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4대강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
"목놓아 울고 싶었다. 정말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는 걸까"
4대강사업에 일관되게 반대해온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8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이 교수는 17일 밤 KBS1 <환경스페셜> '생태보고 수변습지'를 시청한 뒤 "너무나도 감동적인 프로그램이라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며 "그 동안 죽어버렸다고 생각한 공영방송 KBS가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멋진 프로그램이었다"고 극찬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주제는 4대강사업으로 인해 파괴되어 버리고 만 '수변습지'"라며 "이렇게 4대강사업으로 인해 파괴된 자연습지가 80개소 12,699,000평방미터나 된답니다. 어줍지 않게 거기다 "생태공원"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여 놓았지만 사실은 생명이 제대로 뿌리도 내릴 수 없는 '녹색사막'을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MB정부를 질타했다.
실제로 <환경스페셜>은 4대강사업 대상에 포함됐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보존된 금강 상류 '천내습지'와 4대강사업후 인공적으로 조성된 '대체습지'와의 차이점을 보여줌으로써 4대강사업이 얼마나 반환경적 만행이었는가를 대조적으로 보여주었다.
<환경스페셜>은 "금강 상류에 위치한 천내습지는 폭 약 300m, 길이 1.2km에 이르는 자연습지. 주변사람들의 노력으로 생태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각종 개발로부터 보존되고 있다"며 "버드나무 군락과 수초가 무성한 이곳엔 다양한 곤충이 살아가고 물속에선 한국특산종 감돌고기와 멸종위기종 꾸구리가 헤엄을 친다. 수초더미 속에선 개개비가, 습지가 내려다보이는 산에선 쏙독새가 알을 품고 있다. 밤이 되면 고라니와 수달이 물을 마시고 사냥을 한다. 다양한 동식물을 품어 주는 생명의 터전 천내습지, 자연 습지만이 가진 힘"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인공습지'에 대해선 "천내습지 인근에 위치한 한 인공습지, 강변에 흙을 돋워 나무를 식재하고 벤치를 놓아 언뜻 보면 깔끔해 보인다. 그 속을 들여다봤다. 돌을 철망으로 엮어 쌓은 제방은 수중까지 이어져 수초 한 포기, 물고기 한 마리 찾을 수 없다"며 "낙동강의 인공습지도 마찬가지다. 강바닥 에서 준설한 모래를 4미터 이상 쌓아올린 둔치는 너무 높아 식물이 물을 흡수하지 못해 죽어가고, 새롭게 조성한 수변공원엔 건조한 지대에 사는 병꽃나무와 산비탈에 사는 참느릅나무가 식재돼 말라가고 있다. 낙동강 최대의 철새도래지였던 해평습지. 강 개발로 새들이 쉬어가던 모래톱은 사라지고 골프장, 체련공원을 포함한 대체습지가 들어섰다. 이후 해평습지를 찾는 철새의 수는 급감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환경스페셜> 중에서도 일본도 동일한 실수를 저질렀음을 전한 뒤 "직강화 공사를 담당했던 한 (일본) 공무원이 나와 그 당시 자신이 한 일을 반성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금 그 사람은 재자연화에 앞장 서 일하고 있나 봅니다"라며 "난 그 장면을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에도 그와 같은 양심적인 공무원이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지금은 정권의 주구가 되어 4대강 파괴에 앞장서고 있지만 언젠가 정신을 차려 자신이 한 일을 깊게 뉘우치고 재자연화에 팔 걷고 나설 공무원이 있을까라는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프로그램의 말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강이 보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목 놓아 울고 싶더군요. 정말로 우리에겐 미래가 없는 것일까요?"라고 절규했다.
이 교수는 18일 오전 추가로 올린 글을 통해 "왜 진작 이런 프로그램 방영해 4대강사업이 시작되지 못하도록 막지 못했느냐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판적 성격의 프로그램이 정권 초기의 서슬 퍼런 검열망을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라며 "정권의 언론 장악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산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방영될 수 있는 것도 정권 말기가 되니 가능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라며 "정부와 보수진영에서는 이미 4대강공사가 완료단계에 있기 때문에 게임은 끝난 것이라고 희희낙락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진정한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4대강사업의 부작용들이 하나씩 터져 나오면서, 그리고 더 이상 정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언론이 4대강사업의 진실을 하나씩 밝혀내면서 진정한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니까요"라고 단언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우리에겐 미래가 없는 것일까요?(2012/10/17 23:46)
방금 전에 끝난 KBS1의 환경스페셜 '생태보고 수변습지" 프로그램 보셨나요?
너무나도 감동적인 프로그램이라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습니다.
그 동안 죽어버렸다고 생각한 공영방송 KBS가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멋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주제는 4대강사업으로 인해 파괴되어 버리고 만 “수변습지”입니다.
거기에서 살고 있는 버드나무 한 그루, 이름 모를 풀 한 포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그 속에 깃들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 소중한 수변습지를 모두 파괴해 버리고 흉물스럽기 짝이 없는 수변공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4대강사업으로 인해 파괴된 자연습지가 80개소 12,699,000평방미터나 된답니다.
(이것은 정부 발표 자료이기 때문에 절대로 과장된 수치가 아닙니다.)
어줍지 않게 거기다 "생태공원"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여 놓았지만 사실은 생명이 제대로 뿌리는 내릴 수 없는 “녹색사막”을 만들어 버린 것이지요.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조성한 소위 수변공원이란 것이 얼마나 황폐한 공간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준설토를 2,3미터 높이로 덧쌓아 공원을 만들었으니 식물의 뿌리가 제대로 물을 흡수할 수 없어 말라죽어 가는 것이지요.
애꿎게 거기에 심어져 사람이 계속 물을 주지 않는 한 말라죽게 될 식물들이 가엽게만 느껴지더군요.
또한 주변 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아무 것이나 마구잡이로 심은 바람에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는 나무들의 모습도 애처롭게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병꽃나무를 강한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건조한 강가에 심고, 선선한 곳에서 자라는 쉬땅나무를 햇빛으로 뜨겁게 달구어지는 강가에 심는 것 같은 코미디를 연출했던 것이지요.
몇 달 안 되는 준비기간으로 졸속으로 공사를 시작했으니 그런 걸 제대로 생각할 여유가 있었겠어요?
4대강사업으로 인해 자연습지가 파괴된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대체습지를 만들 테니 걱정 말라고 큰소리쳤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인공습지가 자연습지의 대체물이 결코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비슷하게 보여도 그 내용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는 거죠.
그 한 예로 지난 여름 태풍이 왔을 때 자연습지와 인공습지가 각각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태풍이 몰아치자 자연습지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은 엄청난 위협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러나 태풍이 지나가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예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바로 돌아갑니다.
이에 비해 정부가 조성한 인공습지는 태풍으로 인해 험하게 망가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저기 흙이 깊게 파여나가고 나무들이 처참하게 쓰러진 모습으로 말이지요.
그걸 다시 복구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 것 같더군요.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얼마나 훌륭한 복원력을 갖고 있는지를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중반에 가면 남한강 이포보 부근을 둘러보는 일본 환경전문가들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한국이 왜 굳이 일본의 실패 사례를 본받으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습니다.
일본이 바로 그런 식으로 강들에 손을 대서 지금은 크게 후회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지적입니다.
그 한 예가 기후현, 아이찌현, 미에현을 지나가는 나가라가와(長良川)의 경우입니다.
1995년 강 하류에 8.2미터 높이의 하구언을 쌓은 후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군요.
자연습지 대신 만든 대체습지가 모두 죽어가는 것은 물론, 강 바닥이 썩어가고 있답니다.
한 어부가 나와 증언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하루 1,000마리 정도의 물고기를 잡았는데 현재는 150마리 정도밖에 잡지 못한다고 울상을 짓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깨끗한 3대강으로 꼽혔던 나가라가와의 물이 하구언 때문에 썩어가고 있다는 말이지요.
고기가 안 잡히자 어부의 수도 줄어들어 과거의 800명이 지금은 20명 정도로 줄었다고 합니다.
4대강사업의 미래를 말해 주는 더욱 좋은 예는 오사카 부근의 요도가와(淀川)입니다.
1970년대에 우리의 4대강사업과 아주 비슷한 공사를 이 강에서 시행했다고 합니다.
강을 직강화하고 준설토로 강변에 공원과 체육시설을 조성했다니 4대강사업과 똑같았던 셈이지요.
그러나 그와 같은 공사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것은 인식하고 최근에는 재자연화(再自然化) 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즉 직강화했던 것을 다시 구불구불한 원래의 상태로 돌리고 수변습지를 조성하면서 갈대밭을 만드는 식으로 다시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이지요.
직강화 공사를 담당했던 한 공무원이 나와 그 당시 자신이 한 일을 반성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금 그 사람은 재자연화에 앞장 서 일하고 있나 봅니다.
난 그 장면을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에도 그와 같은 양심적인 공무원이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지금은 정권의 주구가 되어 4대강 파괴에 앞장서고 있지만 언젠가 정신을 차려 자신이 한 일을 깊게 뉘우치고 재자연화에 팔 걷고 나설 공무원이 있을까라는 의문이지요.
그런데 요도가와의 재자연화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원상 복구가 무척 힘든 일이라고 고충을 토로합니다.
일단 망가진 생태계를 원 상태로 돌리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일일 뿐 아니라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것이지요.
그 말을 들으니 우리 4대강의 앞날이 심히 걱정되더군요.
설사 재자연화 하기로 합의를 본다 하더라도 거기에 들어갈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요?
프로그램의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원래는 4대강사업의 대상이었지만 시민들의 반대 덕분에 원래 상태대로 보존된 금강 천내습지의 건강한 모습은 한 줄기 빛처럼 밝아 보였습니다.
거기 와서 자연을 마음껏 즐기는 시민의 모습을 보면서 그걸 보존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뒤이어 불도저의 삽날에 사라져간 수많은 자연습지의 건강했던 모습과 공사로 인해 망가진 모습을 비교해 보여줄 때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그 프로그램의 말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강이 보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목 놓아 울고 싶더군요.
정말로 우리에겐 미래가 없는 것일까요?
ps. 이 프로그램 아직 안 보신 분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꼭 한 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내가 낸 시청료가 하나도 아깝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그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제작자들께도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4대강공사 게임은 이제부터가 시작(2012/10/18 10:33)
왜 진작 이런 프로그램 방영해 4대강사업이 시작되지 못하도록 막지 못했느냐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판적 성격의 프로그램이 정권 초기의 서슬 퍼런 검열망을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정권에 접수된 공영방송은 4대강사업에 비판을 할 수 없도록 재갈이 물려졌고, 종편에 목을 매달고 있었던 조중동은 알아서 기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토론 한 번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이지요.
정권의 언론 장악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산 예라고 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될 수 있는 것도 정권 말기가 되니 가능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정권 말기라 해도 실제로 이 프로그램 제작하고 방영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이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요.
정부와 보수진영에서는 이미 4대강공사가 완료단계에 있기 때문에 게임은 끝난 것이라고 희희낙락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진정한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4대강사업의 부작용들이 하나씩 터져 나오면서, 그리고 더 이상 정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언론이 4대강사업의 진실을 하나씩 밝혀내면서 진정한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어제의 환경스페셜 프로그램은 그 게임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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