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도부, 외통수 걸리다!
강경파 외형상으론 득세, 내부 복잡. '정경복합불황' 우려
외형상으론 강경파 득세했으나...
허를 찔린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펄쩍 뛰며 "도둑놈들이나 하는 짓"이란 극한 표현까지 쓰며 "한번의 몸싸움으로 상황을 종료시키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당초 40여개만 처리할 것으로 알려진 법안도 100여개 통과시키겠다고 호언했다.
방식은 상임위 심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국회의장 직권상정'. 시기는 '연내'로 규정, 사실상 12월30일을 D데이로 못박았다.
홍 원내대표가 워낙 펄쩍 뛰니, 원희룡, 남경필, 정의화, 권영세, 이계진 등 민생법안 선(先)처리론을 주장해온 당내 비둘기파는 설 땅이 좁아진 모양새다. 외형상으론 강경파가 득세한듯 비친다. 하지만 내부 기류는 다르다.
비둘기파, 친박계, 그리고 자유선진당...
원희룡 의원은 벌써부터 "다수 밀어붙이기는 반드시 역풍을 맞는다"며 강경파의 밀어붙이기에 동참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른 비둘기파 분위기도 엇비슷하다. 국회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 격한 '몸싸움'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또 주목해야 할 대목은 친박계다. 친박계는 현재 침묵하며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친박연대의 엄호성 정책위의장은 한나라 강경파의 한미FTA 강행 처리 직후 "한미FTA가 경제살리기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질타했고, 신문-방송 겸영 허용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한미FTA를 상정할 때 한나라당 외통위원 17명 중 11명만 회의실에 들어갔다. 자기편마저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란 의미심장한 지적을 하기도 했다. 강경파가 쟁점법안들을 밀어붙이려 할 때 친박계가 동참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도 해석가능하다.
자유선진당도 강행처리에 동참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회창 선진당 총재는 "연내 처리는 무리"라며 특히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금산분리 완화, 국정원법은 아직 처리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렇듯, 당내 비둘기파, 친박계, 그리고 자유선진당이 불참한다면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는 모양새가 이상해진다. 주류인 이명박계만의 강공 드라이브가 될 공산이 농후해진다는 의미다. 이런 모양새가 되면 강경처리시 모든 정치적 부담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돌아가, 향후 이 대통령의 정치적 운신폭은 극도로 좁아진다. 이미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해 총파업에 들어간 언론노조 등은 "언론악법 통과시 정권퇴진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상황이 꼬이자 김형오 국회의장측은 연내처리에 부정적 견해를 밝히며 임시국회 폐막일인 1월8일까지 여야가 대화를 가져야 한다는 절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연내처리를 호언해온 한나라 지도부 입장에선 펄쩍 뛸 일이나, 직권상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는 김 의장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래서 한나라당이 외통수에 걸렸다는 얘기가 정가에 나도는 것이다.
후진국형 '정-경 복합불황' 도래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쟁점법안들을 무더기 강행처리한다면 내년 정국은 보나마나다. 우선 내년초 개각후 인사청문회때 '혹독한 검증'이 예상된다. '강부자 내각' 인사청문회를 능가하는 야권의 총공세가 펼쳐질 것이다. 이어 4월 재보선에서 '대격돌'이 벌어질 것이다. 이어 하반기에는 10월 재보선과 다음해 지방선거를 놓고 충돌이 이어질 것이다. 한마디로 일년 내내 극한 정쟁이 벌어질 것이란 의미다. 정치는 실종되고 정쟁만 난무하는 상황이 될 공산이 농후하다.
이렇게 될 때, 누가 더 타격을 입을까. 내년은 극한 경제위기가 예상되는 삼엄한 상황이다. 이런 판에 극한정쟁이 계속되면 야당도 욕을 먹을 것이다. 그러나 집권세력의 정치력 부재가 더 큰 비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여기에다가 경제상황 악화에 따른 국민의 사회, 정치적 불만까지 가세한다면, 최악의 후진국형 '정-경 복합불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해법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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