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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고이즈미 '닭살 우정'에 ‘더 끈끈해진’ 미일동맹

고이즈미 방미 통해 밀월관계 과시, "사례 연구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30일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 저택인 ‘그레이스랜드’ 방문을 끝으로 3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쳤다.

1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3일간 미국 방문에 대해 갈수록 긴밀해지는 미일동맹을 확인하고 양국간 밀월관계 및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는 계기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갈수록 친밀도를 더해가는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일본 육상자위대의 이라크 파병과 미국 주도의 대테러 활동 지원을 위한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파견 등을 통해 양국이 안보협력을 꾸준히 강화해온 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기회로 미사일방어시스템(MD)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등 동북아시아의 주요 변수로 등장함에 따라 그동안 역사교과서 및 독도도발 등으로 인해 경색돼온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가의 외교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 발사 “용납 못해” 한 목소리

오는 9월 총리직에서 물러날 예정인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작별 방문에서 백악관 공식 만찬 등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최고의 환대를 받았으며 특히 그레이스랜드 방문 시 부시 대통령 부부가 동행하는 등 5년간 쌓아온 우의를 과시했다.

또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29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및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미사일 발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다양한 압력을 행사할 것임을 밝히며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또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구축의 일환으로 일본에 최신형 PAC-3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키로 합의하는 등 양국이 ‘안보 공동체’임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북한 인권상황에 대해서도 이구동성이었다. 부시는 요코타 메구미 등 납북자 문제에 대해 깊은 동정심을 표했고, 이들 두 사람은 북한인권상황과 납북자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고이즈미도 미국 방문에 앞서 미국의 광우병 파동 이후 금지해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키로 하고, 양국간 논란이 돼온 주일미군 재배치 계획을 승인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미국 방문에 앞서 캐나다를 방문, 스티븐 하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고이즈미에 대한 극진한 환대와 개인적 우의 과시

일본 및 미국언론들은 고이즈미에 대한 부시의 극진한 대접은 지난 달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의 방미 때와 모든 면에서 대조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후 주석의 경우 방문자의 `격'을 가늠하는 행사 중 하나인 백악관 공식만찬도 없이 오찬으로 대신했다. 하지만 고이즈미는 국빈 공식만찬은 물론 부시의 고향인 텍사스에서 생산된 `고베 비프(원래 일본에서 맥주를 먹여 기른 소에서 생산한 고급 소고기를 일컬음)'가 메뉴로 올라왔다.

고이즈미에 대한 부시의 배려는 `에어포스 원(대통령 전용기)'을 타고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그레이스랜드에 부시 부부가 함께 방문한 데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번 그레이스랜드 동반방문은 작년 영국에서 열렸던 G-8 정상회담 때 고이즈미가 자신의 생일 축가를 불러준 데 감격, 보답차원의 행사였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렬한 팬인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90분간 계속된 그레이스랜드 방문에서 "꿈만같다", "꿈이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이에 대해 일본언론들은 부시가 고이즈미를 이처럼 극진히 대접한 것은 개인적 친분 이상의 계산이 깔린 것이라며 지난 5년간 고이즈미가 미국의 정책을 적극 지지해주고 우정을 나눈 데 대한 보답이라는 의미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AFP통신>은 이와 관련, "미 관료들은 일본의 차기 지도자들이 일본 경제를 개방하고, 동북아와 세계무대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 한 고이즈미의 노력을 따르기를 기대하고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는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 친밀도를 중시하는 외교가 그동안 폴란드, 덴마크 등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잘 나타났고 이번 고이즈미 총리의 방문에서 절정에 달했다”며 “부시 대통령이 제공한 에어포스 원에 두 사람이 입장할 때 울려퍼진 엘비스의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와 ‘돈 비 크루얼’(Don't Be Cruel) 등의 노래가 두 사람과 양국간의 친밀도를 잘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로 언급하는 등 두 정상은 깊은 친밀도를 나타냈다"며 "부시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에 대해 어떤 외국정상보다 깊은 환대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정책에 화답한 고이즈미에게 작별선물을 줬다"고 평가했다.

‘카우보이-사무라이'식 우정이 친밀도 높여,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평가도

이에 대해 미국언론들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간의 어울릴것 같지 않은 ‘카우보이-사무라이'식 우정은 하나의 사례 연구감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은 카우보이 스타일인데다 고이즈미 총리는 사무라이 타입으로 큰 차이가 있는데다 두 사람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두 사람 모두 자기 주장이 강하고, 좀처럼 실수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등 기질이 비슷해 이를 바탕으로 지난 5년간 국가지도자들간의 관계로서는 유례없이 두터운 우정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이들 두 지도자간의 개인적 우정이 양국의 외교정책에 미친 깊은 영향은 하나의 사례연구감"이라며 지난 2001년 캠프 데이비드 별장 만남에서 두 지도자는 부시 대통령이 좋아하는 카우보이 부츠와 벨트 복장에, 서부극 `하이눈' 이야기를 하면서 급속히 가까워졌고, 오후엔 함께 밖으로 나가 야구와 ‘캐치 볼’을 함께 즐기는 친분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후 부시 대통령이 고이즈미를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대했을 땐 수영장에서 두 사람이 통역만 사이에 둔 채 여러 시간 담소를 나눴고, 부시는 일본 답방 때 고이즈미에게 카우보이 부츠를 선물했으며, 고이즈미는 부시 대통령을 공박한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해 부시를 즐겁게 했고, 지난해 영국 글렌이글스 G8정상회담에서는 애창곡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난 널 원해, 필요로 해, 사랑해'(I Want You, I Need You, I Love You)라는 노래로 그를 감격시켰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고이즈미가 부시 대통령과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지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우직하게 그를 지지하는 지도자 중의 하나라고 평가하고 , 고이즈미 총리가 이처럼 부시 대통령과 가까워진건 두 사람의 기질이 비슷한 이유도 있지만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기댈 곳은 태평양 건너 초강대국 미국 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으로 풀이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행정부로서도 일방적으로 일본 편을 듦으로써 아시아 국가들, 특히 한국과 소원해질 수 있었지만 기꺼이 이 같은 위험을 택했으며 이는 고이즈미 때문인 측면이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개인적인 친밀도를 중시하는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외교정책 전문가인 이보 달더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과 같은 개인적인 친밀도를 중시하는 외교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효력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민주주의 문제를 다룰 때 지나치게 가까운 개인적인 관계는 차기정부나 다른 국가의 정부와의 관계에서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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