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고 치다! '양도세 중과 폐지' 강행
"제발 아파트 투기 좀 해달라", 넋나간 민주당도 가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를 한시적으로 폐지하기로 5일 합의했다.
여야 "제발 아파트투기 좀 해달라"
이에 따라 현재 1세대 2주택자는 50%, 3주택 이상자는 60% 고율로 부과되는 양도세율이 2009~2010년에는 1주택자와 같은 9~36%의 일반세율로 적용된다.
즉 1가구 다주택자가 향후 2년동안 집을 팔 경우는 물론, 이 기간중 집 있는 사람이 새로 몇 채의 집을 새로 사든 간에 수십년후에 팔아도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로써 2003년 10.29 대책때 도입된 양동세 중과는 비록 한시적이란 꼬리표를 달긴 했으나 사실상 무력화됐다.
양도세 중과 폐지는 정부가 제출한 감세법안에 없던 내용이나, 한나라당이 삽입하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들이 전폭 지지함으로써 국회 재정위를 통과할 수 있었다.
당초 정부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고 부동산전문가들도 반대한 이같은 양도세 중과 폐지를 여야가 강행한 명분은 '부동산경기 활성화'. 즉 돈 많은 상류층이 아파트를 한두채씩 더 사들이도록 해 아파트값 폭락을 막겠다는 것으로, 부동산투기를 부추겨 아파트거품 파열을 막겠다는 발상이다.
아파트값 폭락 부채질
"제발 아파트 투기 좀 해달라"는 발상 자체의 심각한 모럴해저드도 문제이나, 양도세 중과 폐지는 도리어 아파트값 폭락을 부채질할 것이란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지금 부유층의 지배적 기류는 '현금 확보'다. 현금을 확보하고 있으면 향후 주가가 더 폭락할 경우 증시에 들어가 며칠만 돈을 굴려도 몇십 퍼센트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처분가능한 재산은 모두 팔아 현금화하려는 심리가 팽배한 상태다. 잘못 하면 수년간 돈이 묶일 가능성이 농후한 부동산에 돈을 묻으려 하는 이들은 거의 찾을 길 없다.
이런 상황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면 그동안 높은 양도세때문에 시장에 내놓지 않고 갖고 있던 여러 채의 아파트를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내 아파트값 폭락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더욱이 이 과정에 양도세 중과분이 줄어든만큼 아파트값을 더 낮춰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이래저래 아파트값 폭락을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
이같은 역작용 우려 때문에 11.3 부동산대책때도 정부는 양도세 중과 폐지를 검토하다가 없던 일로 했으나, 한나라당이 이를 '부활'시킨 셈이다.
한나라보다 더 한심한 건 민주당
더욱 눈총을 받는 것은 민주당의 태도다. 민주당은 그동안 '부동산투기 우려'를 명분으로 양도세 중과 폐지에 반대하다가 언제 그랬냐는듯 양도세 폐지에 동의했다.
사실상 참여정부 초기인 2003년 10월29일 양도세 중과 제도를 도입할 때도 당시 집권세력의 대체적 기류는 양도세 중과에 대단히 미온적이었다.
당시 이 제도 도입 과정에 정부여당내에서 가장 논란이 된 대목은 양도세 중과를 1가구2주택자부터 할 것인가, 3주택자이상으로 할 것인가였다. 당시 상당수는 "요즘처럼 아파트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자녀들을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집외에 한채를 더 사두는 경우는 용인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제 자식만 생각하고, 집값 폭등으로 집 장만이 어려워진 서민-중산층은 관심밖이었던 것.
같은 맥락에서 당시 정부는 심지어 1가구2주택자 통계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1가구2주택자 통계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정부는 "그런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정부는 그로부터 2년이 흐른 2005년 8월에 이르러서야 이주성 당시 국세청장이 국회에 출석해 "1가구2주택 이상이 158만가구에 달한다"고 최초로 실태를 공개했다. 당시 이 청장이 공개한 숫자는 2002년 6월 집계자료였다. 그동안 정부가 거짓말을 해왔음을 자인한 셈.
이처럼 참여정부는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부동산투기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극심한 민심 이반을 자초하면서 정권을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야당신세로 전락한 민주당은 아직도 왜 자신들이 야당으로 전락해야 했는지, 원인을 알고 있지 못함을 이번 양도세 중과 폐지를 통해 보여줬다.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적 외면속에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것도 이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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