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MB, 한국판 네오콘에 발목 잡혀"
김영희 대기자 "살기 어려운데 남북관계라도 조용해야지"
김영희 "李대통령, 한국판 네오콘에게 발목 잡혀 있어"
김영희 대기자는 이날자 칼럼 '남북관계, 어디까지 후퇴하는가'를 통해 "북한의 대남 히스테리는 두 단계로 나타났다"며 "첫 단계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을 전후해 북한을 실속없이 자극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통일부 폐지론, 대북 강경론자의 통일부 장관 임명(뒤에 낙마), 합참의장 내정자와 통일부 장관의 경솔한 발언이 잇따라 나온 뒤 북한은 4월부터 이명박 정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며 이명박 정부의 가벼운 입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어 "북한이 히스테리를 부린 두 번째 단계는 남한의 일부 인권단체들이 북한으로 많은 전단을 띄워보내고 한국이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의 공동 제안국이 된 데 대한 격렬한 반응으로 나왔다"며 "한국 정부도 지체없이 시민단체들의 자제를 요청하는 성명 하나쯤 내는 게 좋았지만 한국판 네오콘(신보수파)들의 융통성없는 안목에 발목 잡혀 있는 이 대통령에게 그런 발상을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비현실적이었다"며 이 대통령이 '한국판 네오콘'에게 발목잡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유엔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의 공동 발의국이 되는 것을 본 북한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누린 남북 밀월관계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흥분했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발의한 북한 인권결의안에도 기권한 한국이 찬성의 단계를 뛰어넘어 공동 발의국이 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살기 어려운데 남북관계라도 조용해야지"
김 대기자는 향후 북한의 움직임과 관련, "북한은 지금 모든 압박카드를 남한에 휘두른다. 앞으로 더 나올 것이다.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를 끊고, 금강산과 개성 관광 길의 군사분계선 통행을 더 강력히 통제하겠다는 통보는 이미 후퇴하고 있는 남북관계를 한층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까 걱정"이라며 "북한의 일련의 도발에 대해 때로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이 대통령의 반응은 아마도 북한 지도부를 더욱 자극했을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강도를 높인 조치를 궁리 중일 것"이라며 상황 악화를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북·미 간에 비핵화와 관계 개선에 관한 새로운 장이 열리려는 때다. 이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 길에 오바마와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오바마 시대' 개막이 한반도 정세에 급변을 가져올 것임을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의 외교·안보팀은 북한에 구체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오바마는 대선 기간 김정일과의 회담도 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김정일의 건강이 허락하면 북·미관계가 오바마의 방북과 관계 정상화 논의까지 나갈 수도 있다"며 "북한이 핵시설 시료 채취 문제에 오리발을 내밀지만 그건 처음부터 북·미 합의에 잠재된 문제다. 오바마 정부와의 협상에서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의도일 것"이라며 이미 북한과 오바마간 게임이 시작됐음을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우리가 기다리기 전략에 의지해 남북관계의 후퇴를 오래 방치하면 우리 이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북·미 합의 이행의 비용만 뒤집어쓸 수도 있다"고 경고한 뒤, "이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 출범이 예고하는 글로벌 변화의 규모를 잘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6·15 선언과 10·4 합의를 수용한 국회 개원연설로 돌아가야 한다"며 양대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촉구한 뒤, "금융위기의 쓰나미로 살기가 어려운데 남북관계라도 조용해야지. 통미봉남(通美封南) 따위가 두려운 게 아니라 기회손실이 걱정인 것"이라는 쓴소리를 글을 끝맺었다. 남북관계 악화로 한국의 국가위험도가 높아지면서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 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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