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 초읽기로 시장 요동...김무성은 "금리 내려"
금리-세금 내릴 때는 기립박수, 올릴 때는 돌맹이 세례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한국 등 신흥시장을 비롯해 세계에 풀렸던 천문학적 자금이 일제히 월가로 역류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은 물론이고 전세게적으로 금융시장 혼란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그러나 단 한사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만은 예외인듯 싶다.
김무성 대표는 11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유럽 중앙은행이 지난 9일부터 경기를 부양하고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2년간 총 1천210조원의 돈을 푸는 양적완화 시행에 들어갔다"면서 "미국에 이어 일본, 중국, 영국 등에 이어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9개국까지 양적완화에 나선다면 사실상 통화전쟁, 환율전쟁에 전 세계에 나서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번 조치로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에서 1.5%로 0.5%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번 유럽의 양적완화로 우리 경제는 수출 소폭증가와 주가상승 등의 효과도 기대되겠지만 반면에 환율하락으로 인한 원화절상으로 수출차질 등 역효과가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살을 한국은행으로 돌려 "전 세계적으로 통화완화 흐름 속에 우리 경제만 거꾸로 갈 수 없다"면서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9% 기록함으로 연 2%인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는데 이것은 그만큼 금리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에다가 우리 경제는 낮은 물가로 인해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 만큼 여기 시장과 실물경제의 흐름에 부응하는 금융정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며 "지금은 경제살리기에 모든 협력을 해야 되는 중대한 시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정부와 통화당국의 적극적 대처를 요구한다"며 오는 12일 금통위 회의가 예정돼 있는 한은에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이같은 김 대표 주장은 작년까지는 부분적으로 설득력이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이 풀었던 돈을 회수하기 시작했으나 금리인상 시기는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해 하반기에 가계부채 폭증 등 각종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 방침에 부응해 두차례 금리인하를 강행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미국의 경기회복이 확연해져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5.5%까지 떨어지면서 오는 6월 미국의 금리인상이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등 전세계가 환율전쟁에 돌입한만큼 우리도 금리를 내려 가세해야 한다"는 식의 김 대표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지금 전 세계 통화가치는 초강세인 달러화를 제외하고 모두가 예외없이 급락행진을 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미국 조기금리인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금주 들어 연일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큰 혼란이 시작됐다. 이런 마당에 한은이 정부여당 압력에 굴복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한다면, 앞으로 두어달 뒤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외국자금 대거이탈로 환율 폭등과 주가 급락 등 금융시장 혼란은 더 심화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일각에서는 정부여당이 지금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지만, 최근의 유가 급반등에다가 환율 폭등까지 겹쳐질 경우 물가가 급등세로 돌아서면서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당은 치명적 궁지에 몰릴 것이다. 돈이 안벌리는 데 물가마저 폭등하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다.
경제학 교과서에 "금리와 세금은 내릴 때 기립박수를 받지만, 올릴 때는 돌맹이가 날아든다"는 말이 있다. 내리기는 쉽지만 올리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의미다.
이미 MB정권때 법인세 대폭 인하로 지금 우리나라 재정은 골병이 든 상태다. 여기에다가 이미 대폭적 금리인하로 가계부채 시한폭탄의 초침 소리가 더없이 커진 마당에, 또다시 금리를 추가인하한다면 아마도 박근혜 정권 후반기에 우리 경제는 재앙적 부메랑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집권여당이야 당연히 책임을 지고 쇠락하면 그만이나, 민생 파탄으로 길거리로 내몰릴 국민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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