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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식 '허무축구', "은퇴한 사람들 뛰는 것 같아"

북한과 졸전 끝에 간신히 무승부 거둬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시종 무기력한 졸전을 펼친 끝에 북한과 간신히 비겼다.

한국은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벌어진 북한과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에서 후반 19분 북한의 홍영조에게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24분 대표팀의 막내 기성용이 침착한 가슴트래핑에 이은 논스톱 슈팅으로 동점골을 성공시켜 1-1 무승부를 기록,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졌다.

한마디로 대표팀에 가졌던 일말의 기대감마저 송두리째 앗아가는 '허무축구'의 진수를 보여준 경기였다.

특히 조재진, 김남일, 김두현 등 베테랑 선수들의 안일한 플레이는 경기실황을 중계방송하던 캐스터와 해설자까지로하여금 방송중에 짜증섞인 탄식을 시청자들 귀에 들어가게 만들 정도였다.

한국은 이날 전반전 경기시작 휘슬이 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전의 답답한 형태의 경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 훈련과정에서 그토록 연습했다던 빠른 전진패스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과감한 측면돌파와 예리한 크로스도 역시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대의 패스를 끊은 이후 상대 수지진영이 갖춰지기 전에 몰아치는 속공은 언감생심 기대하기도 힌들었다.

반면 북한은 최대 8-9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수비에 가담하는 극단적인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들고 나왔으나 간간이 정대세에 한 번에 연결해주는 패스가 정확했고, 정대세는 자신에게 연결된 공을 직접 처리하기 보다는 2선에서 쇄도하는 홍영조나 문인국에게 연결, 기회를 만들어내는 영리한 플레이를 펼쳤다.

그 결과 한국은 높은 볼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전반전 내내 이렇다할 위협적인 상황을 전출하지 못했으나 북한은 극단적인 수비전숭를 펴고도 간간이 한국 문전에 위협을 가하는 나름대로 효과적인 경기를 펼쳤다.

이와 같은 상황은 양팀이 0-0으로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에 들어서서도 한동안 지속됐다. 한국의 공격은 여전히 무뎠고, 마치 연습경기를 하러나온 선수들처럼 느릿느릿 걸어다니는데 시간을 버렸다. 잠자던 한국선수들을 깨운 것은 북한의 선제골이었다.

북한은 후반 19분 골문 앞에 있던 홍영조에게 공중볼 패스가 들어갔고, 이를 수비하던 김남일이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김남일은 손을 쓰지 않았다고 항의했지만 베테랑으로서 그런 정도의 상황에 영리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 하나만으로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결국 페널티키커로 나선 북한의 홍영조가 한국 골문 왼쪽 상단으로 침착하게 차넣어 북한이 먼저 득점에 성공했다.

북한의 선제골에 다급해진 한국은 그제서야 걷건 걸음을 뛰는 걸음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제골을 허용한지 5분만에 동점골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후반 24분 김두현이 후방에서 올려준 공을 문전에 자리하고 있던 기성용이 가슴트래핑 이후 곧바로 오른발로 슈팅한 공이 그대로 북한 골문 안으로 들어간 것. 기성용이 A매치 데뷔 두 번째 경기만에 터뜨린 A매치 데뷔골이었다.

기성용의 동점골로 패배의 벼랑끝에서 탈출한 한국은 이후 공격의 고삐를 더욱 더 조이며 역전골을 노렸으나 손발이 맞지 않는 공격진은 북한의 조직적인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데 실패, 더 이상의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북한과 올해에만 네 번째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결과는 무승부지만 사실상 완패한 경기였다.

경기직후 한 국내 축구전문가는 "월드컵 예선전이 아니라 은퇴한 사람들이 심심풀이로 공을 차는 것 같았다"는 총평을 남겼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의 느낌을 정확히 대변해준 일침이었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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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6 12
    111

    승부욕에서 벗어나라.
    열악한 환경에서 저정도 한것도 다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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