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파티장'에서 빨리 빠져 나와라!
[송기균의 마켓 뷰] 한국만 대통령이 통화정책 직접 간섭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이론적으로 경제성장률에 의해 좌우된다. 국내의 한 증권사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1980년 이후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2.5%였고, 코스피 상승률은 9.1%였다. 미국은 1950년부터 2008년까지 58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6.95%였고 주가상승률은 6.75%였다. 이 통계에 의하면 경제성장률이 1% 더 높아지면 주가가 대략 1% 더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를 적용하면 이런 결론에 이른다. 우리나라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초과상승율(약 40%)이 실물경제를 반영한 것이라면 경제성장률이 향후 세계평균보다 40% 정도 높아야 한다. 바꿔 말하면 이렇다. 내년부터 향후 10년간 세계경제가 3% 성장할 때 우리는 7% 성장한다면 주식과 부동산의 초과상승이 적정한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우리 경제를 한마디로 말해서 ‘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라고 하는데 이것은 세계경제에 크게 좌우된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세계경제를 4%포인트 초과하여 성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것도 향후 10년씩이나.
주식과 부동산의 초과상승의 요인은 실물경제를 토대로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돈의 힘에 의한 것이다. 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모든 국가들에서 유동성이 감소하였다. 그 결과 주식과 부동산 등 모든 자산가격이 폭락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동성이 급증하였고, 유동성의 힘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였다.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전문용어라고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란 말이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채축소, 즉 ‘빚 갚기’를 나타내는 말이고, 대출이 축소됨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대출이 급증하고 그 결과 시중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통화량을 보면 2004년 4.6% 증가했는데, 2007년 11.2% 증가하더니 2008년에는 급기야 2004년의 세 배가 넘는 14.3%라는 경이로운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시중에 돈이 넘치면 경제가 나빠도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오를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버블이라고 부른다. 버블에 의해 자산가격이 오르면 가계는 소비를 늘리고 기업의 투자 역시 어느 정도 증가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 경제가 즐기고 있는 것은 ‘유동성 파티’다.
파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유동성이 계속 공급되어야 한다. 어느 순간 유동성이 줄기 시작하면 별안간 파티가 끝나고, 파티장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파티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이것을 잘 알고 있는 정부는 어떻게든 현재의 과잉유동성을 고수하려 난리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출구 전략’을 내년까지 늦추라고 몇 번이나 지시하고 있다. OECD 국가들 중 국가 지도자가 통화정책에 직접 간섭하는 나라는 없다.
버블을 키워 경제를 살리겠다는 경제정책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전 세계는 경제주체들이 빚 갚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우리만 빚을 늘려 파티를 즐기는 것이 앞으로 몇 달이나 가능할지 궁금증보다 걱정이 앞선다. 버블을 키울수록 그것이 붕괴될 때의 경제적 충격은 수면 아래에서 같은 속도로 커져가고 있으니까.
이런 파국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개인들이 택할 길은 단순하다. 유동성 파티장을 빨리 빠져 나와야 한다. 파티의 단맛을 끝까지 맛보려는 사람들이 결국 파티비용의 상당부분을 치르게 될 테니까.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저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과 <유동성파티> 최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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