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朴대통령, 문제를 문제로 인식 못해"
"박근혜 정부에는 경제기술자만 있지 경제정책가는 없어"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23일자 <중앙일보> '배명복의 직격인터뷰'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역풍을 맞으며 항해를 할 순 없는 것 아닌가. 순항을 하려면 바람의 방향에 맞춰 돛대를 바꿔 달아야 한다. 그렇게 못하면 순항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김 전 위원은 박 대통령이 국민이 원하는 과감한 인적쇄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밖에서는 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정치에 참여한 지 15년 동안 자신에게 딱 맞게 익숙해진 시스템을 떠나서는 일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게 돼 있다. 대선 기간 동안 내가 느낀 게 바로 그거"라면서 "나는 박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바뀔지에 대해서도 “대통령 스스로 자각하기 전에는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 그것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이 임기 끝까지 이어질 걸로 본다. 성공 여부는 그때 가서 판단할 일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선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경제민주화 공약이 선거에 도움이 되니까 얘기했던 것이지, 경제민주화가 국가 발전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한 깊은 철학이나 확신은 없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이에 '그럼에도 박 대통령을 믿고 경제민주화에 기대를 건 것은 너무 순진했던 것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박 대통령만큼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정치인은 없다고 봤다. 세종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수정안이 합리적이냐 아니냐를 떠나 선거 때 국민에게 약속했기 때문에 원안대로 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소신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자기 입으로 경제민주화를 약속해 놓고 저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믿었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이에 '사람 보는 눈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되묻자, 그는 “그래서 국민께 죄송하다고 했다”고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는 경제 올인을 선언한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 대해서도 “말은 많이 했지만 내용은 별로 없었다”면서 “조선·중공업·석유화학·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 업종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부문을 구조적으로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가 더 시급한 문제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경환 경제팀에 대해서도 “최경환 경제팀은 아베노믹스가 나오기 전의 일본 상황에 대해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있다"면서 "93년부터 일본은 구조적인 문제를 무시하고 경기부양한다고 매년 1000억 달러를 10년 동안 쏟아부었다. 그러나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했다. 오부치 총리 때는 소비 수요를 늘리겠다며 상품권을 나눠주기도 했다. 그 역시 아무 효과 못 보고 웃음거리만 됐다. 아베 총리도 일본 국민의 사기를 높인다고 열심히 돈을 풀었지만 지난 2년간 아무 성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일본이 모르는 게 있다. 일본의 시장구조가 옛날과 다르다는 점이다. 1억3000만이라는 인구가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 최적의 사이즈였는데 지금은 그 시장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고령화 때문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25%나 되고, 60세 이상 인구가 가진 저축이 전체 저축의 3분의 2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은 소비 수요가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일본의 기업 유보금이 국내총생산(GDP)의 44%로, 2조 달러가 넘는다. 한국도 34%로 비슷하다. 돈을 갖고도 투자를 않는데 금리 내리고 돈을 푼다고 기업들이 투자를 하겠나. 아베노믹스가 정치적으로는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경제를 아는 사람이 보기엔 성공하기 힘든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따라 하고 있는 것이 최경환 팀”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더 나아가 “어떤 의미에서 박 대통령이 경제부처 사람들에게 속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정권만 잡으면 다 경제 살린다고 난리를 치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이제 3% 정도 성장을 하면 정상이라고 봐야 한다. 그 정도면 경기부양이고 뭐고 특별히 할 것도 없다. 박근혜 정부에는 경제기술자만 있지 경제정책가가 없다. 경제정책가는 자유분방한 예술가적 기질을 가져야 한다. 변화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서 무엇을 어떻게 바꿀지 종합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런 게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재원 조달과 관련해선 "지난 선거 기간 동안에도 그런 얘기를 했다. 초년도에는 이명박 정부가 만들어놓은 예산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증세를 할 수 없지만 집권 후 1년 동안 검토해서 추가 소요가 있으면 부가세 인상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었다”면서 “부자 증세로 늘어나는 세입에는 한계가 있다. 그걸로는 복지재정을 충당할 수 없다. 부가세처럼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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