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업체, 경인운하 운항 외면. '혈세 2조' 또 증발
10곳 중 9곳 "경제성 없어 참여 안하겠다"
그런데 불과 개통이 석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물류 및 관광업체 대다수가 "경제성이 없어 경인운하가 개통돼도 관련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2조원이상의 혈세가 또다시 허공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29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한국일보>가 28일 경인 지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물류ㆍ관광업체 5곳씩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9곳이 "운하의 경제성이 없어 개통 후에도 참여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물류업체 5곳은 모두 부정적 의사를 표했고, 관광업체 5곳 중 1곳만 사업참여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10월 개통과 함께 컨테이너선 3척을 포함한 화물선 9척과 여객선 9척을 투입하는 한편, 향후 민간의 참여를 늘려 2013년에는 운하사업을 본 궤도에 올린다는 계획이나 민간업체들의 보이콧으로 사실상 백지화 위기를 맞은 것.
인천항에서 화물선으로 중장비를 운송하는 D업체 관계자는 "평택ㆍ당진항이 생긴 이후 인천항의 물량도 줄어드는 상황인데 굳이 경인운하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며 "초기에 사업참여를 검토했으나 이윤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중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6년 화물물동량은 평택ㆍ당진항이 4,409만톤으로 인천항(1억2,683만톤)의 3분의 1수준이었으나 지난해 절반을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천항 물동량은 2009년 7.2% 감소한 뒤 지난해 다시 13.8% 증가했지만, 평택ㆍ당진항은 2009년에도 1.1% 늘어났고 작년엔 50%가까이 폭증했다. 신규 화물수요가 인천항보다는 평택ㆍ당진항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왕래하는 2만톤급 카페리 운영업체 관계자 역시 "운하 규모가 작아 5,000톤급 카페리를 띄울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국~중국~일본노선 크루즈선(7만톤급)을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도 "크루즈는 최소 2만~3만톤급은 돼야 기본적인 위락시설을 갖추고 승객 500~700명을 수용할 수 있다"면서 "2만톤급 카페리도 중국까지 13시간이 걸려 승객들이 기피하는데, 5,000톤급을 이용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석민 한신대 국제경제학과(해운경영학) 교수는 "운하의 바닥 폭(80㎙)과 현재 유력시되는 통행선박의 너비(20㎙)를 감안하면 교행은 무리라는 게 베테랑 선장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운하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한 뒤, "현재 운하의 상황을 보면 3,500억원의 공사비를 들이고도 이용객이 거의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한 양양국제공항 꼴이 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인천도선사협회 관계자 역시 "바람이 전혀 없는 날이면 모를까, 날씨가 안 좋으면 한 척이 홀로 지나는 것도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국내에는 아직 운하 경험이 없어 네덜란드 자문을 거쳐 통행 기준 등을 정한다지만 사고 없이 제대로 운영될 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평균 6.3㎙인 운하의 수심이 유지될지도 의문이다. 가령 홍수 등으로 인근 굴포천에서 대규모 토사가 밀려들면 운하의 바닥 수위가 높아져 지나는 배들이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이 경우 정기적인 준설이 필수적이다. 한 하역회사 대표는 "배 밑바닥과 운하 바닥의 간격은 선박의 크기와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아마도 통행 조건의 제약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 과정의 환경파괴는 물론, 거대한 '물탱크'가 될 운하가 앞으로 미칠 악영향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박창근 시민사회연구소장은 "당초 운하를 민물(한강)로 채우려던 계획이 바닷물로 바뀐데다 굴포천에서는 오염물질이 계속 유입될 게 뻔하다"며 "갑문으로 막힌 운하 내 수질이 악화하면 인근 지하수까지 오염시켜 농업용수로 쓰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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