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독자적 대북정책 없어 왔다갔다"
<인터뷰> 윤여준 "87년체제 끝나고 정치사에 획 긋는 시점"
윤 전 의원은 11일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이 남북정상회담후 당혹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그렇게 곤혹스런 이유는 한나라당의 독자적인 대북정책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책이 있으면 그에 입각, 정리하면 되는데 그게 없으니까 상황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지금부터라도 시대적 변화를 내다보고 독자적인 대북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현안에 대응하는 식으론 안 된다.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당인데 국민들이 볼 때 그런 모습을 보이면 불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에 대해선 "이것이 공격하기는 용이하지만 방어하려면 장황하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서 공약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유권자가 볼 때 공격하는 자는 핵심을 갖고 공격할 수 있는데, 반론은 장황해야 하기 때문에 반론은 제대로 듣지 않고 문제점만 기억에 남게 된다"며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기술적 차원에서 선거공약으로는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청계천 건설 과정 자료를 보니까, 주변상인을 1천번 넘게 설득한 과정이 있더라"며 "이것을 보면 이명박 후보가 밀어붙이는 리더십이 아니라 설득의 리더십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인데 이 후보에게 그런 설득력이 있는지 몰랐다. 그게 보여서 놀랐다. 그렇게 보면 반대하든 말든 내 길을 가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이 후보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이번 대선이 '51대 49'의 싸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선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너무 심하고, 국민들이 볼 때 눈에 들어오는 여권의 후보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국현 후보에 대해 "최고경영자 출신이라는 점이 이명박 후보와 같고, 정치적 주류가 아니라 참신성이 있으며 최근 던지는 화두가 미래지향적이고 어필하는 게 있어 보인다"고 긍정평가하면서도 "다만 대중성이 너무 약한데,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감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냐. 그래서 이명박 대항마로 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검증과 관련, "경선과정에서 혹독한 네거티브가 있었는데도 지지계층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명박 후보가 재산형성하는 과정에서 부조리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선 국민들이 크게 문제삼지 않는 것 같다"며 "다만 우리를 속였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하게 되면 이건 치명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이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상회담 자체가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이후 총리회담, 국방장관 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구나란 모양을 만들게 되면 영향을 줄 것이고,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윤여준 전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뷰스앤뉴스(이하 뷰스)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범여권의 경선, 한나라당 선대위 출범 등 전반적인 정국 상황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말해달라.
윤여준 전 의원(이하 윤여준) 신문 등을 보고 어떻게 될지 생각하는데 정말 잘 모르겠다. 대선에서 국민들이 관심에서 멀어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지금 여권이 보이는 혼란상이 정말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해로운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과거 정당이라는 것이 기층민중에 뿌리박은 정당은 아니었지만 한달 새에 당을 만들었는데, 면면을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당을 만들자 마자 경선을 하니 제대로 될 리가 있나. 국정을 잘못해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는데, 새로운 사람 내세워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과정이 저러니 더 심한 불신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범여권 주자들의 현 지지율을 보면 심각한 국민의 불신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
최근 정치상황과 관련, 짧게 보면 87년 체제가 끝나고 새로운 체제가 시작된다고 하고, 길게 보면 해방 이후 한국 정치사의 획을 긋는 시점인데, 그 시점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현상이 뭘 의미하는지 생각해야겠다고 하고는 있지만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다 함께 그런 점에서 모색해 봤으면 좋겠다.
한나라당의 경우 경선 후에 두 진영(이명박-박근혜) 사이의 경쟁관계의 모습을 보이다가 선대위 발족 이후로 화학적 융합은 아니라고 해도 수습이 되어서 역량이 모아지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다행이다.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두 진영의 화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잘 됐다.
뷰스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윤 전 장관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 반면 한나라당은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윤여준 한나라당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면이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견지해 온 입장이 있는데 그대로 갔다가는 득표에 도움이 안 되고 그렇다고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도 없고 하니까 입장 정리하기가 곤혹스런 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곤혹스런 이유는 한나라당의 독자적인 대북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정책이 있으면 그에 입각, 정리하면 되는데 그게 없으니까 상황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지금부터라도 시대적 변화를 내다보고 독자적인 대북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안에 대응하는 식으론 안 된다.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당인데 국민들이 볼 때 그런 모습을 보이면 불안하다.
뷰스 특히 이명박 후보는 '시장경제도 모른다' '개성공단 적자 투성이' 등의 비판을 하고 있다.
윤여준 실물경제를 다루던 분의 입장에선 답답하게 보였을 것이다. 표현이 지나치게 솔직해서 그렇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앉아서 시장경제 원칙에서 얘기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전혀 시장경제에 대해 모르거나 무시하고 된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공개적으로 말은 안 했어도 김정일 위원장이 약속했던 경제협력을 하려면 어떤 조치를 해야 할 지 왜 모르겠나.
뷰스 지난 10일 발표한 교육정책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3불정책 폐기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윤여준 저는 기본적으로는 수월성 교육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현대가 지식기반경제 사회인데 '20%가 80%를 먹여살리는 시대'라고도 한다. 이 20%의 우수한 인재를 길러 세계와 경쟁해 나머지를 먹여 살리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이 인재 길러내는 게 생명이다. 또 우리나라는 인적자원 밖에 없는데, 그런 인재를 길러내는 게 절대적 과제 아닌가. 수월성 교육이 아니고 어떻게 길러내겠나. 다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10~20%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은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사람도 기회가 균등하게 와야 한다. 머리는 우수한데 가난한 집에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 최근에는 학생에게 투자하는 돈이 그 학생의 미래소득을 결정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부익부 빈익빈 악순환이 된다. 이걸 국민들이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제가 방법을 제시할 수는 없어도 제도적 보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뷰스 이 후보의 정책이 한쪽 입장에 많이 치우쳤다는 비판이 많다.
윤여준 구체적인 내용은 안 들여다 봤지만 이 후보의 정책이 가진 계층만을 위한 정책이란 공격을 받는데, 그렇게 했을 리가 없다. 본인도 사회에서 경쟁에서 탈락된 소외된 사람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런 철학에서도 그렇게 하면 말이 안 된다. 선거 앞두고 다수 대중이 싫어하는 정책을 냈겠나.
우리 부모들이 나는 못 배워서 힘든 일에 종사하지만 자식은 잘 교육시키면 훌륭하게 될 것이란 기대 속에서 고생을 참고 일했다. 요즘은 그게 안 된다는 것 아닌가. 사교육비 많이 안 들이면 좋은 학교 못 간다는 것 아닌가. 이건 안 된다. 머리는 우수한데 가난한 집에 태어났다고 해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된다. 그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과거엔 이해, 암기력이 좋으면 우수한 학생이었는데 이제 창의성으로 승부하는 시대다. 가난한 집에 태어났어도 창의성을 갖고 태어난 학생들이 얼마나 많겠나. 그걸 살려야 나라도 좋은 것 아닌가.
”대운하 공약, 공약으로서는 적절치 않아”
뷰스 대운하 정책도 당내에서부터 논란이다.
윤여준 많은 반대가 있었기 때문에 후보가 어떤 반대가 있는지 잘 알텐데 확신을 갖고 추진하겠다는 것을 보면 타당하다고 하는데도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 전문성 없이 운하가 타당한지 아닌지 판단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저는 공약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이것이 공격하는 쪽에선 공격하기 용이하지만 방어하는 쪽은 설명하려면 장황해야 한다. 유권자가 볼 때 공격하는 자는 핵심을 갖고 공격할 수 있는데 반론은 장황해야 한다. 그러면 유권자는 반론을 제대로 듣지 않고, 문제점만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래서 기술적 차원에서 선거공약으로는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당선이 되더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서 하겠다는 것을 보면 아무리 확신을 갖고 있는 프로젝트라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것 아닌가. 이 후보의 리더십을 불도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청계천 건설 과정의 자료를 보니까 주변상인 설득하는 과정이 있더라. 1천번 넘게 만났더라. 얼마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혔던 것인가. 그걸 얼마나 설득했나. 밀어붙이는 게 아니다. 이건 설득의 리더십이다. 현대의 권력은 설득의 능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이명박 후보에게 그런 설득력이 있는지 몰랐다. 기록을 보니까 그게 보여서 놀랐다. 그렇게 보면 반대하든 말든 내 길을 가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당선된 다음이라도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언제든지 할 것이다.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강제로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다. 그건 그렇게 큰 걱정을 안 한다.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 재산형성 과정 별로 문제 삼지 않는 것 같다”
뷰스 BBK 논란의 당사자인 김경준 빠르면 다음 주에 송환된다고 한다.
윤여준 사실관계를 모르니까 판단하기 어려운데 지난 경선과정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나. 도곡동 땅도 그렇고. 경선과정에서 혹독한 네거티브를 했는데도 지지계층이 큰 동요를 안 하는 것을 보고 이명박 후보가 재산형성하는 과정에서 부조리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선 국민들이 크게 문제를 안 삼는 것 같다. 다만 우리를 속였다고 생각하면 이건 치명적일 것이다. 후보에 대해 요구하고 기대하는 도덕적 수준이 꽤 높은데 그것이 각도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거짓말을 했냐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재산형성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문제삼는 분들이 별로 없다.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재산형성 도덕성을 크게 문제를 안 삼는다.
뷰스 이명박 대 반이명박 대결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도 있다. 어떻게 보나
윤여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란 건 이명박 뿐 아니라 다 마찬가지다. 권력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대부분 졌고. 그걸 이긴다는 것은 누구한테나 중요한 일이고 힘든 일이다. 다만 이 후보가 압도적 지지율로 독주하다시피하니까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의 뜻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하는 것 같다.
때로 실언도 했고, 부시 면담 추진 과정에서 문제도 있었는데 이 후보가 공적인 영역에서 일해 본 경험이 길지 않다. 사적 영역의 문화풍토와 언어습관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공적인 영역에 들어오면 그 영역에 맞는 언어습관이 있어야 하는데 그 습관이 아직 안 됐다. 노무현 대통령을 봐라. '조진다' 이런 표현을 거침없이 내놓는다. 평소의 언어생활을 내보이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도 앞으로 조심하겠지만, 공적인 영역에 있었던 기간이 길지 않아 습관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부시 면담 추진과 관련, 주변에 있는 분들이 보좌를 잘못한 책임이 크다. 백악관이란게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지 알아서 검증, 확인하고 신중하게 접근했어야지, 말만 믿고 액션 취하는 것을 보면 부족했던 것이다. 일 잘하자고 하다가 실수할 수도 있지만, 외국과의 관계가 되는 문제다. 백악관에 대해서도 실수한 것이니까 그런 점은 조심해야 한다. 외국 대통령과 관계된 일이어서 국제적으로 좀...
”이번 대선, 51대 49 구도로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뷰스 전체 구도에서 과거처럼 51:49의 싸움이 될 수 있을까?
윤여준 양강 구도로 치러질 때 일반이론이 그렇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양자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걸 노린 것이다. 양자 구도를 만들면 균형이론에 의해 서로 근접해 간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안 맞을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집권세력에 대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너무 심하다. 국민이 마음을 완전히 닫은 상태다. 아무리 여권과 정권에서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도 수신을 거부하면-이런 걸 메신저 거부현상이라고 하는데-무슨 소용이 있나. 민심이탈이 그렇게 심하다.
둘째로 국민들이 볼 때 눈에 들어오는 여권의 후보가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세 후보 모두 합해도 이명박 후보의 절반 밖에 나오지 않는다. 두드러진 후보가 없다는 게 치명적 약점이다. 청와대나 동교동이 정권 재창출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분들인데 두 분이 다른 것은 견해가 달라도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데는 견해가 같을 것이다. 그래서 문국현 씨한테 주목할 것으로 본다. 신당 세 후보는 이미 국민적 평가가 다 드러났다. 누가 되어도 싸움이 어렵다는 것을 왜 모르겠나.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민주당 이인제 후보도 멍에가 있어 어렵다. 그러면 문국현 씨 밖에 없다. 그는 기존 정치인과 다른 사람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점에서 이명박 후보와 비슷하다. 또 정치적 주류가 아니고 참신성이 있다. 최근 던지는 화두가 미래지향적이고 어필하는 게 있어 보인다. 검증이 안 됐으니까 잠재성도 있다. 문국현 후보로 승부를 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제가 문국현 씨를 잘 모르는데, 잘 아는 분들의 말을 들으면 인품이 훌륭하다고 한다. 다만 제가 볼 때 문 후보는 대중성이 워낙 약해서 대중성 확보하는데 두 달로는 어려울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도 나를 알리는데 몇 년이 걸린다. 대선이란 게 폭발성이 생길 수도 있으나 두 달 안에, 한 달 안에 대통령감으로 대중성 확보하는 건 불가능한 일 아니냐. 주목할 가능성은 있지만 이명박 대항마로 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 51대 49가 안 될 가능성이 있다.
뷰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윤여준 정상회담 자체로는 흥분할 일도 놀랄 일도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다 나왔다. 긍정평가는 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도 크게 올랐다. 그렇다고 이명박 지지가 죽은 것은 아니다. 이것은 중복된 게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지지하는 사람 중에서도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상당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에 영향을 줄 것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고, 이후 총리-국방장관 회담 등이 열릴 텐데, 범여권에선 평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으니, 한 달 남짓한 사이에 한반도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구나라는 모양을 만들 수 있으면 대선에 영향을 줄 것이고,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못 줄 것이다.
뷰스 이런 분위기에서 한나라당의 대북정책도 좀 더 유연해져야만 아젠다를 유지할 수 있을 텐데?
윤여준 종합적인 대북정책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돼야 하고, 한나라당의 기본입장이 있어서 이를 바꾸려면 당내 논쟁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당들은 내부논쟁을 안 하려고 한다. 민주정당이라고 하면서 토론을 안 한다. 화합이란 명분으로 못 하게 한다. 사실 그게 말이 안 된다. 논쟁하지 말고 일방적으로 하는 걸 화합이라고 국민이 말해 준 적이 있나.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리고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도 승복하게 하는 게 화합이다. 대북정책이든 경제정책이든 중요한 당의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치열한 내부토론을 거쳐야 한다. 견해가 다른 분들이 있다면 치열한 논쟁을 해야 하고 그 과정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자리를 놓고 싸우면 국민들이 콩가루 집안이라고 하겠지만 정책방향을 갖고 싸우면 왜 국민들이 나쁘게 보겠나. 그런 걸 결론내는 것이 지도부다. 결론이 나면 발표해서 나중에 생기는 상황에 따라 당의 입장을 정하면 된다. 물론 대선을 앞두고 그걸 할 수는 없다.
뷰스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결과에 대해 어떻게 보나?
윤여준 선거기구는 규모 줄이고, 위원장은 많아졌다. 가분수 같은 인상을 받는데 그걸 보면서 이명박 후보가 선거양상이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과거에는 중앙선대기구가 비대했다. 이게 맞지 않다고 생각한 건 맞다. 중앙당 기능을 줄여, 시도 선대위로 많이 준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맞는 것이다. 선대위원장은 왜 많이 뽑았나 했더니 분야별로 뽑았더라. 아마도 이명박 자신이 한나라당 후보지만 국민적 후보라는 위상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또 혹시라도 이 후보가 공직에 오래 있던 분이 아니기 때문에 국정을 맡는 것에 대한 불안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불안을 씻어줄 생각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리를 해 봤다.
뷰스 국정경험 한 적이 없고, 당에 대선경험 일천한 사람들도 많다. 짜임새 있는 전략 활용이 쉽지 않지 않을까\
윤여준 그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 국정경험이 있는 것이 중요하긴 한데 국정경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다. 균형감각이 있으면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 정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국민도 자기의사를 늘 표출하기 때문에 다수 국민의 의사가 뭔지 꾸준히 살피고 그에 부응하려고 노력을 하고, 국민들이 잘못 판단하면 설득하려 노력하면 된다. 국정최고책임자의 균형된 사고가 굉장히 중요하다. 국정경험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 이 후보는 국정경험은 없어도 서울시장이란 것이 규모로 보면 조그만 나라와 같다. 그게 엄청난 경험이다. 문국현 후보가 그걸 못 따라간다. 사기업과 국정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신당 경선, 혐오감과 불신감 더 심어줘"
뷰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경선에 대해 어떻게 보나?
윤여준 국민에게 혐오감과 불신감을 더 심어줬다. 세 분 다 반성해야 한다. 제가 볼 때는 세 가지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우선 당을 한 달 새에 급조해 시장판 야바위라는 말도 있었다. 국민 눈을 속인다는 것인데, 그런 모멸적 평가를 받으면서 당을 급조했다. 당을 만들자 마자 경선을 했으니 그 경선이 제대로 되겠나. 국민적 관심 불러 일으킨다고, 기반도 안 돼 있는 정당이 오픈 프라이머리한다고 했으니 저렇게 되는 것은 이미 예정된 것이다.
또한 당이 확고한 지역기반이 있으면 다르다. 과거 민주당은 확고한 기반이 있었다. 지역주의는 타파해야 할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기반이다. 신당은 지금 확고한 지역기반이 없다.
또 두드러진 후보가 없다. 그러니까 저렇게 막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경기를 하는 것 아닌가. 서로 욕하고, 안 한다고 땡깡 부리고. 국민들이 저런 사람들이 나라를 이끈 핵심이었단 말인가란 생각을 하게 됐다.
”이명박, 靑 직접 공격 안 하는 것 현명한 선택”
뷰스 대선이 청와대와 이명박 후보 대결구도처럼 진행된다.
윤여준 과거 청와대는 정치에 직접 간여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때 간혹 있었지만 금기시 했다. 이 정부는 그런 선이 없었다. 지금 청와대는 절제랄까, 기강이 없는 곳이다. 나가는 권력이 들어서려는 권력에 상처를 많이 내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만약 여권의 지지율 미약한 후보가 이런 일을 하면 지지율이 더 안 오를 테니 역할분담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반면 이명박 후보는 청와대를 직접 공격하지 않는다. 싸우면 들어서는 권력이 손해본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아주 현명한 전략이다. 그것에 말려들면 안 된다.
뷰스 한나라당이 전혀 바뀌지 않은 부패, 냉전, 수구적 성격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정권교체 뒤 도리어 나라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여준 여론조사를 보니 한나라당하면 부패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한다. 남을 원망할 수 없다. 그런 인식을 받을 만한 짓을 했으니 그런 것이다. 이미지를 벗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덮어쓰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벗는 것은 힘들다. 지금 이명박 후보가 국민들에게 처음부터 지지를 받은 것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이미지가 겹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나라당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는 것 같다. 얼마나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으나 한나라당은 스스로의 힘으로 지지를 얻어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선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강했다. 정권에 대한 분노 때문에 표가 몰려온 것이다. 그건 한나라당에 대한 절대적 지지라고 볼 수 없다.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대적 지지가 아닌 절대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 부패, 수구란 이미지를 벗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선 당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그런 노력을 뼈 아프게 해야 한다.
”참여정부, 문제의식은 옳았는데 정서수준이었다”
뷰스 노무현 참여정부의 가장 큰 실패를 무엇으로 보는지, 그 계승자인 범여권에 대한 평가는
윤여준 안타까운 것이 지난 5년이 우리에게 워낙 소중한 시기였다. 그 소중한 5년을 이렇게 보낸 것은 참 안타깝다. 나름대로 노무현 대통령이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 같다. 그 문제의식 자체는 대부분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정서수준이었다. 지금까지 쭉 내려왔던 제도와 관행 등 한국사회의 총체적 모습은 배경이 있는데 이걸 바꾸는 건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개혁에 성공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정서와 기분에 취해 아무 프로그램도 없고 구체적 계획도 없이 화두만 던진 것이다. 본인이 던진 화두를 본인이 망가뜨리고 또 다른 화두를 던지고, 이걸 반복하는 사이에 5년이 갔다. 소중한 5년이었는데 안타깝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볼 때 지난 5년이 의미가 다르다고 봐서 소중했는데 이렇게 허비하고 갈등으로 보낸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잘 했나 못 했나를 따지기 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한 모양이 다분히 책략적이었다. 그 분이 민주화 투쟁을 했다는 기간이란 게 내부적으로는 끊임없는 당권투쟁의 기간이었고, 대외적으로는 권력과의 투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이 분이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된 후에도 그 체질을 못 버린 것이다. 거기서 그 사람이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다. 집에 책을 만권 갖고 있다는 분이었는데, 그런 식견이 있는 분이 국정을 왜 책략적으로 하나.
뷰스 선거에 참여하고 관전하는 국민들에게 당부한다면
윤여준 그건 건방진 일이다. 감히 어떻게 국민에게 그런 얘기를 하겠나. 우리 국민들은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지지를 보내는데 그것을 보면 이미 국민의 마음이 나와 있다. 삶이 고통스러우니까 그것 좀 편하게 해 달라는 것 아닌가. 누가 편하게 해 줄 사람인지 잘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좋은 사람을 찍어야 자신의 삶이 나아질 것 아닌가.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