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인질을 잡고 있는 탈레반이 노무현 대통령 특사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가운데, 백 실장이 28일 중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백종천 실장, 아프간 대통령과 면담 예정. 일각서 '빅딜설'도

백 실장은 아프간 대통령과 면담에서 탈레반 포로 석방과 금전적 보상 등으로 알려진 탈레반 측의 요구에 대해 아프간 정부가 유연하게 대처해줄 것을 요청하는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백 실잘이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포로들을 석방할 경우 한국이 그 대가로 아프간에 대한 경제원조를 약속하는 빅딜 가능성까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 포로 석방은 단순히 아프간 정부의 의지뿐 아니라 미국정부의 의지도 중요해, 성사 여부를 낙관하기란 아직 시기상조다.

27일 오후(한국시간) 카불에 도착한 백 특사는 도착 직후 아프간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피랍사태 대책에 대해 사전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 "한국에서 온 손님들에 기대 커"

백 실장이 협상 주체로 나선 데 대해 탈레반측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현지 통신사인 <AIP>와 전화통화에서 "아프간 정부 협상단에 새로운 멤버가 포함됐고 특히 오늘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정부측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며 문제가 조만간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AP통신과 인터뷰에서도 "백종천 한국 대통령 특사가 아프간 정부로 하여금 탈레반 죄수들을 석방시키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한 기대를 나태면서도 "탈레반 수감자들이 석방되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의 위협을 반복했다. 그는 "새로운 협상시한을 정하지는 않았다"며 "아프간 정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앙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 "아프간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처음부터 우리의 요구에 신속하게 움직였으면 비극적인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아프간 정부 협상팀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인 것 같다. 우리와 그들을 연결해 주는 중재자도 중간에 끼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것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황을 보고 적절한 조치를 내리겠다. 무작정 시한을 연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과 아프간 정부의 협상 자세에 따라 상황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우리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 둔다"고 덧붙였다.

그는 탈레반의 요구조건에 대해 "우리가 조건을 변경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점령군 철수와 동료 석방을 원하는 것이다. 아프간 정부가 우리를 기만하고 있을 뿐"이라며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료 석방을 요구해 왔다. 몸값 얘기를 꺼내는 것은 아프간 정부다. 수감자 석방을 꺼리는 아프간 정부가 계속 언론에 흘리는 얘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간 정부에 이미 23명의 명단을 전달했다. 그쪽에 물어보라. 이들은 모두 아프간 동쪽의 풀리처키 중앙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인질들이 억류돼 있는 가즈니주(州) 알리 샤 아마드자이 경찰서장은 "우리는 원하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낙관한다"며 "유사 사건을 다루는 법규를 어기지 않으면서 인질을 석방하는 방안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탄 주지사의 대변인인 시린 망갈은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탈레반 "일부 인질들 상태 좋지 않아. 우리도 힘들어"

한편 억류기간이 열흘을 넘어가면서 인질들의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후가 맞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음식이 맞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인질들의 건강이 좋지 않다"며 "여자 인질들은 울고 있으며 남녀 인질 모두 자신들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앙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도 "한두 명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산악지역이고 임시 숙소들이기 때문에 여건이 좋지 않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겹쳐 인질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며 "우리도 지치고 힘들다"고 말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아프간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 인질들 가운데 일부 여성이 지금까지의 억류 장소에서 벗어나 탈레반 무장요원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현지 주민의 집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하면서 이를 인질감시가 완화되는 징후로 풀이했다.

피랍 한국인들에게 전달할 의약품과 생필품은 현재 가즈니 지역에 도착해있으며 납치세력들도 물품을 전달할 의사가 있어 곧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물품이 전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