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 박희태, 국회의장 사퇴 거부
"4년전 일이라 기억 희미", "나는 모르는 일" 발뺌
해외순방을 마치고 이날 오전 6시20분께 귀국한 박 의장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유감을 표명한 뒤, 돈봉투 살포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자신의 개입 여부와 관련 강력 부인했다.
그는 여야가 요구하는 국회의장직 사퇴와 관련해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 지겠다"는 모호한 말만 해, 검찰 수사에서 자신의 연루 의혹이 드러날 때에만 사퇴하지 지금은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신 4월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출국 전에는 돈봉투 살포 자체를 강력 부인했던 것과는 달리 "4년 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다"며 한발 물러선 뒤, 당시 자신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부터 의장 선거까지 다섯차례나 선거를 주도했던 사실을 기억이 희미한 근거로 내세웠다.
그는 결론적으로 돈봉투 살포에 대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극구 부인, 의장직을 사퇴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거듭 분명히 했다.
박 의장이 이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의장직 사퇴 거부 입장을 분명히 밝힘에 따라 의장직을 사퇴하지 않을 경우 그의 사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민주통합당 등 야당들과 그의 자진 사퇴를 촉구해온 한나라당 모두의 강한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돼 18대 국회 막판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신의 비서가 중앙선관위 사이버테러에 연루돼 구속되고 또다른 비서들은 돈봉투 살포에 연루돼 구속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임기가 서너달밖에 남지 않은 국회의장직에 연연하는 박희태 의장. 전형적 노추(老醜)다.
다음은 박희태 의장 기자회견 전문.
박희태 발언 전문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우선 4월에 있을 총선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에 소정의 책임을 지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사건은 발생한지가 4년이 지난 것입니다. 기억이 희미합니다.
당시 저는 중요한 일들을 몇 달 간격으로 치렀습니다.
2007년 여름에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을 치를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했고, 또 그해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했습니다. 그리고 넉달 뒤에 국회의원 선거 때는 또 제가 선거대책위원장이 돼서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끝나고 나서 두달 만에 지금 문제가 되는 이 사건이 터진 것입니다. 끝나고 난 뒤에는 제가 보선에 출마해서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이렇게 연속된 선거를 치르며 또 4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건 별로 없습니다. 단지 이야기를 하라면,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이 내용만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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