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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 동원해 '5.16혁명 예찬' 파문

<현장> 강남 교회서 열흘간 훈련, 대학생 등 '박존모' “5.16은 혁명”

일부 대학생과 20대 청년들이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의 5.16쿠데타를 ‘혁명’이라고 강변하며 박정희를 애도하는 추모시까지 헌사하는 내용의 행사를 가져, 정운찬 서울대총장이 최근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던 최근 일부 신세대들의 ‘무의식화’ '우경화'의 극단을 보여줬다.

특히 이날 박정희 예찬 행사에는 박정희가 누군지도 모르는 나어린 초등학생들까지 동원, 새마을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게 해 충격을 안겨주었다.

"5.16은 쿠데타 아닌 '혁명'으로 바로잡아야"

인터넷 포탈 다음 카페에 개설된 ‘박정희대통령을 존경하는 모임(박존모)’(http://cafe.daum.net/love4parkjh)의 일부 회원들과, ‘싸이월드’에 클럽을 개설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젊은이들'이라는 뜻의 YGK(Youth Guardian Korea) 회원 20여명은 ‘5.16 쿠데타’를 기념해 16일 저녁 7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근린공원 내에서 5.16기념행사를 가졌다.

주최측은 '제1회 5.16혁명 기념행사 - 오늘! 한강의 기적은 다시 시작된다'는 제하의 행사에서 5.16쿠데타를 “쿠데타가 아닌 혁명으로 축하의 날”이라고 강변했다.

행사를 진행한 ‘박존모’ 소속의 20대 후반의 이모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좋은 점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쪽 면만 바라보고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그 분이 아니라면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살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5.16에 대해 사람들에게 올바로 인식시켰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는 "교과서에서조차 새마을 운동 부분이 없어지는 현상에서 갈수록 5.16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강변했다.

그는 이번 행사를 박정희의 '5.16 쿠데타'에 맞춰 기획한 의도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조국근대화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이기 때문"이라며 "또 여기(문래근린공원)가 (5.16의) 그 시작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처럼 문래근린공원은 소위 ‘5.16혁명발상지’로 불리며 공원 내에는 박정희 흉상이 이중 울타리에 둘러싸여 존치돼 있다.

이번 행사에는 주최측이 섭외한 교회 초등학생 10여명이 동원 돼 공연을 가졌다. 이들 학생들은 '새마을 노래'에 맞춰 율동을 이어나갔는데 이 행사를 위해 10여일간 준비했다고 주최측 관계자는 밝혔다 ⓒ김동현 기자


이씨는 "우리는 좌냐, 우냐와 같은 정치하고는 전혀 상관없다"며 "순수하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젊은이들의 모임일 뿐"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행사가 진행되자 이들은 곧바로 "5.16혁명 기념일을 맞아~"라며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규정하며 정치색을 드러냈다. 이씨는 행사 오프닝멘트를 통해 "5.16은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61년 조국근대화를 시작하신 그 시발점"이라며 "사람들은 쿠데타다, 혁명이다 하지만 뜻이 다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행사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은 저녁 7시부터 시작돼 1시간10분 가량 진행됐고, 행사주도자 20여명 이외에 주로 40~60대의 70여명에 이르는 참관자들이 주최측이 마련한 의자에 앉아 행사를 지켜봤다.

초등학생들 ‘새마을 노래’에 맞춰 율동. 열흘간 교회에서 연습

행사취지 설명이 끝나자 모 대학생의 '선구자', '청산에 살리라' 등의 독창이 이어졌고 이후 10여명의 초등학생들이 나와 율동을 선보였다. 이들은 모 교회 소속 학생들로 이 날 행사를 주도한 ‘박존모’ 회원들과 YGK측 회원들 중 일부가 다니는 교회에서 섭외한 학생들이라고 행사관계자는 밝혔다.

특히 이들 10여명의 아이들은 모 대중가요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다 이후 '새마을 노래'에 맞춰 율동을 이어나가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박정희가 누군지도 모르는 어린이들까지 정치적 행사에 동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아이들의 '새마을 노래' 율동 공연 동안 시종일관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는 등 흡족함을 표시냈다.

행사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아이들은 이번 행사공연을 위해 '10일간' 준비했다고 밝혔다. 초등학생들의 '새마을 노래' 율동공연이 끝나자 모 중학생의 댄스공연이 곧바로 이어졌고, 이후 박정희를 추도하는 추모시가 낭송됐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사회자와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조갑제 책 구절 인용한 박정희 추모시 낭독도

‘박존모’ 회원인 권모씨가 직접 지은 <푸른밤에 물으리>라는 박정희 추모시는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Kiss The Rain' 곡이 깔리는 가운데, 한 대학생이 직접나와 낭송했다. 특히 박정희 추모시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박정희 생애를 다룬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에 나오는 구절이 군데군데 눈에 띠었다.

별빛들이 사무치는 푸른 밤에 물으리/살이 타는 것 같은 고뇌속에서도/전투에서 다리잘린 동료들의 고통속에서도/사랑하는 이여/(중략)...누구나 배가 고팠지/그분은 결심하였지/나중 그의 무덤에 침을 뱉을지라도/그분은 분연한 피끓는 젊음, 푸른밤에 물었네/저 별빛들의 우단이 나라에 깔리리라/크나큰 빛 사랑의 선율이 민족에게 울리라고/그분은 나중, 무덤에 누가 침을 뱉으리라도 모든 오욕을 쓰고 밭갈이를 했노니/(중략)...나는 거룩하게 그대 눈망울 맑은 아침에 무릎꿇고 받았노니/별빛이 사무치도록 푸른 밤에 물으리/사랑하는 이여

행사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자 YGK 회원들은 북한 정치범 수용소 현실을 고발한 ‘요덕스토리’ 공연을 압축해 극우적 성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요덕스토리’ 공연을 끝낸 한 대학생은 무대인사를 통해 "'요덕스토리'처럼 북한인권 상황을 볼 때, 과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행한 5.16혁명이 독재이고 군사쿠데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이 날 행사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곡에 맞춘 초등학생들의 앵콜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주최측은 마지막 발언을 통해 "5.16혁명을 맞아 제2의 새마을운동, 제2의 정신운동이, 그 물결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거듭 5.16의 의미를 강변했다.

이번 행사 플랭카드에는 '5.16혁명'이라고 명확히 '5.16'을 정의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도대체 누가 이런 행사를 이끄나?

이번 행사는 외형상 대학생을 비롯한 20대가 주축을 이루는 '자발적' 성격의 행사다. 그러나 이 행사를 ‘박존모’ 회원들이 다수 주도했지만 ‘박존모’의 공식 행사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의 행사주체인 YGK는 이번 행사의 배경을 암시하고 있다. YGK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젊은이들’을 표방하고 있지만, YGK 회원들은 ‘밝고힘찬나라운동본부’ 부설의 ‘21세기 청년 아카데미’를 수료하거나 수료 중인 학생들이다. 지난 97년 11월 창립된 ‘밝고힘찬나라운동본부’(집행위원장 이신)는 강성 보수인사인 서정갑 예비역대령연합회 회장이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극우성향의 보수단체다.

현재 ‘21세기 청년 아카데미’는 11기 수료생들을 배출했으며 지난 4월에는 12기 회원들을 모집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기수마다 40여명씩의 회원을 받고 있는 이 아카데미는 현재까지 4백40여명의 학생들이 거쳐간 것으로 파악된다.

인터넷상 모임인 ‘박존모’ 회원들과는 다르게 YGK의 경우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O교회를 거점으로 회원들을 조직하고 모임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YGK회원들은 보수성향을 띤 개신교 신자들이며, 이 날 행사에 동원된 초등학생들도 해당 교회에서 열흘간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YGK 11기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모씨(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는 "시대흐름에 따라 쿠데타가 혁명으로 바뀔 수가 있고, 혁명이 쿠데타로 바뀔 수가 있다"며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그 기준은 바뀔 수 있다"고 강변했다. 그는 이어 "5.16을 쿠데타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혁명이 맞다. 근대화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행사진행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5.16혁명은 축하의 의미로 사용돼야 한다"며 "일본의 경우 분명히 잘못한 역사에 대해서도 잘한 것으로 포장하는데 한국은 잘한 일도 나쁘게 매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날 행사에는 40~60대의 참관자들 70여명이 박수를 치며 함께 했다 ⓒ김동현 기자


한 보수인사, “하필 5.16에 이런 행사 치뤄 '화' 자초하나?”

한편 이 날 행사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핵심’ 보수인사는 “아무리 취지가 좋고 순수한 의도인 것은 잘 알지만, 왜 하필 5.16에 맞춰 이런 행사를 하냐”며 “화를 자초한 행위”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에 대한 평가, 특히 DJ정권 이후 좌파들이 집권한 이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바로잡아야 하겠다는 ‘동기’에는 1백 퍼센트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5.16이라는 날에 하필 박정희 대통령을 강조하는 것은 대중에게도 먹혀들지도 않고 불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각이 없는 건지, 어린 건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정인봉 한나라당 인권위원장은 '4.19-5.16 동일화' 망언에 이어, 초등학생까지 동원한 '박정희 예찬' '5.16 혁명'화 행사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곳이 2006년 5월16일의 한국이다.

행사를 기획한 '박존모' 일부 회원과 YGK 회원들은 "앞으로 반응이 좋을 경우 계속해서 이 행사를 매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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