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정부협상 문서 공개하라”
<현장> 국회 FTA토론회서 찬.반진영 치열한 설전
최근 잇달아 청와대와 정부 외교라인을 비판해 ‘FTA 저격수’라는 별칭을 얻은 정태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과 한미협상의 정부 측 수장인 김종훈 수석대표의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또 찬반진영의 대표적인 논리가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과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사이에서도 한미 FTA 체결 이후의 ‘낙관론’과 ‘비관론’이 격렬하게 맞붙었다.
한미 FTA를 둘러싼 정부와 시민사회의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 12일 출범한 국회 ‘한미 FTA를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주최한 ‘한미FTA 토론회’가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당초 2시간 3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날 토론회는 참석자들 간의 열띤 논쟁과 주최 측의 진행미숙에 대한 방청객들의 항의, 이후 참가자와 방청자간의 질의응답이 이어지면서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한미 4대 통상현안' 내주기 논란
가장 먼저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통상 4대 현안과 FTA협상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혹이었다.
한국이 미국과의 FTA 협상 재개를 위해 사전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스크린 쿼터 축소, 미국산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적용 유예, 의약품 약가 산정 기준 개선에 합의했다는 의혹이 그것.
이에 대해 정부는 ‘4대 현안은 FTA와 별개로 지난 한미 BIT(한미투자협정)에서 다뤄온 통상현안을 합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이와 관련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이날 미 의회가 부시대통령에게 보낸 공문을 공개하며 정부의 해명을 ‘국민을 속이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맹성토했다.
이 교수가 공개한 공문을 보면 지난 해 11월 17일 미 의회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난 직후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농업.자동차.영화.의약품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시의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하겠다고 보장했다”며 밝히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그간 한국정부의 주장을 뒤집는 것으로 4대 통상현안이 FTA를 위한 ‘거래용’으로 활용됐음을 시사하는 대목.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정부가 4대 현안과 FTA는 관계없다는 불필요한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미 양국의 입장이 대립하던 4대 현안을 다 털어냈으니 막상 본협상에 들어가서 뭘 갖고 싸울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국회가 진상조사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권영길 의원도 “4대 선결조건에 대해 외교부 장관, 통상본부장 등 정부는 국회에서 일반적인 통상과제였다고 답변했다”며 “위증여부에 대한 국정조사가 실시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미국은 4개 선결조건 중에서도 스크린쿼터, 쇠고기 수입재개의 완전해결을 요구했고 나머지 두 개는 성의를 요구했다”며 “외교부가 말하는 성과는 미국이 처음 제시한 8개의 선결조건을 이후 4개로 줄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비서관은 이어 “정부는 만약 4개 선결조건을 보장했다는 문서가 차후 공개돼 그렇게 표현한 문구가 나오면 책임지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결국 모든 논란은 대외경제장관회의의 1차에서 6차까지의 관련 회의 문건만 공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해명에 나선 김종훈 수석대표는 스크린 쿼터를 제외한 3개 통상현안은 FTA와 무관한게 별도로 진행된 통상협상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4대 통상 현안을 사전에 다 털었다고 하는데 쇠고기는 현재 안전기준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고 의약품 역시 복지부 차원에서 검토하는 단계에 불과하며 자동차도 적용유예조치에 불과하다”며 “스크린쿼터는 한국의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감안해 풀었다”고 답했다.
정태인 “KIEP 통계조작은 대국민 사기” vs 이경태 “정태인 사과해야할 것”
대외경제연구소(KIEP)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의 GDP, 무역수지 통계 조작의혹도 또 다시 제기됐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미 통계가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오늘 다시 왜곡된 수치를 바탕으로 자료집을 갖고 나왔다”며 “이는 사실상 사기로 학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정 전비서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수치(GDP 7.75% 상승, 고용 55만명 증가)는 FTA때문에 우리 경제가 결국 10%이상 성장하고 이를 유지한다는 것”이라며 “경제상식으로 도저히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박사들이 이런 식으로 학자로서의 양심을 버린 것은 누군가의 외압을 통해 주도됐을 것”이라며 배후를 밝히고 연구소의 보고서에 대한 타기관의 공개검증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FTA에 따른 경쟁력의 사례를 잘못제시하고 있다”며 “영세자영업과 상관없는 토종 이마트의 시장 1위나 5년을 준비한 일본의 수입다변화는 적절한 예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우리는 이미 연구모형에 대한 경제적 효과가 어떻게 되는지 공개검증하기 위해 민주노동당과 합의했다”며 “구체적방법이 합의되면 곧바로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원장은 “공개석상에서 상대방에게 왜곡, 조작, 외부압력, 사기라는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근거 갖고 말해야한다”며 “정태인 전 비서관은 검증 결과 (정 비서관의) 주장이 사실 아닐 경우 공식 사과해야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와 관련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설령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수치 분석이 사실이라해도 증가율을 10년으로 환산하면 매년 13.5억달러 정도가 증가하는 수준”이라며 “과연 이 정도의 GDP 증가액을 두고 사회적 갈등비용, 대내적 협상비용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졸속추진” vs “국회와 시민사회 의견 수렴하겠다”
한미 FTA협상의 졸속 추진 의혹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정부가 한미 FTA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여름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실패한 직후였고 노 대통령은 그해 9월 코스타리카 방문시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며 불과 1년이 걸리지 않은 한미FTA협상 준비과정을 꼬집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도 “2006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의회서안을 보면 이미 17개 분과위가 선정되어있어 한미가 이번에 합의한 분과위 구성가 동일했다”며 “정부는 미국이 제시하면 따라가는 것 외에 지금까지 무슨 사전협상을 진행했는가”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권영길 의원은 한미 협상이 대통령 훈령으로 되어있는 자유무역협정 체결절차 규정을 근본부터 흔들었다고 지적했다. 권의원은 또 정부가 진행한 공청회와 대외장관회의의 공청회 결과보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한미 교섭재개 선언이 2월 2일, 한 날에 이뤄진 것이 FTA 졸속진행의 증거라고 주장하며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의원은 “한미협상을 진행하려면 어쨌든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하지만 정부는 공청회를 미리하도록 규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이를 주관하고 보고서 분석해야 할 사람은 워싱턴으로 가서(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일방적으로 협상재개를 선언했다”며 “정부는 지난 쌀 협상때와 마찬기자로 여전히 선대책 후협상 기조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종훈 수석대표는 공청회가 협상재개 선언에 선결조건이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총론적으로 국회와 정부간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향후 국회와의 논의 체계를 확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간 논쟁이 되풀이됐던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개방정책으로 국내 경제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정부 측 입장과 ‘경제의 대미편중이 가속화되고 사회 전반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반대측 입장도 한 치 양보없이 격돌했다.
김종훈 “한국 영화인들이 미국인들이 보는 영화 만들면 되지않나”
한편 이날 토론회는 한미 FTA가 전방위적으로 끼칠 파장을 반영하듯 100여명이 넘는 방청객이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정부의 협상추진 논리를 예의주시했다.
이들은 김종훈 수석대표가 정부 측 논리를 방어하며 중간 중간 시민사회의 일반여론과 거리가 먼 발언을 할 때마다 실소를 터뜨리며 ‘껍데기만 한국사람’, ‘당신 국적은 미국인가’라며 감정 섞인 항의를 하기도 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스크린쿼터의 대미무역 적자는 9천만달러에 달하는데 한국의 시장점유율만 갖고 쿼터를 축소하는 게 상식적으로 옳은가’라는 이해영 교수의 공박에 “한국영화를 미국인이 잘 안본다는 얘기인데 그럼 영화를 미국인들이 많이 보게 만들면 되지 않는가”라고 말해 방청객의 야유를 받았다.
또한 같은 주제로 이해영 교수가 ‘스크린쿼터는 GATT 4조에 근거해 상영일수를 각 나라가 주권적으로 정하게 되어있다’는 발언에도 김 수석대표는 ‘이 교수가 잘못알고 있다’고 반박하다 방청석에서 항의의 목소리가 나오자 “스크린 쿼터가 국제적인 사례인지를 점검해봐야한다”고 말을 돌렸다.
방청객들은 발제와 지정토론이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360만 농민이 60만명으로 줄고 노동자 권리가 포기된다는데 이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특정계층의 이익을 구하는게 FTA인가’, ‘피해산업 구제책에 대해 고민은 해봤는가’라며 격앙된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국회, 논의기구 본격화될까
결국 이날 토론회는 공세와 방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정부 측의 향후 일정이나 시민사회의 새로운 쟁점사항이 부각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다만 정부의 본협상 개시 이후 전권을 쥐고 있는 국회가 뒤늦게나마 FTA 현안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향후 이어질 국회와 정부간 논의 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과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등 야당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한미 FTA협상 재개선언의 배경과 과정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해 지난 해 쌀협상에 이어 두 번째로 정부의 외교협상에 관한 국정조사가 이뤄질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종훈 수석대표는 이날 ‘한미 FTA 경과 보고서’에서 국회와 긴밀한 논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혀 논란의 중심이 됐던 ‘통상비밀주의’에 입각한 외교정책의 뒷배경이 얼마나 밝혀질 지도 향후 찬반논란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태인 전 비서관이나 권영길 의원을 비롯한 반대진영의 인사들이 “정부의 협상 예비 문서만 공개된다면 정국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공언하는 가운데 국회의 역할이 FTA 협상과정에서 중요한 키를 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미 FTA를 둘러싼 정부와 시민사회의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 12일 출범한 국회 ‘한미 FTA를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주최한 ‘한미FTA 토론회’가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당초 2시간 3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날 토론회는 참석자들 간의 열띤 논쟁과 주최 측의 진행미숙에 대한 방청객들의 항의, 이후 참가자와 방청자간의 질의응답이 이어지면서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한미 4대 통상현안' 내주기 논란
가장 먼저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통상 4대 현안과 FTA협상의 상관관계에 대한 의혹이었다.
한국이 미국과의 FTA 협상 재개를 위해 사전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스크린 쿼터 축소, 미국산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적용 유예, 의약품 약가 산정 기준 개선에 합의했다는 의혹이 그것.
이에 대해 정부는 ‘4대 현안은 FTA와 별개로 지난 한미 BIT(한미투자협정)에서 다뤄온 통상현안을 합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이와 관련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이날 미 의회가 부시대통령에게 보낸 공문을 공개하며 정부의 해명을 ‘국민을 속이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맹성토했다.
이 교수가 공개한 공문을 보면 지난 해 11월 17일 미 의회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난 직후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농업.자동차.영화.의약품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시의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하겠다고 보장했다”며 밝히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그간 한국정부의 주장을 뒤집는 것으로 4대 통상현안이 FTA를 위한 ‘거래용’으로 활용됐음을 시사하는 대목.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정부가 4대 현안과 FTA는 관계없다는 불필요한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미 양국의 입장이 대립하던 4대 현안을 다 털어냈으니 막상 본협상에 들어가서 뭘 갖고 싸울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국회가 진상조사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권영길 의원도 “4대 선결조건에 대해 외교부 장관, 통상본부장 등 정부는 국회에서 일반적인 통상과제였다고 답변했다”며 “위증여부에 대한 국정조사가 실시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미국은 4개 선결조건 중에서도 스크린쿼터, 쇠고기 수입재개의 완전해결을 요구했고 나머지 두 개는 성의를 요구했다”며 “외교부가 말하는 성과는 미국이 처음 제시한 8개의 선결조건을 이후 4개로 줄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비서관은 이어 “정부는 만약 4개 선결조건을 보장했다는 문서가 차후 공개돼 그렇게 표현한 문구가 나오면 책임지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결국 모든 논란은 대외경제장관회의의 1차에서 6차까지의 관련 회의 문건만 공개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해명에 나선 김종훈 수석대표는 스크린 쿼터를 제외한 3개 통상현안은 FTA와 무관한게 별도로 진행된 통상협상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4대 통상 현안을 사전에 다 털었다고 하는데 쇠고기는 현재 안전기준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고 의약품 역시 복지부 차원에서 검토하는 단계에 불과하며 자동차도 적용유예조치에 불과하다”며 “스크린쿼터는 한국의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감안해 풀었다”고 답했다.
정태인 “KIEP 통계조작은 대국민 사기” vs 이경태 “정태인 사과해야할 것”
대외경제연구소(KIEP)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의 GDP, 무역수지 통계 조작의혹도 또 다시 제기됐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미 통계가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오늘 다시 왜곡된 수치를 바탕으로 자료집을 갖고 나왔다”며 “이는 사실상 사기로 학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정 전비서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수치(GDP 7.75% 상승, 고용 55만명 증가)는 FTA때문에 우리 경제가 결국 10%이상 성장하고 이를 유지한다는 것”이라며 “경제상식으로 도저히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박사들이 이런 식으로 학자로서의 양심을 버린 것은 누군가의 외압을 통해 주도됐을 것”이라며 배후를 밝히고 연구소의 보고서에 대한 타기관의 공개검증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FTA에 따른 경쟁력의 사례를 잘못제시하고 있다”며 “영세자영업과 상관없는 토종 이마트의 시장 1위나 5년을 준비한 일본의 수입다변화는 적절한 예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우리는 이미 연구모형에 대한 경제적 효과가 어떻게 되는지 공개검증하기 위해 민주노동당과 합의했다”며 “구체적방법이 합의되면 곧바로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원장은 “공개석상에서 상대방에게 왜곡, 조작, 외부압력, 사기라는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근거 갖고 말해야한다”며 “정태인 전 비서관은 검증 결과 (정 비서관의) 주장이 사실 아닐 경우 공식 사과해야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와 관련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설령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수치 분석이 사실이라해도 증가율을 10년으로 환산하면 매년 13.5억달러 정도가 증가하는 수준”이라며 “과연 이 정도의 GDP 증가액을 두고 사회적 갈등비용, 대내적 협상비용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졸속추진” vs “국회와 시민사회 의견 수렴하겠다”
한미 FTA협상의 졸속 추진 의혹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정부가 한미 FTA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여름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실패한 직후였고 노 대통령은 그해 9월 코스타리카 방문시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며 불과 1년이 걸리지 않은 한미FTA협상 준비과정을 꼬집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도 “2006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의회서안을 보면 이미 17개 분과위가 선정되어있어 한미가 이번에 합의한 분과위 구성가 동일했다”며 “정부는 미국이 제시하면 따라가는 것 외에 지금까지 무슨 사전협상을 진행했는가”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권영길 의원은 한미 협상이 대통령 훈령으로 되어있는 자유무역협정 체결절차 규정을 근본부터 흔들었다고 지적했다. 권의원은 또 정부가 진행한 공청회와 대외장관회의의 공청회 결과보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한미 교섭재개 선언이 2월 2일, 한 날에 이뤄진 것이 FTA 졸속진행의 증거라고 주장하며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의원은 “한미협상을 진행하려면 어쨌든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하지만 정부는 공청회를 미리하도록 규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이를 주관하고 보고서 분석해야 할 사람은 워싱턴으로 가서(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일방적으로 협상재개를 선언했다”며 “정부는 지난 쌀 협상때와 마찬기자로 여전히 선대책 후협상 기조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종훈 수석대표는 공청회가 협상재개 선언에 선결조건이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총론적으로 국회와 정부간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향후 국회와의 논의 체계를 확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간 논쟁이 되풀이됐던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개방정책으로 국내 경제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정부 측 입장과 ‘경제의 대미편중이 가속화되고 사회 전반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반대측 입장도 한 치 양보없이 격돌했다.
김종훈 “한국 영화인들이 미국인들이 보는 영화 만들면 되지않나”
한편 이날 토론회는 한미 FTA가 전방위적으로 끼칠 파장을 반영하듯 100여명이 넘는 방청객이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정부의 협상추진 논리를 예의주시했다.
이들은 김종훈 수석대표가 정부 측 논리를 방어하며 중간 중간 시민사회의 일반여론과 거리가 먼 발언을 할 때마다 실소를 터뜨리며 ‘껍데기만 한국사람’, ‘당신 국적은 미국인가’라며 감정 섞인 항의를 하기도 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스크린쿼터의 대미무역 적자는 9천만달러에 달하는데 한국의 시장점유율만 갖고 쿼터를 축소하는 게 상식적으로 옳은가’라는 이해영 교수의 공박에 “한국영화를 미국인이 잘 안본다는 얘기인데 그럼 영화를 미국인들이 많이 보게 만들면 되지 않는가”라고 말해 방청객의 야유를 받았다.
또한 같은 주제로 이해영 교수가 ‘스크린쿼터는 GATT 4조에 근거해 상영일수를 각 나라가 주권적으로 정하게 되어있다’는 발언에도 김 수석대표는 ‘이 교수가 잘못알고 있다’고 반박하다 방청석에서 항의의 목소리가 나오자 “스크린 쿼터가 국제적인 사례인지를 점검해봐야한다”고 말을 돌렸다.
방청객들은 발제와 지정토론이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360만 농민이 60만명으로 줄고 노동자 권리가 포기된다는데 이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특정계층의 이익을 구하는게 FTA인가’, ‘피해산업 구제책에 대해 고민은 해봤는가’라며 격앙된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국회, 논의기구 본격화될까
결국 이날 토론회는 공세와 방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정부 측의 향후 일정이나 시민사회의 새로운 쟁점사항이 부각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다만 정부의 본협상 개시 이후 전권을 쥐고 있는 국회가 뒤늦게나마 FTA 현안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향후 이어질 국회와 정부간 논의 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과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등 야당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한미 FTA협상 재개선언의 배경과 과정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해 지난 해 쌀협상에 이어 두 번째로 정부의 외교협상에 관한 국정조사가 이뤄질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종훈 수석대표는 이날 ‘한미 FTA 경과 보고서’에서 국회와 긴밀한 논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혀 논란의 중심이 됐던 ‘통상비밀주의’에 입각한 외교정책의 뒷배경이 얼마나 밝혀질 지도 향후 찬반논란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태인 전 비서관이나 권영길 의원을 비롯한 반대진영의 인사들이 “정부의 협상 예비 문서만 공개된다면 정국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공언하는 가운데 국회의 역할이 FTA 협상과정에서 중요한 키를 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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