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측과 '광주형 일자리'에 잠정합의했던 광주광역시가 한국노총의 강한 반발에 잠정합의 이틀만인 5일 현대차와 재협상을 벌이기로 하는 등, 갈팡질팡을 거듭하고 있다.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는 이날 오후에 오전 회의에 불참했던 한국노총이 참석한 가운데 가까스로 회의를 열고, 한국노총이 반발하는 '단체협약 5년 유예 조항'을 빼고 3가지를 추가해 현대차와 재협상을 벌이기로 의결했다.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회의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 협약 안에서 노동계가 반발하는 '단체협약 유예 조항'을 빼고, 3가지 안을 추가해 현대차와 재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신설법인의 경영 안정과 투자자 확보를 위해 해당 조항이 포함된 것인데 법령 위반 소지가 다분해 이를 제거한 뒤 최종 협상을 맺자는 데 의견이 모아져 조건부 의결됐다"고 군색한 해명을 했다.
3가지 안 가운데 첫번째 안은 '단체협약 유예 조항'으로 노동계가 반발했던 노사상생발전 협정서 제1조 2항을 삭제하는 것.
두번째 안은 사업장별 상생협의회를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 상의 원칙과 기능에 근거해 운영하고,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고려해 결정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세번째 안은 사업장별 상생협의회는 근참법 상의 원칙과 기능에 근거해 운영되도록 하며 결정사항의 효력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향후 노조 역할을 대신할 상생협의회가 사실상 임단협을 하도록 하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근참법 12조에는 '노사협의회는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임단협은 통상 1년 단위로 이뤄진다.
임금 수준은 주 44시간에 연봉 3천500만원을 기준으로 신설법인에서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임금체계를 결정하고, 자동차 생산 규모를 연간 10만대로 규정했다.
당연히 현대차 사측은 즉각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는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광주시가 오늘 노사민정 협의회를 거쳐 제안한 내용은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라며 "광주시가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당사에 약속한 안을 노사민정 협의회를 통해 변경시키는 등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광주시를 질타했다.
현대차는 더 나아가 "광주시가 '의결사항 수정안 3안'이 현대차의 당초 제안이라고 주장한 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지난 6월 투자 검토 의향의 전제조건으로 광주시가 스스로 제기한 노사민정 대타협 공동결의의 주요 내용이 수정된 바 있고, 이번에도 전권을 위임받은 광주시와의 협의 내용이 또다시 수정·후퇴하는 등 수없이 입장을 번복한 절차상의 과정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대차는 "광주시가 향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투자 협의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광주시를 더이상 신뢰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현대차가 수용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오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와의 투자협약 조인식도 물건너갔다.
이처럼 광주형 일자리가 난항을 겪는 주요인은 광주시의 갈팡질팡 행보라는 게 노사 양측 모두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광주시는 6월에는 현대차 사측과 잠정합의를 맺었다가 노동계가 반발하자 지난 달에는 한국노총과 상반된 내용의 잠정합의를 체결했다. 그 뒤 현대차가 반발하자 지난 3일에는 또다시 현대차와 원래안대로 잠정합의를 했다가, 한국노총이 반발하자 또다시 현대차와의 잠정합의를 파기하는 등 어지러운 모습으로 일관해 왔다.
이에 광주형 일자리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노사 양측 모두에게 치이며 끌려다니는 신세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