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육군 5163 부대'라는 위장 이름으로 이탈리아 해킹업체인 '해킹팀'한테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문제의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해 운영한 주체가 국정원 2차장 산하 국내정보파트가 아니냐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국정원 협력사인 나나테크는 지난해 1월 14일 이탈리아 해킹팀에 “고객(국정원)의 내부 상황 때문에 의회가 예산을 삭감해 매우 제한된 예산만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는 유지관리 계약만 하길 원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내부 상황이라는 것은 2013년 내내 뜨거운 이슈였던 국정원의 대선개입 댓글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당시 2014년 국정원 전체 예산은 삭감된 것이 아니라 동결됐다. 삭감된 곳은 2차장 산하 국내파트 뿐이었고, 3차장 소관인 대북정보파트와 1차장 소관인 산업스파이 파트 예산은 오히려 늘어났다"면서 "국내 정치 개입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감시프로그램을 구입하고 활용한 국정원 부서가 국내파트인 2차장 산하가 아닌지 의심 가는 대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국정원은 이미 2012년부터 문제의 해킹 프로그램을 실제 사용했으며 동시에 모니터할 수 있는 목표물을 최초 10개에서 20개로 늘려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나테크는 2010년 9월 보낸 이메일에서 “고객이 해당 제품이 휴대전화 상에서의 음성 대화를 모니터링하는 기능이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면서 고객이 그런 기능을 원한다고 전했고, 해킹팀은 이에 2012년 5월 답장메일을 통해 목표물이 아무리 많더라도 모니터링 기능을 한국 전체로 확장할 수 있는 기능과 알려지지 않은 통화자의 목소리를 서로 구분할 수 있는 기능을 옵션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메일을 받은 국정원은 한 달 뒤인 2012년 6월, 10개의 목표물을 추가로 관리할 수 있는 계약을 요청해서 이후 모두 20개의 목표물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뉴스타파>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