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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초국적 자본에 넘겨주려나”

<토론회> 지적재산권 공대위 “한미FTA 저작권 협정 신중해야”

한미 양국이 오는 6월 5일부터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1차 공식협상을 개시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는 시민사회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적재산권 협정은 어른과 아이의 싸움"

‘한미FTA저지 지적재산권 대책위원회(지적재산권대책위)는 24일 서울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FTA로 인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이나 서비스, 금융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덜 알려진 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시작했다.

특허와 저작권으로 대표되는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은 서로 다른 산업구조와 보유 수준의 현격한 차이로 인해 대등한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미 양국간 지적재산권 협정이 미국의 주도하에 우리에게 불리한 측면에서 이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국과 미국의 지적재산권 보유 수준이나 산업의 차이는 대등한 경쟁이 아닌 아이와 어른의 싸움에 불과하다”며 “미국 수준의 지적재산권 강화에 정부가 합의한다면 무역수지 적자는 물론 지식, 정보, 문화의 공공성이 철저히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발제자로 나선 남희섭 지적재산권 대책위 위원장은 “지적재산권 제도는 무역자유화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기술의 혁신,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창작자에게 한시적인 독점권을 인정하는 것 뿐”이라며 지적재산권 협정의 한미FTA 의제 포함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남위원장은 “지적재산권을 무역과 연계시킨 것은 미국이 세계 패권을 회복하고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치밀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며 “이미 1986년 레이건 행정부의 미 통상법 301조 조사권 발동에 의해 한국의 지적재산권 제도가 전면 개편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전승국이 패전국으로부터 노획물을 독점하는 것과 같다’는 조롱에 가까운 비판을 받았던 한미간의 지적재산권 협상은 미국의 문화 자본과 제약 자본의 무역자유화를 전면 수용한 것”이라며 “그 결과 지적재산권과 관련, 한국 사회 내부 합의를 통한 창작물 보호 제도를 만들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기중 변호사는 “미디어와 저작권 등 공동체의 문화와 정신적 활동과 관련되는 분야를 상품교역 부분의 이익을 위해 희생시킬 수 있다는 입장은 배제되어야 한다”며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라는 원칙에 따라 수용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 법무부 지적재산권실무단의 2004년 6월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미국 저작권관련 산업(도서, 신문, 영화, 음악, 텔레비전 쇼, 컴퓨터프로그램 등)이 미국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에 달한다.

남희섭 “지적재산권은 한미FTA에서 제외돼야”

총액으로 따지면 6천6백26억 달러로 호주,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타이완의 총 GDP를 넘는 엄청난 규모다. 한미FTA에서 미국 측이 지적재산권 분야 포함을 강하게 주장한 주요 원인이 되는 기술 수출량도 2002년에 8백92억 달러에 달했고 2004년에는 지적재산권 로열티만으로 5백13억 달러수익을 기록했다.

통상무역 수지의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 2002년 53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서비스 수지에서 82억 달러의 적자를 냈고 이 중 29억 달러가 지적재산권에 대한 로열티 지급이었다.

24일 서울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미FTA 저작권 분야 대중토론회'ⓒ최병성


남희섭 지적재산권 대책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한미 양국의 격차만 봐도 이 협상이 얼마나 불평등하게 진행될 지 알 수 있다”며 “지적재산권은 각 국의 내부합의와 제도개선을 통해 보호와 이용규칙을 정하는 것이지 타국과의 협정을 통해 강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남위원장은 “한국이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에 가입국으로 국제기준에 뒤처져있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강화된 지적재산권 협정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미FTA에서 지적재산권, 그 중에서도 저작권분야는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한미FTA 협상개시를 선언한 2월 2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미국 의회에 보낸 서신에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폭넓은 요구’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미국 재계의 입장을 담고 있는 ‘주한미상공회의소 2005 정책보고서’에도 한미FTA의 4가지 요구사항 중 하나로 ‘디지털 지적재산권 침해를 중심으로 지적재산권 보호 및 단속 강화’를 포함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구체적인 협정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도 우리 경제를 위해 필요하다’며 협상 자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저작권보호기간, 일시적 복제 쟁점될 듯

이에 따라 지난 4월 출범한 지적재산권 대책위는 미국의 공세가 예상되는 저작권 분야 5대 쟁점을 선정하고 협정이 미칠 향후 파장을 분석하는 자료들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저작권 분야의 5대 쟁점은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기술적 보호조치 ▲온라인서비스 제공자 책임 ▲일시적 복제 ▲도서관 면책조항 등이다.

이중에서도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조항은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현재 베른협약 및 세계무역기구 트립스협정에 따른 저작권 보호기간은 저작자 사후 50년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저작권법도 개인 저작물의 경우 저작자 사후 50년, 법인 저작물의 경우 최초 공표시로부터 50년간 저작권을 보호한다.

하지만 미국은 1998년 이른바 ‘미키마우스법’이라고 불리는 ‘소니보노저작권보호기간연장법안’을 통과시켜 보호기간을 70년까지 연장하고 이 법을 토대로 싱가포르, 호주, 바레인, 칠레와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보호기간 연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적재산권 대책위는 “미국의 요구는 자국 문화산업의 로열티 수익 연장을 위한 부당한 요구”라며 “오히려 저작물의 보호기간을 차별화해 대폭 단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을 보기 위해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행위까지 저작권 침해로 인정하는 ‘일시적 복제권’이나 저작권의 과도한 보호의무 규정을 둬 저작권 보호범위를 확대시키는 ‘기술적 보호조치’ 등도 국내 저작권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무리한 요구들이다.

이와 관련 남희섭 위원장은 “미국이 한미FTA에서 지적재산권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자국의 법률을 한국에 이식하고 미국의 문화자본과 산업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며 “그 결과는 한국사회의 사회.경제.문화.문화적 토양을 무너뜨리고 정보.지식.의료에 대한 민중의 접근권을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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