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광우병 발발에도 수입금지 못하는 이유는?
4년전 美에 보낸 비밀전문. "공개반박 자제해달라"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는 지난 2008년 5월 8일 촛불집회가 전국을 강타하자 긴급발표한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걱정하는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여 국민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 중단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수입되는 모든 쇠고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즉각 조사단을 미국에 보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같은 달 12일 성명을 내고 "미국은 국민 건강 보호를 정책에서 최우선 고려하겠다는 한승수 국무총리의 최근 성명을 수용·지지하며 다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즉각 다음날 국무회의에서 "미 정부가 총리 담화문을 수용하고 문제가 될 때는 우리가 쇠고기 수입을 중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GATT 20조도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자동차 수입 문제를 문제삼으며 한미FTA 재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2010년 12월 10일 <한겨레21>은 주미대사관이 지난 2008년 5월 5일 외교부에 보냈던 비밀 전문을 입수 공개했다.
전문에 따르면 최석영 당시 주미공사는 한 총리의 대국민담화문 발표 사흘전에 웬디 커틀러 USTR 대표보와 접촉해 "국내에서의 비판 여론을 감안해 미측이 일본, 대만 등 주요 미 쇠고기 수입국들로 하여금 우리와 같은 기준을 수용토록 조속히 협상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총리 담화문 발표 당일 다시 웬디 커틀러와 만나 담화문 발표 배경을 설명하고 담화문에 대한 공개적 반박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슈워브 대표는 그러나 당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협정(SPS)은 자국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해당 규정들이 신중히 적용되고 관련 조치들이 과학에 근거를 둔다는 전제 아래 WTO 모든 회원국은 해당 규정의 보호를 받는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에 당시 야당은 한미정부의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 조치' 합의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통합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미국이 WTO 검역 규정을 거론한 것은 그런 규정이 있다는 의미일 뿐 당사국간 협정에 우선시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또 무역대표부 성명만으로 과연 효력이 발생할지도 밝혀야 한다"며 확실한 협정문 작성을 요구했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25일 MBN에 출연, 2008년 5월 주미대사관이 본국 외교부에 보낸 비밀전문 내용을 열거한 뒤, "해당 전문을 보면 커틀러 부대표는 한 총리의 담화문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응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총리 담화문과 달리 농림부와 보건복지부의 합동권고문처럼 광우병 발생시 수입을 즉각 중단하는 조치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그 이후에 우리측이 미국 정부에 어떤 언급과 약속을 했는지는 확인이 안되고 있다"고 이면 합의 의혹을 제기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