만은 아니다. 김인식 감독은 "우에하라는 하향기를 맞고 있다"며 공략에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따라서 한국의 타자들은 우에하라와의 성급한 승부를 자제하고, 좋지 않은 공은 커트해내면서라도 최대한 볼을 많이 던지게 함으로써 최대한 조기에 우에하라를 마운드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불펜진의 컨디션이 승패 가를 전망

물론 일본이 ‘괴물’ 마쓰자카를 구원투수로 활용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줄곧 선발로 뛰어온 선수가 구원등판했을 때의 투구컨디션은 일본의 코칭스텝들도 장담 할 수 없고, 만약 한국을 이겼을 경우 결승전을 대비해야할 필요성도 있으므로, 지금으로선 스기우치, 시미즈, 야부타, 후지타로 이어지는 기존의 탄탄한 불펜진을 활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타자들이 일본의 불펜진의 공을 나름대로는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선발 우에하라가 내려오는 시점이 빠르면 빠를수록 한국대표팀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 비해 한국의 구원투수진은 철저하게 일본 타선을 봉쇄하고 있다. 지난 8강리그에서 구대성이 홈런을 1개 허용했을 뿐 구대성을 위시한 봉중근, 전병두, 김병현, 오승환 등 한국의 불펜진은 현재까지 일본타선에게 ‘언터처블’ 이다. 따라서 이치로가 이끄는 일본의 타선은 한국의 불펜진이 가동되기 이전에 2점 이상 선취득점을 올려놓는데 주안점을 두고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포와 수비실책에 경기흐름 바뀔 수도

19일 준결승의 또 다른 변수는 언제 터져나올지 모르는 장타와 실책이다. 이들 변수는 객관적인 전력과는 무관하게 경기의 흐름을 한 순간에 바꿔놓을 수 있는 요소로서 양팀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이 한국과의 두 차례 대결에서 거푸 패배한 데는 우익수 이진영이 보여준 지역예선과 8강리그에서의 그림 같은 호수비 두 개가 결정적이었다. 4강전도 수비가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 양국 응원전도 적잖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경기때 한국은 응원전에서도 일본을 압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예상된다. 우에하라는 "고시겐에서 한신과 싸울 때 한신팬들의 응원으로 고시겐구장이 통째로 흔들렸었다"며 폭풍같은 한국응원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으나, 이는 뒤집어 말하면 한국응원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WBC 결승행을 놓고 다시 맞붙은 한국의 김인식 감독, 일본의 오 사다하루 감독. ⓒ연합뉴스


한국, 승부에 관한 심리적 부담 극복이 선결과제

‘30년 망언’의 주인공 이치로는 일본의 한국전 충격의 2연패와 함께 한국의 네티즌들로부터 ‘입치료’라는 패러디 이름까지 붙여지며,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음은 물론 스스로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 그러나 천신만고끝에 기사회생한 일본팀과 이치로 그 자신은 19일 한국과의 준결승 한 판으로 명예회복과 WBC 초대챔프 도전권 획득이라는 기회를 맞았다. 일본팀은 현재 복수를 다짐하며 단단히 칼날을 벼르고 있다.

한국은 대회 참가국들 중 유일한 무패의 팀이며, 숙적 일본을 두 번 내리 침몰시키고, 세계최강 미국야구를 무너뜨리며 세계야구사를 거듭 고쳐쓰게 만들만 한 성과를 올리며 우승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여기에다 병역미필 선수들의 혜택 결정도 대표팀의사기를 충천하게 하고 있는 점이다. 우승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선수단 전체가 하고자 하는 의지와 팀웍이 어느 때 보다도 충만한 상황이다.

단 한가지, 일본에 2연승을 하고도 다시 맞붙는 준결승 한 판으로 우승의 꿈이 물거품이 되고 한순간에 일본에게 모든 영광을 헌납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칫 심리적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평상심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아시아의 두 라이벌이 펼치는 마지막 ‘진검승부’는 이제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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