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이 바닥일 수도", 민생 악화에 속앓이

외국인 주식 매집에도 원화 약세 심화. "대기업, 달러화가 말랐다"

2023-04-12 16: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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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감산 발표후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매수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가 계속돼 물가를 빨리 잡아야 하는 정부를 곤혹케 하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3.5원 오른 1,325.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10일 종가 기준 종전 연고점(1,324.2원)을 넘어선 연고점 경신이다. 3거래일 연속 상승이기도 하다.

주목할 대목은 외국인들은 증시에서 4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중이라는 점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천1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나홀로 매수다.

지난 7일 6천934억, 10일 7천295억, 11일 1천835억원에 이은 4거래일 연속 순매수로 4거래일동안 무려 1조8천207억어치를 사들였다.

그간에는 외국인이 주식을 순매수하면 달러 수급 차원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요 근래 들어서는 이 법칙이 깨지는 양상이다. 글로벌 달러가 약세임에도 원화는 반사이익을 보지 못하고 달러화보다 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원인으로는 우리니라의 수출 감소 및 무역적자 행진, 특히 1~2월 경상적자 발생이 꼽힌다. 정부도 "4월까지 경상수지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경상적자 지속 가능성을 시사할 정도로 상황은 간단치 않다.

한 그룹 고위관계자는 "그간 환율 안정에는 대기업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 컸다. 기업들이 수출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면서 보유하고 있는 달러가 많아 외환당국과 별도로 환율 안정에 기여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반도체 쇼크로 삼성전자가 1분기에 간신히 6천억 영업이익을 내고 SK하이닉스는 4조원대 적자설까지 나도는 등 자동차업종을 제외한 다수 기업들에서 달러화가 말라버렸다"며 "어쩌면 현재 환율 1,300원이 바닥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수출 전위인 반도체 등이 바닥을 찍기 전까지는 1,300원 이상의 고공행진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진단인 셈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겐 호재이나, 하루빨리 물가를 잡아야 하는 정부나 대수기업에겐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다.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산유국의 추가감산으로 국제유가도 상승세로 돌아서 물가불안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이날 뉴욕 기자간담회에서 "아직은 물가 안정이 우선이고 그걸 놓쳐선 안 된다. 물가를 보면서 지출이나 경기 문제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정부가 내심 물가불안에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있는가를 극명히 보여준다.

대통령실도 윤석열 대통령 및 집권여당 지지율 급락의 기저에 '물가 폭등'에 따른 민생 악화가 깔려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민생이 악화되면 사정정국은 근원적 한계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민생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이 전기료-가스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알면서도 인상 폭과 시기를 놓고 정부가 갈등양상을 보이는 것도, '세수 펑크' 때문에 유류세 감면의 단계적 축소 필요성을 알면서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민생 악화와 무관치 않다.

결국 "바보야, 문제는 실물경제야"인 셈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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