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컴백, "전주에 출마하겠다"
민주당 헤게모니 쟁탈전 본격화, 여권 기류도 냉랭
미국에 체류중인 정동영 전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현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물고기가 물속에서 사는 것처럼 정치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주변 인사들의 많은 조언을 들은 끝에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3년전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정치를 시작했던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말해 귀국후 전주 덕진 출마를 분명히 했다.
그는 “민주당을 강화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대안이 되기 위해서 편가르기와 나누기의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정치,통합의 정치에 나서겠다“며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민주 제 세력과 연대하고 협력해 한국에 새로운 진보정부, 새로운 민주정부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전주 덕진 출마에 반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향후 공천문제에 대해선 당 지도부와 잘 논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 전 장관의 출사표에 민주당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며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특히 정 전 장관의 전주 출마에 강력반대해온 정세균 대표 등 주류는 강력반발하며 일전불사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정 전 장관의 전주 출마는 지역당의 이미지만 고착시킬 뿐이라며, 출마를 하려면 수도권인 인천 부평을에서 유권자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면에는 정 전 장관이 정세균 대표와 같은 전북 출신으로 정 전장관의 컴백이 정 대표의 호남 기반을 밑동째 흔들면서, 친노진영과의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정세균 지도체제를 크게 위협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짙게 깔려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차제에 탈지역적 신당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측은 정세균 지도체제가 최근 임시국회에서 무력하게 방송법 등 쟁점법안에 합의해 준 대목을 "백기항복"으로 규정하며, 민주당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선 정 전 장관이 컴백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 전 장관측은 만약 당 지도부가 공천을 주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한다는 정면돌파 분위기다. 현지 여론조사 결과는 정 전 장관이 무소속 출마하더라도 압승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나오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양측이 이처럼 팽팽한 일전불사 태세를 보이면서 민주당은 자칫 4.29재보선을 앞두고 자중지란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자중지란에 빠져들 경우 국민들의 외면을 받으며 4.29 재보선을 'MB 심판론'이란 중간평가로 몰아가려던 선거전략 자체가 무산,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민주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 전 장관 컴백에 대해선 이명박 대통령 등 여권의 거부감도 큰 것으로 알려져, 이 또한 향후 정국의 주요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권에 따르면, 지난 대선때 정 전 장관의 일관된 네거티브 공세에 강한 거부감을 갖게 된 이 대통령은 아직도 그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변함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정 전 장관이 정계에 컴백할 경우 여야 관계는 한층 경직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관건은 정 전 장관의 컴백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이다. 민주당이 계속 10%대 지지율에서 헤매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을 차갑다. 여기에다가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당내 헤게모니게임까지 벌어진다면 국민시선은 더욱 싸늘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 전 장관도 이 과정에 적잖은 상처를 입을 거다. 특히 정 전장관이 '안전지대'인 전주 출마를 선택한 대목은 두고두고 정 전장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 전 장관 컴백의 성공 여부는 결국 국민의 뜻에 달려있는 것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