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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강경'에 최악으로 치닫는 인질사태

<뷰스 칼럼> 협상 대신 군사작전 기류, '우리에게 미국은?'

어린 자식이 납치됐다고 가정하자. 이때 누구 애간장이 가장 탈까. 영화 <그 놈 목소리>에서도 볼 수 있듯 당연히 부모다. 부모는 이때 자식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이 된다. 동시에 동물적 후각으로 어떻게 해야 자식을 구할 수 있는가를 알고 행동한다.

지금 탈레반에게 납치된 인질들의 가족들이 그렇다. 이들은 두번째 인질이 살해되고 탈레반에 대한 강경대응을 경고한 정부 입장 발표가 있은 직후인 31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을 향해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많은 인질들의 희생이 우려되는 무력 구출작전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질 가족들은 1일 오전 모두 모여 주한미국대사관을 방문해 이런 입장을 재차 전달하기로 했다. 미국이 인질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음을 알고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냉정한 미국정부 "타협은 없다"

이처럼 인질 사태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처음부터 그랬다. 그러나 미국은 처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요지부동이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두번째 인질이 피살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질 추가살해 사태는 탈레반의 사악함(viciousness)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맹비난하며 "우리는 사태가 아주 어려운 상황임을 이해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곧이어 정례브리핑에서 "테러리스트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며 "지난 20여년간에 걸친 미국의 정책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그런 우리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말해,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하겠다던 앞의 말이 '립 서비스'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 기자가 '한국에서는 미국이 실질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원칙을 바꿔서 예외적인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지 않냐'고 묻자, “그런 여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일축한 뒤 "여러분도 아다시피 우리의 입장은 아주 확실하다. 한국인 인질이 처한 상황에 대해선 정말 동정을 금치 못한다. 이건 비극적인 사건이다. 그들은 인질을 보내줘야 한다. 우리는 가능한 빨리 그들이 풀려나기를 바란다. 그러나 다시 얘기하지만 미국의 정책은 아주 오랜 세월동안 원칙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질 추가살해 직후 아프간 대통령궁은 "인질과 포로 맞교환 협상은 없다"며 한국인 인질이 더 죽어도 탈레반과 협상을 할 수 없다는 냉담한 입장을 발표했다.

아프간-미군 '인질 구출작전' 준비 착수 vs 탈레반 "자폭요원 배치 완료"

이뿐이 아니다. 아프간 정부군과 미군이 이끄는 나토군은 더이상 협상은 필요없다고 판단한듯, 인질 구출작전에 본격 착수한 삼엄한 분위기다.

일본의 NHK 방송은 1일 아프간 정부 당국자를 인용, "31일 특수부대원 2백여명이 수도 카불을 떠나 한국인 인질들이 억류된 가즈니에 당도했다"며 "아프간 정부는 두 번째 인질이 피살되자 특수부대를 동원한 구출작전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토 주축의 국제치안유지군(ISAF)의 대변인인 클라우디아 포스 중령도 "인질 구출작전과 관련된 만반의 준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는 "IASF가 인질 구출작전에 나서려면 아프간 정부의 요청이 있어야 하지만 아직 그런 요구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제치안유지군은 미군이 총지휘를 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의 인질 구출작전 착수인 셈.

이에 맞서 탈레반도 자폭대원을 인질 주위에 배치하는 등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1일 현지소식통의 말을 빌어 "탈레반측과의 교섭이 암초에 부딪히자 아프간 정부가 미군 등과의 협력을 통해 인질 구출을 위해 무력행사를 단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탈레반은 아프간측의 무력 진압에 대비해 자폭요원을 인질 주변에 배치해 놓았다"고 전했다.

신문은 "탈레반은 강제 구출 작전에 대비해 인질을 분산해 구금하고 있는 것은 물론 자폭요원을 인질 주변에 배치하고 있다고 아프간 정부에 경고하고 있어 무력행사는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다"며 구출작전시 많은 인질들이 희생될 것을 우려했다.

미국-탈레반 '강 대 강' 대립에 최악의 국면

인질 사태가 발생한 초기부터 미국의 입장은 분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정부가 돈으로 인질을 석방시키는 것까지는 묵인하겠다. 그러나 탈레반 포로와 인질 맞교환은 안된다"는 게 미국 입장이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돈'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다각적 노력을 벌여왔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얼마가 들어가더라도 돈으로 풀 수 있다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꼬였다. '돈'도 중요하나 '명분'이 더 중요하다는 탈레반 강경파의 반발 때문이었다. 결국 분위기가 인질-포로 맞교환 쪽으로 돌아가면서 상황은 꼬여들었고, 끝내 두명의 인질 피살과 추가 인명 피해까지 우려되는 최악의 상황이 돼 버렸다. 탈레반과 미국의 '강 대 강(强對强)' 대결 구도가 한국을 샌드위치 신세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우리에게 미국은 무엇인가'

이번 사태의 근원은 우리나라가 끼어들어선 안될 전쟁에 끼어든 데서 비롯된다. 또한 인질들이 가서는 안될 곳에 간 책임도 있다. 그러나 우리를 전쟁에 끌어들인 것은 미국이다. 그것도 강압적으로.

미국정부는 미군 민간인 23명이 인질로 잡혔다면 단언컨대 이렇게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하지 않았을 게다. 인질 한명, 한명이 피살될 때마다 미국 전역이 들썩였을 것이다. "생명에 우선하는 원칙은 있을 수 없다"고 외쳤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조용하다. 관심도 없다. 부시 정부는 애써 모른 척 외면하고 있고 미국언론들도 오십보백보다.

한국은 지금 다시 한번 '우리에게 미국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직면해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으로 답해야 할 때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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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19 14
    강성대국

    파키스탄의 탈레반 지도부를 날려버려
    그래야 못까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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