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통령 새벽잠 설치지 않게 확인하겠다"
남북정상, 오전 100분 회담 종료. 김정은 "이제 자주 만나자"
두 정상은 이날 10시 15분부터 시작돼 11시 55분까지 100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회담후 북쪽으로 넘어가 오찬후 오후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청와대는 두 정상의 첫 만남이 이뤄진 군사분계선과 사전환담장에서 나눈 대화를 공개됐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머 "남측으로 오셨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고 군사분계선을 살짝 넘었다. 문 대통령이 북측에 머문 시간은 10초 정도다.
문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과 전통 의장대 사열을 위해 이동하면서 "외국사람들도 우리 전통 의장대를 좋아한다. 오늘 보여드린 전통 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아, 그런가.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의장대 사열후 양측 수행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예정에 없었던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사전환담장까지 이어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화의집 로비 전면에 걸린 민정기 화백의 북한산 그림을 보면서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이냐"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서양화인데 우리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전환담장에서는 문 대통령이 먼저 환담장 뒷벽에 걸린 김중만 작가의 훈민정음이라는 작품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작품은 세종대왕이 만드신 훈민정음의 글씨를 작업한 것이다. 여기에 보면 '서로 사맏디'는 우리말로 '서로 통한다'는 뜻이고 글자에 미음이 들어가 있다. '맹가노니'는 만들다는 뜻이다. 거기에 '기역'을 특별하게 표시했다. 서로 통하게 만든다는 뜻이고 문재인의 '미음', 김 위원장의 '기역'이다"고 설명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웃으며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새벽에 차를 이용해 개성을 거쳐 왔다. 대통령께서도 아침에 일찍 출발하셨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저는 불과 52킬로미터 떨어져있어 1시간 정도 걸렸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웃으며 "우리 때문에 NSC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되셨겠다"고 조크를 던졌고, 문 대통령은 "우리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을 해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자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며 향후 핵-ICBM 실험을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불과 200미터 오면서 왜 이리 멀어보였을까,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 원래 평양에서 문 대통령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난 것이 더 잘 됐다.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더 나아가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을 봤다"며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지지 않겠냐"고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오는데 도로변에서 많은 주민이 환송해줬다. 그만큼 우리 만남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리 어깨가 무겁다"며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에서, 우리 제주도에서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환담장 앞에 걸린 장백폭포, 성산 일출봉 그림을 가리키며 설명했고,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백두산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난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다. 근데 중국쪽으로 백두산을 가는 분이 많더라. 난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고, 그러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 올림픽 갔다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오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것이 6.25, 10.4 합의서에 담겼는데 10년 세월동안 그리 실천하지 못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며 "김 위원장께서 큰 용단으로 10년간 끊어졌던 혈맥을 오늘 다시 이었다"고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이에 "기대가 큰만큼 회의적 시각도 있다. 큰 합의를 해놓고 실천을 못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되겠나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며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라고 생각했다. 그런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통령님을 제가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친서와 특사를 통해 사전에 대화해보니 마음이 편하다"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환담 도중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가리키며 "남쪽에서 아주 스타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잘할 것이다. 과거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가 시작한 지 1년차다. 제 임기내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김여정 부부장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북 통일의 속도로 삼자"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과거를 돌아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했고, 김 위원장은 "이제 자주 만나자.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기대에 부응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자. 앞으로 우리도 잘하겠다"며 수시 회동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에 대해 대통령님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돼야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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