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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록 커넥션' 드러나, 진념-정건용-임병석...

진념 1억, 정건용 1만달러 주고 쎄븐마운틴서 10억 받아

진념 전 경제부총리와 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 등이 브로커 김재록으로부터 검은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아울러 DJ정권 시절 의혹의 급성장을 한 쎄븐마운틴(현 씨앤)과 김재록간 거래 사실도 드러났다.

마침내 '김재록 커넥션'의 일부가 드러나기 시작한 양상이다.

진념 2002년 경기지사 출마시 김재록에게서 1억 받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2년 지방선거 때 김재록에게서 불법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진념 전 부총리를 최근 소환조사했다고 20일 밝혔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김씨가 2002년 4월 당시 지방선거에 출마한 전직 고위관료(진념)에게 1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직무와 관련한 대가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3년)가 지나 내사 종결했다"고 말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1∼2002년에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진씨는 2002년 6월 지방선거 때 새천년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손학규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다.

진 전 부총리는 2002년 당시 1억원은 현금으로 받았으며, 정치자금 기부에 따른 영수증도 발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념-김재록 DJ시절 찰떡 궁합

진념과 김재록간 친분은 두텁기로 유명하다. 김재록의 김재갑씨가 2004년 쓴 글에서 "진념 부총리와 이헌재 부총리를 만나게 됐다"고 밝힐 정도다. 김재록 게이트가 터진 지난 3월에는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김재록씨는 나보다 진념 전 부총리가 더 친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김재록씨가 97년 기아차가 부도날 당시 기아경제연구소 홍보기획이사로 활동했다"며 "김씨는 진념 당시 기아차 회장과 김선홍 전 회장 사이에서 다리를 놓는 역할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기아차 임원진 상당수가 김선홍 전 회장 인맥이어서 진 전 부총리가 김씨를 활용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김재록씨가 세동회계법인에 있을 때인 1998년 초 기획예산위가 발주한 공기업 경영진단 및 평가 용역을 거의 싹쓸이해 당시 세동회계법인을 끼지 않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돌았다”며 “당시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은 공기업 민영화를 강력히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사실상 김씨가 주역이었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밖에 진념 당시 경제부총리 아들이 김재록씨가 대표로 있던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에 근무하기도 했다.

따라서 DJ 정부 시절 초대 기획예산처 위원장, 재정경제부장관, 초대 경제부총리 등을 역임한 '호남 경제실세' 진념씨가 김재록의 뒤를 봐준 배후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왔다.

진 전 부총리는 현재 포스코 청암재단 이사와 서강대 교수, 삼정KPMG고문 등으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삼정KPMG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때 회계 대리 업무를 맡았다는 점 때문에 진념씨가 막후에서 헐값 매각을 주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김재록의 검은 커넥션이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정건용도 1만달러와 사무실 무상 제공 받아

검찰은 이밖에 김씨에게서 미화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으로 정건용(59) 전 산업은행 총재를 뇌물 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산은총재로 재직하던 2001년 12월 김씨로부터 산업은행이 발주하는 각종 컨설팅 업무를 자신이 부회장으로 있는 아더앤더슨코리아가 수주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1만달러를 받았다.

정씨는 또 2003년 5월~2004년 2월 전세보증금 3천만원, 월세 2백60만원의 서울 양재동 소재 80평대 사무실을 무상 제공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정건용씨는 산은총재 재직 시절 아들을 김재록의 아더앤더슨에 근무케 하기도 했다.

김재록, 의혹의 쎄븐마운틴 대출 알선도

검찰은 이밖에 김씨가 C&그룹(옛 쎄븐마운틴그룹) 및 세원텔레콤㈜에서 대출 알선 등의 명목으로 13억4천만원을 받은 사실도 밝혀내 추가기소했다.

김씨는 씨앤그룹으로부터 2004년 12월 “건설업체 우방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 4백20억원을 우리은행 사모펀드 형식으로 조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0억4천만원을 받았다.

쎄븐마운틴은 DJ정권 시절 IMF사태로 쓰러진 기업들을 줄줄이 인수, 굴지의 기업으로 급성장한 신흥 중견기업으로, 임병석 회장은 김재록과 동향-동년배여서 오래 전부터 두 사람간 커넥션 의혹이 제기돼 왔었다. 검찰은 지난달 임 회장을 여러 차례 소환해 혐의 사실을 밝혀냈다.

임병석 회장은 1990년 29세의 나이로 단돈 5백만원으로 창업한 이래, 현재에 이르러선 자산 2조원대 그룹을 일궈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아온 인물이다. 쎄븐마운틴이란 그룹명은 그가 최초 창업한 칠산해운에서 유래됐다. 칠산(七山)은 임 회장의 고향인 전남 영광 앞바다에 있는 7개의 섬으로 이뤄진 무인도 '칠산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칠산해운이 급성장을 시작한 것은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선박ㆍ화물 중개 업무를 하던 칠산해운은 한전 등의 대형화물 운송용역 등을 따내면서 큰 돈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정한 본원적 축적을 한 칠산해운은 국민의 정부 말기와, 참여정부 출범후 IMF사태때 쓰러진 기업들을 상대로 한 대대적 M&A를 통해 수직성장을 했다. 2002년 법정관리 상태였던 세양선박을 전격 인수했으며, 2003년에는 황해훼리 필그림해운, 2004년에는 한리버랜드(옛 세모유람선), 케이 씨라인(선박관리ㆍ중개), 진도(컨테이너제작ㆍ의류), 건설업체 우방까지 인수하면서 M&A 불과 3년만에 29개 계열사에 임직원 6천명을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거듭났다.

김재록은 이밖에 2003년 5월에는 부도 위기에 몰린 중견 휴대폰생산업체 세원텔레콤이 은행권으로부터 운영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알선하고 대출금 상환 기간을 연장해 준 대가로 3억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세원텔레콤은 2004년 5월 법원에 회사정리 절차 신청을 낸 뒤 지난 5월 공식적으로 파산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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