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잔류' 날벼락에 동두천 발칵 뒤집혀
동두천시장 "모든 방법 동원해 투쟁하겠다"
수년간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미군기지 잔류설이 확실한 사실로 밝혀진 탓이었다.
미국 워싱턴에서 23일(현지시간) 열린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은 한국군이 자체 대(對)화력전 수행능력을 증강하는 2020년까지 210화력여단을 남겨두기로 했다.
210화력여단은 동두천시 보산동 미군기지인 캠프 케이시에 주둔하고 있다.
시(市)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상황실에서 미군 재배치 범시민 대책위원회와 도의원·시의회의원 등이 함께하는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오세창 동두천시장은 "일방적인 잔류 발표는 동두천 시민이 죽든지 살든지 상관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면서 "미2사단 정문 폐쇄가 됐든 뭐가 됐든 우리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할 계획"이라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필요한대로, 지역민과 사전에 협의를 거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출범한 범시민 대책위도 절망적인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잔류방침이 언론을 통해 공식 발표되자마자 이날 오전 3시 30분께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2020년 이후 전작권 전환, 210여단 잔류' 등이 적힌 문자를 받았다.
잠에서 깨어나 내용을 본 이태경 동두천시사회단체협의회장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문자 하나로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것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한종갑 대책위원장은 "지금까지 2016년에 떠난다는 전제로 어려움을 겪고 참았는데 배신감이 든다"며 "계획이 바뀌었다면 그에 맞는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210화력여단만 동두천시에 잔류하는 현 방침은 미군기지가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된다는 셈법도 고개를 들었다.
공여지 개발계획엔 차질이 생기는 데다 미군 병력 숫자가 현격히 적어져 보산동 관광특구 등 관련 업종이 고사하면 지역경제는 더 악영향을 받는다는 논리다.
또 시가지 한가운데 커다란 평지를 차지하는 캠프케이시(면적 14.15㎢)가 이전하지 않는 한 나머지 기지나 훈련장이 모두 떠난다고 해도 지역을 종합적으로 발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대책위 내부에서는 그간의 투쟁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볼멘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지역사회단체장들이 주축인 대책위는 미2사단 캠프케이시 앞에서 잔류 반대 집회를 열 때도 군가를 틀어놓는 등 보수·안보의식이 뚜렷한 편이었다.
한종갑 대책위원장도 동두천재향군인회장을 맡고 있어 여타 지역의 반미성향을 띤 미군문제 관련 단체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대책위 한 관계자는 "반미성향 단체에서 미군기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합쳐주겠다는 연락이 왔었다"면서 "이제까지는 그래도 우리 주민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고사했지만 이렇게 된 마당에 가릴 것이 무엇이겠냐"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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