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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위대 피해 축소은폐-경찰 피해 강조"

인권단체 1차 진상조사 발표, “평택에 인권은 없었다”

"5월 4일 평택에 ‘충돌’은 없었다. 1만6천명의 군경은 시위대와의 충돌 대신 일방적인 ‘진압’을 선택했다. 본격적인 진압이 시작된 오전 9시부터 상황이 종료된 오후 5시까지 무려 8시간 동안 경찰은 저항의지를 잃은 시위대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했다.

대추분교와 운동장 곳곳에서 수십 명의 경찰이 고개를 숙인 어린 시위대를 향해 날선 방패를 휘둘렀고 철제의자를 집어던졌다. 이를 막아서는 기자와 의료진을 폭행했고 교실에 누워 연행을 기다리는 시위대의 안면을 맨주먹으로 가격했다.

방패날은 등을 보인 시위대의 후두부를 강타했고 곤봉 가격은 안면부위에 집중됐다. 시위대와 경찰이 뒤엉킨 곳은 어김없이 얼굴을 피로 뒤덮은 젊은이들의 비명소리가 튀어나왔다.

이 과정에서 이날 시위에 참석한 7백여명 중 3백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안면, 두부 손상을 입은 이들은 76명에 달했다. 집단 린치에 의한 다발성 손상을 입은 이들도 여러 명 발견됐다. 그나마 보건의료단체와 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가 진단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던 1백20명에 대한 통계를 낸 것이 이 정도였다.

그러나 경찰은 ‘여명의 황새울’ 군경 합동작전을 마친 5일 브리핑을 통해 시위대의 피해현황을 고작 중상 7명에 경상 86명으로 발표했다. 반면 경찰의 피해는 중상 26명에 경상 1백11명이었다. "

지난 4일 경찰이 대추분교 1층의 진입로 네 방향으로 동시에 진입한 후 10분만에 수십명의 중상자가 속출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장시간 방치됐다.ⓒ최병성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인권단체, 보건의료단체, 법조계로 구성된 ‘평택 국가폭력.인권침해 진상조사단’이 밝힌 1차 진상조사 결과다.

조사단 “피해자 규모 500여명 웃돌아, 중상자만 1백여명”

이날 진상조사단은 ▲강제집행과정 중 경찰의 인권침해 ▲군인에 의한 민간인 폭행 등을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향후 2차 진상조사결과를 거쳐 법률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이 밝힌 부상자 피해현황은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4일 경찰의 진압작전 도중 1백60여명의 시위참가자들이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치료를 받았고 군과 충돌했던 5일에는 1백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여기에 병원치료를 받지 않은 부상자 3백여명을 더하면 총 부상자는 5백여명을 상회한다. 이는 지난 해 7월 경찰과 격렬한 충돌을 빚었던 1차 평화대행진의 부상자 수 90여명의 5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특히 중상자들의 경우 대부분 방패와 곤봉에 의해 머리 부분을 가격당했고 이중에서도 후두부 가격에 의한 부상이 절반에 달해 지난 해 농민집회 이후 자제하던 경찰의 공격적인 시위진압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피해현황 조사를 총괄한 김정범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보건의료단체와 인의협 소속 의사들이 부상자를 치료한 병원을 방문해 진료내역을 입수한 결과 진단명 확인이 가능했던 1백20명만을 조사한 것”이라며 “병원진료를 받았지만 자세한 진단명을 모르는 이들이 다수임을 전제할 때 피해자 규모는 최소한 3백명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 법조계, 인권단체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은 이날 평택에서 공권력에 의해 일어난 인권침해 사례를 모아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최병성


또한 김대표는 “확인된 피해자 중에서 여성피해자가 7명이고 이들 대부분은 4주 이상의 중상자였다”며 “경찰폭력이 성별을 가리지 않아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됐음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집단린치에 의한 다발적 손상 환자가 3명이 확인됐고 76명의 중상자들이 대부분 안면과 후두부를 집중적으로 가격당해 이날 경찰의 진압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경찰의 방어적 폭력이라고 말하기에는 중상자의 비율이 너무 높다”며 “경찰폭력으로 골절, 절단, 신경손상창상 등의 중상을 입은 환자들은 향후 장애가 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그에 따른 손해 배상 청구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중상자 외면하고 비무장 시위대 폭행 가해

4일과 5일 군경에 의해 벌어진 인권침해 사례발표와 증언도 이어졌다.

진상조사단의 발표자료를 종합하면 진압작전을 완료한 4일, 경찰은 연행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고 5명의 취재기자가 포함될 정도로 무차별적인 연행을 시도했다.

진압이후 얼굴에 피를 흘리는 수십명의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경찰은 ‘앰블런스를 불러달라’는 시위대와 기자들의 요구를 거절한 채 연행을 독려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또 죽봉을 들고 저항하던 1층의 시위대를 진압하고 4시간 뒤에 이어진 2층 진압과정에서 무방비로 누워서 농성을 이어가던 노동자, 학생들을 전투화로 밟고 맨주먹으로 가격하는 폭력이 가해지기도 했다.

진압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논란은 연행 이후의 수사과정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파주경찰서에 연행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여성회원 11명은 교통계 여순경들이 가운을 착용시키지 않은 채 속옷을 벗기고 알몸 수색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경찰은 2층 진입에 앞서 시위대를 향해 철제의자, 돌, 화분 등을 공격도구로 사용했다.ⓒ최병성


경찰의 알몸수색은 끊임없이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와 지난 2000년 헌법재판소와 2001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위법행위로 간주된 바 있다.

현행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 8조에도 알몸수색의 대상을 ▲구속영장이 발부된 자 ▲살인, 강도 등 죄질이 중한 사범 ▲금지물품 휴대 의심자 ▲자해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어 향후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여성들에 대한 남성경찰들의 연행과정에서 웃옷이 벗겨지거나 속옷이 드러나는 성추행 사례, 5일 밤늦게까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외부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고 영장없이 가택을 수사한 사례들이 인권침해의 주요 사례로 꼽혔다.

군, 비무장 공언 깨고 민간인 곤봉폭행, 장기억류

진상조사단은 또 4일과 5일, 군이 설치한 철조망 앞에서 벌어진 민군 충돌과정에서 국방부가 비무장 방침을 깨고 곤봉과 방패로 시위대를 공격한 사례를 들어 “국방부가 애초부터 민과의 충돌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했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국방부장관은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군 병력이 절대 민간인을 대상으로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 했지만 4일과 5일 이미 준비된 진압도구들이 등장했다”며 관련 사진자료와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사진자료와 동영상에는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5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지급하겠다고 밝혔던 보호장구를 들고 민간인과 대치하는 군의 모습이 생생하게 잡혀있다.

국방부장관이 "시위대의 폭력으로 장병들에게 보안장구를 지급하겠다"다고 밝힌 5일 이전에도 군은 진압봉과 방패를 소지하고 민간인과 충돌을 빚었다.ⓒ평택 범대위 제공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이번 사태는 군경검 등 국가기관이 계획적으로 저지른 국가폭력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며 “국가기관이 위법한 공권력을 이용해 범죄에 가까운 행동을 서슴치 않으면 국민의 안전은 어디서 보장받을 수 있는가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번 1차 진상조사를 근거로 국민소송단을 구성해 법적대응에 나서고 향후 인권침해를 감시하기 위한 인권침해감시단을 평택에 파견할 예정이다. 아울러 진상조사단은 더 이상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사태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거듭 촉구하고 이번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자 처벌, 대통령의 사괴와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또 이날 오후 조영황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피해 구제 및 예방책 강구를 촉구하고 아울러 군, 경찰, 검찰 등에 이번 사태에 대한 관련자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차 진상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평택사태의 인권유린 행위는 종료된 것이 아니라 미군기지 이전 사업이 중단과 원상이 회복되지 않는 향후 더 큰 극한충돌과 유혈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인권 보호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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