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광주시민들 만나 “서운한 것 다 푸세요"
"힘내라"는 격려와 "이젠 지지 못해" 냉소 엇갈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과 강기정 의원과 함께 양동 전통시장을 찾은 뒤 광주천, 광주공원까지 시민들과 함께 걸었다.
그는 양동시장 등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광주 분위기는 어떤가. 저한테 야단 많이 치셨다고 하는데 잘 할 테니까 섭섭한 것 다 푸세요”며 “오늘 제가 야단도 많이 받고 잘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러 왔다. 부족한 부분 말씀해 달라”고 말을 건넸다.
한 40대 남성은 이에 “왜 이런 데로 오나, 시민들 있는 데로 걸어가라. 힘 내라. 공원에서 있는 사람들이 욕해서 싸우고 왔어. 힘내라”라고 격려했고, 또 다른 시민 신모씨(58)도 “더민주가 살아야지 호남이 산다”고 말했다.
광주 공원에서 일부 시민들은 문 전 대표를 차갑게 맞기도 했다.
김모씨(남·78)는 “야당은 무슨 야당이야, 공개적으로 무릎을 꿇어야지. 사과를 하러 왔으면 무릎 꿇고 사과하러 와야지”라고 호통을 쳤고, 문 전 대표는 “잘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한 시민은 비판을 한 시민에게 “그런 말은 천정배, 박주선에게 가서 하라”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전남대에 도착해서는 학생 등 50여명과 함께 잔디밭에 둘러 앉아 “젊은 사람들이 많이 투표하면 정치하는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의 비위에 맞추게 되어 있다. 젊은 사람들이 누구를 찍든 투표율이 높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호남 광주에서 정권 바꾸자는 일념 하나로 더민주 후보를 마음에 안들어 하고 찍어줬는데 정권을 바꾸지 못해 실망을 드렸다"며 "그러나 내년 정권 교체는 틀림없다 생각한다. 경제, 민생이 어려우니 박근혜 정권 심판 분위기가 넘쳐난다”고 단언했다.
그는 ‘청년실업 대책’, ‘집값 대안’ 등을 묻는 질의에 “청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그런 정책을 펼쳐야 한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도 행복주택, 주거복지 공약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전월세가 청년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결혼을 어렵게 만든다. 그것을 우선순위를 두고 해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충장로와 전남대 후문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문 전 대표를 환대했다.
김모(여·58)씨는 “당연히 와야지. 광주 민심이 엄청 왜곡되는 걸 보며 안타까웠다"면서 "어르신들이 호남을 홀대했다고 많이 말씀 하신다. 사실을 이야기 해 줘도 믿지를 않는다. 모든 책임은 문재인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김모(남·48)씨는 “나이드신 분들은 민심이 좋지 않다. 언론에서 그렇게 만든다. 젊은층은 아니다”라고 말했고, 취업 준비생인 김모씨(남·27)도 "이쪽(더민주) 지지를 더 많이 한다. 더 열심히 하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씨(여·26)는 “(호남 민심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지 않다. 국민의당이 언론 플레이를 하니 그런 걸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나”라면서도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있고, 하지 않는 사람이 있지 않나. 대체적으로는 바뀐 것 같지 않다”고 숨겨진 표심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에게 냉랭한 시민들도 있었다.
국민의당을 지지한다는 상경대 이모씨(여·23)는 “정말 민심이 위험하니 챙기러 오셨구나 싶다”라며 “더민주보다는 안철수 쪽이 (호남 발전에) 기여를 더 많이 할 것 같다. 호남 지역에 있으니 당연히 호남에 대한 공약이 좋아야 지지하지 않겠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또 다른 시민 김모씨(남·45)는 “너무 늦었지. 선거 때 다 되어 와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라며 “표 달라고, 또 한번 믿어달라고 오는 모양인데 아주 열심히 해서 변화를 확 시켜버리던가, 그런 거 아니고서는 나는 이제 그냥 지지는 못 해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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