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운구행렬이 23일 오후 국회광장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수많은 시민들이 애도하는 가운데 동교동 사저로 향했다.

운구행렬은 '대형 태극기'를 선두로 해 대형 영정, 선도차, 운구, 이희호 여사가 탑승하신 유족차량, 경호차량, 예비차량의 순서로 이어져, 국회광장을 떠나 서강대교를 건너 신촌 로터리를 지나 본인의 자택과 김대중도서관이 위치한 동교동으로 향했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길거리에 나온 많은 시민들은 운구차량을 지켜보면서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운구행렬이 동교동 사저에 도착하자 골목에서 김 전 대통령의 본당성당인 서교동 성당 성가대가 성가를 합창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을 영정을 손자 김종대군이 앞세운 가운데 이희호 여사와 세 아들 내외 등 유족이 차에서 내려 사저로 들어갔다.

유족들이 사저로 들어서자 정원에서 안숙선 명창이 애절한 추도의 창을 했다. 이 추도 창은 이희호 여사가 입관식 때 관에 넣은 '마지막 편지'의 내용을 기초로 한 것이다.

김 전 대통령 영정은 동교동 사저의 1층 응접실과 식당, 2층 서재와 투석치료실 등을 마지막으로 둘러봤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사저 2층의 김 전 대통령 서재가 언론에 공개됐는데, 최경환 비서관은 "서재는 김 전 대통령이 독서를 하고 원고를 집필하시던 곳으로 김대중도서관의 5층 집무실이 공식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라면 사저의 서재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명상을 하시는 사적인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재에는 대통령님 책상과 책꽂이가 놓여 있고, 벽 한편에는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휘호 '윤집궐중(允執厥中)'이 걸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중용>에 나오는 이 문구는 "진실로 그 가운데를 취하라"는 의미다.

김 전 대통령이 백범 김구 선생의 법통을 잇는 적자임을 보여주는 증거로, 이승만 대통령의 적자임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등과 크게 비교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