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홀로 빚잔치'의 끝은?
[송기균의 '마켓 뷰'] 2년새 대출 31% 폭증, 한국만 흥청망청
올해 3월 초 이후 전 세계 주가가 엄청나게 오른 것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 결과를 보고 놀랄 지도 모른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2009년 9월1일 종가가 9,311로 1년 전의 11,544보다 19% 하락하였다. 세계주가 평균 역시 1년 전에 비해 20% 하락하였다.
반면에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2008년 9월1일 1,474였는데 1년 후인 2009년 9월1일에는 1,623으로 무려 15%나 급등하였다. 세계주가 평균이 20% 하락하였는데 우리나라는 15% 올랐으니 엄청나게 초과상승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주식가격은 실물경제를 반영한다. 그러면 한국경제가 세계경제보다 엄청나게 좋았던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 힘이 주가를 폭등으로 이끌었는가? 대답은 이미 짐작하고 있는 대로다. 한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응답자의 54.7%가 "현재 주가는 시중자금의 과잉으로 인해 과열된 것"이란 응답이 나왔다는 9월30일 <뷰스앤뉴스>의 기사에서 볼 수 있듯, 많은 사람들이 주가 상승을 ‘시중자금의 과잉'에서 찾고 있다. 다시 말하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주식과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서 주가에 거품이 크게 생겨난 것이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의 씀씀이가 늘어나서 일시적이긴 하지만 경제도 성장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산효과(Wealth Effect)’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인 것도 자산가격 버블과 무관하지 않다.
정작 무서운 사실은 시중에 넘치는 자금이 '빚낸 돈'이라는 점이다. 금융기관 대출이 2007년 142조 원, 2008년에는 143조 원이 새로 늘어났다. 2006년 말 모든 금융기관의 총대출액이 917조 원이었으니까 2년 만에 31%나 늘어났다. 무서울 정도로 엄청난 증가율이다. 더 큰 문제는 초저금리 속에서 올해 대출증가율이 더 가공스런 속도로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참고로 앞서 2005년에는 금융기관 대출이 68조 원 증가하였고 2006년에는 112조 원 증가했다. 그때도 부동산 값이 급등할 때였으니까 대출수요가 컸던 상황이었고, 경기가 좋았으니까 기업들도 왕성하게 대출을 늘렸다. 그런데 2007년과 2008년에는 매년 2005년보다 2배 넘게 대출이 증가하였다.
다른 나라들은 서브프라임 버블이 터지자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계와 기업들이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는데 유독 우리만 빚 내서 파티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국경제는 지금 빚내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결과 자산가격이 오르니 소비도 늘어나는 ‘빚잔치’를 즐기는 중이다.
‘빚잔치’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긴 말이 필요하지 않다. 빚으로 일어선 경제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야 만다. 그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혹은 국가경제든.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저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과 <유동성파티> 최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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