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후배' 최원병 "난 비상근이라 책임 없다"
"책임 안지고 군림만 하려면 차라리 허수아비 앉혀놓지"
최원병 회장은 지난 14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선 자리에서 "비상임이라서 업무를 잘 모르고, 한 것도 없으니 책임질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확산되자 이재관 전무는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며 "2008년 중앙회장이 비상임으로 바뀐 이후 최 회장의 법적 책임은 없어졌다"며 최 회장을 감쌌다. MB정권 들어 최 회장이 비상임이 됐으니 법적 책임도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민경신 전국농협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사태 책임의 중심은 이재관 전무가 아닌 최원병 회장”이라며 “최 회장이 사퇴할 때까지 계속해서 투쟁을 벌이겠다”며 '최 회장의 즉각 사퇴와 조기 선거’를 요구하면서 지난 19일부터 중앙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이번 금융대란이 발발한 원인을 비전문가들을 IT본부 사령탑에 앉혔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농협 전산부문 최고책임자인 정종순 정보기술(IT)본부 분사장이나 IT 자회사인 농협정보시스템 김명기 대표 등은 입사 뒤 IT 관련 부서에서 한 번도 근무해본 적이 없다. 이같은 어이없는 인사는 최 회장이 올해 말 예정된 중앙회장 선거에 재출마하기 위해 측근들을 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동지상고 4년 후배인 최 회장의 발뺌에 국민적 분노가 높아지자, 보수지들조차 최 회장을 질타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26일 "비상근 회장 체제는 회장의 권한은 그대로 둔 채 법적인 책임만 면제해주는 기형적인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며 "최 회장은 비상근이지만 거의 매일 농협중앙회 본점에 출근해 주요 업무를 보고 받고 있고, 특히 1만7000명 임직원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농협 회장의 연봉은 2억원가량이고, 농협의 1년 예산은 약 4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힐난했다.
대구 <매일신문>도 이날 "최원병 농협 회장, 비상근이라 전산망 마비 사태 책임 없다고. 책임은 안 지고 군림만 하려면 차라리 허수아비를 앉혀놓지"라고 비꼬았다.
MB정권의 두드러진 특징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역대 정권때 있었던 신속한 '문책 인사'가 행방불명됐다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향하는 결과를 자초하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대통령제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근원은 MB의 인사 스타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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