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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나는 한번도 국민 배신한 적 없다"

'경제대통령론' 일축, 남북정상회담 조기개최도 부인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오후 인터넷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당초 예정보다 기자회견 시간을 1시간 연장하면서까지 개헌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남북정상회담 조기개최에 부정적 전망

노 대통령은 2.13 합의와 관련, "북한이 개혁·개방할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만일 북한도 제 정신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개혁개방 이외에 아무런 길이 없기 때문"이라며 "개혁개방으로 성공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혁 개방하려는 사람이 왜 핵무기를 만들었을까?"라고 반문한 뒤, "개혁개방과는 별개로 상대방에 대응하기 위해, 위협하지 못하도록 협상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북핵이 거듭 대미협상용임을 주장했다.

노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선 "여러 가지 장애물이 없어지면 우리도 바빠지지 않겠나? 그때 만나면 할 일이 있는데... "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우리끼리 만나서 약속을 해도 미국과 중국의 합의를 다시 받아내야 한다. 그러면 되는 게 별로 없다. 빗장이 풀릴 지 안 풀릴 지 모르는데, 만나는 것이 여러 가지 상황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며 조기 정상회담 개최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 관계 정상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1차적 문제이고, 1차적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도 풀기 어려운 것이 국제적 역학구조"라고 덧붙였다.

진보진영 거듭 비판

노 대통령은 자신이 진보진영을 교조적이라고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나는 그런 논쟁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최근 진행중인 진보논쟁에 대해 "그들이 진보를 표방할 만한 균형점 위에 있는지, 아무리 읽어봐도 어려워서 잘 이해를 못하겠다. 내가 이해 못하면 일반 국민들은 자기와 아무 관계없는 현학적인, 구름 위의 논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재차 우회적 비판을 가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 배경과 관련, "정치적 저의 같은 건 없다. 대선 유불리를 따질 만큼 돌아가는 바람을 정확히 읽을 능력도 없다"며 "그러나 오늘날의 매체를 보니 국민들은 간 데 없고, 누구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만 있다. 그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언론보도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인터넷매체들과 만난 개헌 필요성 등을 역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헌? 내 반대편에 총대 매는 사람 아무도 없어"

노 대통령은 자신이 발의할 예정인 개헌에 대해선 "개헌에 공감대가 없는 것이 아니고, 지금 하자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없다"며 "왜 지금 안 되느냐는 것을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나는 우리 사회가 이래도 좋으냐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거"라며 "충분히 토론하는 것은 올바른 답을 찾기 위한 민주주의적 과정이다. 그런데 언론이 입 다물고 있으니까 누가 말할 사람이 없고, 지지율 높은 정당이 입 다무니까 말하는 사람 없고,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가 낮으니까 이야기가 안 된다"고 언론과 한나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것도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지지율 높은 정당이 얘기해도 틀린 것은 틀린 것"이라며 "그런데 내 반대편에서 총대 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논리가 안 되니까 진정한 의미에서 토론하는 사람이 없다"고 거듭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원포인트 개헌 거치고 나면 (나머지 복합적 개헌은) 어느 때라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원포인트 개헌 지금 논의하지 않으면 앞으로 20년간 본질적 논의 할 수 없다"고 원포인트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되든 안 되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성실한 정치인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아주 솔직히 (개헌 발의는)훗날 평가와 기록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역사적 관점에서 책무를 다 하고 싶다”고 말해, 개헌 발의를 멈출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나는 한번도 국민을 배신한 적 없다"

노 대통령은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과정에 자신의 낮은 지지율에 대한 회한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지지율 문제는 포기했다. 그렇다"며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국민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국민 무시한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냥 양심껏, 소신껏 가겠다는 얘기로 들어주시면 고맙겠다. 사랑을 포기한 것도 무시한 것도 맞지 않다"며 "나는 국민을 한번도 배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낮은 지지율에 대해 "이렇게 된 것은 주로 내 책임"이라면서도 "내 정치적 역량이 떨어져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 첫 번째 원인이고, 또 하나는 국민들과 의사소통이 굉장히 어렵다” 고 말해, 우회적으로 국민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제대통령론' 일축, "정치 잘 알아야"

노대통령은 연말대선의 시대정신과 관련, "여론조사를 하면 '경제하는 대통령'얘기하는데 15대 때도 16대 때도 '경제'가 높이 나왔다"면서 "그러면 그때 시대정신이 전부 경제였겠느냐. 경제는 어느 때나 항상 나오는 단골메뉴"이라고 '경제대통령론'을 일축했다. 이는 우회적으론 이명박 전서울시장에 대한 비토로도 해석가능한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진정한 의미에서 시대정신은 각기 다 있다. 그에 대해 (후보자들이) 답하는 것이 투표하는 사람들에게 방향 제시하는 것이고, 출마하는 이들도 그에 맞춰 공약해야 한다"며 "정치를 잘 알고, 가치 지향이 분명하고, 정책적 대안이 분명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차기대통령의 조건을 나열했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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