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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현대가 이천수에게 가르쳐주지 않은 것

울산, 적정이적료 없이 이천수 유럽진출 동의해줄 가능성 희박

이천수(울산현대)가 소속팀인 울산현대측에 오는 7월 무조건 유럽에 진출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의 '유럽행 보장각서'를 요구하며 선수생활 중단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데 대한 논란이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다.

울산측은 오는 14일까지 이천수와 논의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고 이천수도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겠다는 입장이나 일부 언론들은 이천수의 이번 '돌출발언'에 대해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답지 못한 행동"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천수가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역풍을 맞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언론, "이천수, 스타답게 행동하라" 비판

이천수가 구단과의 대화가 아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의 불만을 토로하고 그라운드 복귀거부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점과 구단과의 계약관계를 무시한채 울산의 실질적 오너인 정몽준 회장을 직접 만나 담판 짓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프로선수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이천수가 지난 2003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한 이후 적응에 실패, 약 2년만에 K리그로 복귀, 10억원대에 이르는 연봉을 제공받으며 특별대우를 받아왔고, 이로 인해 울산이 이천수라는 스타선수에게 휘둘려온 결과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K리그 구단들이 한국축구발전을 위해 유망주들의 유럽진출에 협조해야 한다는 명분에 밀려 희생될 수 없다는 ‘K리그 희생불가론’을 내세워 이천수의 ‘유럽행 보장각서’ 요구가 부당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천수, '유럽행 보장각서' 요구의 배경은 따로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이천수의 ‘유럽행 보장각서 요구파문’의 배경을 헤아려보는노력은 외면한 채 이천수의 돌출발언만을 문제삼는 태도는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이번 이천수의 위건행 무산과정을 살펴보면 이천수의 돌출발언의 배경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천수는 인터뷰에서 위건의 '임대 후 이적'이라는 제안조건에 대해 수용입장이었던 것으로 밝히고 있으나 울산측은 이천수도 임대로는 위건에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혀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양 측의 말이 전부 거짓이 아니라면 울산은 이천수의 의사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에 임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울산은 언론과 팬들에게 위건측에서 일방적으로 협상결렬을 통보해 이천수의 이적이 무산된 것으로 발표했고, 이천수도 울산의 발표내용이 사실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이천수와 익명의 울산측 관계자의 인터뷰 내용에서 위건이 아닌 울산의 거부로 협상이 결렬됐음이 확인됐다. 협상진행과정을 가장 잘 알아야할 당사자인 이천수에게 울산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천수의 입장에서는 선수의 의사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아 협상을 결렬시킨것도 모자라 선수 본인은 물론 언론과 팬들에게 거짓말까지 하는 울산측의 태도가 못마땅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런 과정에서 구단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돈과 계약의 문제와는 거리가 먼 신뢰와 감정의 문제이다. 가장 믿었던 파트너 울산과의 신뢰가 무너지고 그로 인해 감정이 상한 것이 이천수의 돌출발언의 가장 큰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돈이다?

그동안 울산은 현영민(전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이호(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김정우(나고야 그램퍼스) 등 소속팀 선수들의 외국리그 이적에 있어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유럽의 빅리그로 진출한 사례는 아니었다.

현영민은 자유계약신분으로 러시아에 진출한 케이스고, 이호는 지난 2006 독일월드컵 직후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함께 이적하면서 당시 300만달러라는 비교적 큰 이적료를 발생시키며 이적했다. 당시 이호의 계약은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기업이 막대한 자본력을 보유한 러시아의 석유재벌 가스프롬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정우의 J리그 이적의 경우에도 울산은 100만달러의 이적료를 챙겼다.

그러나 이천수의 경우 울산은 금전적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 2003년 3월 이천수가 스페인 레알소시에다드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적료는 350만 달러로서 당시 환율을 감안할때 우리돈 약 42억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그러나 이중 50%는 이천수의 몫이었고, 울산은 몫은 이적료의 50%에 불과했다.

반면 이천수가 스페인에서 적응에 실패한 이후 울산에 복구하면서 울산이 이적료로 레알 소시에다드에 지불한 금액은 250만달러로서 당시 환율로 따지면 25억원 정도 수준이었다. 여기에 울산은 이천수에게 10억원 수준의 연봉을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고려대학교 재학중이던 이천수를 스카우트,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울산이 이천수를 통해 금전적인 이익을 보진 못한 상황이다.

이천수에게 유럽무대 재진출은 '그림의 떡'?

울산으로서는 만약 이천수가 다시 유럽에 진출할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이적료를 받아내야 그동안 이천수를 길러낸데 대한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 따라서 울산은 이천수에 대한 이적료가 기대 이하일 경우 결코 이천수를 유럽으로 이적시키는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천수가 '유럽행 보장각서'를 요구한 또 다른 이유다. 이 부분은 팬이나 언론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상황이므로 울산으로서는 이 원칙을 고수해도 결코 불리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천수에게 K리그와 2007 아시안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면 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K리그와 아시아지역 국가대항전에서의 활약은 유럽구단들로 하여금 아시아 선수의 영입의사를 갖게하는 모티브는 될 지언정 실질적으로 선수의 가치를 높여주는 역할은 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와 같은 조언은 그야말로 '듣기좋은 꽃노래'에 불과하다.

어쩌면 울산이 애초부터 이천수의 유럽이적을 돕겠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한 것은 처음부터 'K리그 최고스타에 걸맞는 적정한 이적료'라는 전제가 생략된 방침이었던 셈이었다. 이렇게 보면 울산에서 이천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숨겨져 있는 전제를 가르쳐주지 않았을 뿐이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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