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환차익 45조...국민이 피해 본 액수다
[송기균의 마켓뷰] "경제에 공짜 점심은 없다"
이와 같은 환상적인 이익은 어디서 온 것일까? 수출로 받는 달러는 해외에서 번 돈이다. 그러므로 45조 원의 환차익은 모두 해외에서 생긴 것이다...라고 대답하면 맞는 말인가?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환율 폭등으로 손해를 본 사람이 없을까?
그것은 완전히 틀린 말이다. 물론 상반기 수출로 벌어들인 1,680억 달러가 해외에서 받은 것은 맞다. 그러나 그 달러를 얼마의 가격으로 파는지는 국내에서 결정된다.
소위 말하는 외환시장이 달러를 사기도 팔기도 하는 장소다. 그런데 런던, 뉴욕, 동경, 홍콩 등 주요 국제금융시장 어디를 보아도 달러를 원화로 사고 파는 외환시장은 없다. 왜냐? 달러를 원화로 사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러와 원화의 외환시장은 서울에 있다.
수출로 번 달러를 사는 곳은 수입업체들이다. 가령 원유를 수입하는 경우를 보자. 원유 수입업체는 올 상반기 200억 달러의 원유를 수입하였는데 수입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1달러당 1,351.14억 원을 지불했다. 현 정부 출범 초기보다 403.94원이나 더 비싼 가격으로 1달러를 사야 했으니까 원유수입업체는 환율폭등으로 총 8조 788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그러면 8조 원이 넘는 손실을 수입업체들이 부담하였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이 환율폭등으로 더 지출한 금액만큼 석유가격을 인상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므로 환율폭등의 피해자는 수입업체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된다.
요점은 이렇다. 수출기업은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들인다. 그 달러를 947.20원에 교환할지 아니면 1,351.94원에 교환할지는 국내에서 결정된다. 그러므로 수출기업이 환율폭등으로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겼다면 동일한 금액의 손실을 국내의 누군가는 반드시 입게 된다. 그 누군가가 바로 국민 전체였다.
우리 국민들이 환율 폭등으로 입은 손실총액이 얼마인지 계산해 보자.
올해 상반기 수입총액이 1,420억 달러였다. 이 중 561억 달러는 수출기업이 구입한 원자재와 기계설비 등이므로 이를 제외하면 국내 소비를 위한 수입은 859억 달러였다. 이 금액에 403.94원을 곱하면 34조6,984억 원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환율 폭등으로 수출기업들은 45조 원의 이익을 보았고, 국민 대다수는 35조 원의 손실을 보았다. 그러면 국가 전체로는 10조 원의 이익이 발생한 것일까?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될 것이다. 경제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면 그 10조 원의 이익은 누구의 손실로부터 온 것일까?
10조 원의 차액이 왜 발생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상반기의 수출총액은 1,680억 달러였고, 수입총액은 1,420억 달러였다. 그 차이가 260억 달러였는데 여기에 403.94원을 곱하면 10조 원이 나온다. 그러므로 10조 원의 손실을 본 사람이 누군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260억 달러를 사간 사람이 누군지를 보면 된다.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을 찾으려면 무역외수지와 자본수지라는 좀 복잡한 용어들을 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다. 수입업체 말고 올 상반기 중 달러를 공격적으로 사들인 곳은 우리 정부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2008년 말 현재 2,012억 달러였는데 2009년 6월 말에는 2,317억 달러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305억 달러가 늘었는데 그것은 정부가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그 금액만큼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환율폭등으로 인한 손실 10조원은 정부가 떠안은 것이다.
정부의 손실이란 결국 세금의 형태로 국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론은 이렇다.
수출기업들이 환율폭등으로 누린 45조 원의 이익만큼, 혹은 그 이상의 손실을 우리 국민들이 올해 상반기에 부담하였던 것이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저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과 <유동성파티> 최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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